<차례>
우리 달라스 가족을 소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름 방학 잼 병 가득 여름을 담다 우리도 휴가를 가다 풀 파티 소나기 아이들 잡는 덫 물리고 쏘이고 잠깐은 심심해도 돼 휴가지에서 만난 친구 얼린 티셔츠 7일 동안 내린 비 책 읽는 길고 긴 하루 칙폭 생애 최고의 방학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야호, 방학이다!” 우리는 목청껏 소리를 질렀어. 그러자 확 여름 방학 기분이 났어. 정확히 어떤 기분이라고는 설명하기 힘들어. 물론 나는 학교에 다니는 것도 좋아했어. 하지만 앞으로 장장 6주 동안을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일이었어. 숙제 안 해도 되지, 밤늦게까지 놀아도 되지, 늦잠도 실컷 잘 수 있지, 이루 다 셀 수가 없을 정도야. 오늘이 특별한 날이라는 것은 왠지 감으로도 다가왔어. 공기에서조차 묘한 떨림이 느껴지고, 사방에서 방학과 자유의 향기가 배어 나왔지. ---(15~16쪽)
“우리 모두 여행을 가는 거야. 짐도 싸고, 낯선 침대에서 잠도 자고, 모든 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테니 두고 봐. 자, 내일 아침에 출발할 거야. 그러니까 다들 일찍 일어나야 해. 원래 여행은 새벽에 떠나는 거잖아. 보니까, 적어도 슈스터네 식구들은 늘 그러는 것 같았어. 엠마 표현을 빌리자면 여행은…… 그러니까…… 아, 맞다. ‘꼭두새벽에’ 떠나는 거랬어. 울리히네도 그랬어. 그러니까 우리도 내일, 동도 트기 전에 짐을 싸는 거야. 우리가 타고 갈 관광버스는 아마 집 앞에 미리 와 있을 거야. 그럼 그걸 타고 여기 호박벌길 한 바퀴 빙 돌고, 시내도 구석구석 돌고. 와, ‘붕붕 호박벌’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몇 시간쯤 걸릴 수도 있겠다.” --- (46~47쪽)
우리는 탄성을 내지르며 호텔의 아름다운 외관부터 감상했어. 다들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리려고 아우성을 쳤지. 루도 어느새 잠에서 깨어 있었어. 여전히 집 밖에 나와 서 계시던 크네벨딩 할머니가 또 한 번 넋 나간 표정을 지으셨어. 우리는 여행 가방을 비롯해 저마다 이런저런 짐을 들고 우리 집, 그러니까 호텔 초인종을 눌렀어. 그 사이 말레네는 얼른 집을 빙 돌아 뒷마당으로 뛰어갔어. 마당 쪽에 있는 뒷문으로 들어간 다음 프론트 데스크에 서서 손님을 맞기 위해서 그런 거였어. 하지만 우리를 제일 먼저 맞은 사람은 아빠였어. 아빠는 검은 양복저고리에 모자까지 쓰고 있었어. ---(60쪽)
“얘들아, 우리 지금 휴가지에 와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도 엽서를 쓰자, 어때?” 내가 동생들하고 이웃 아이들에게 물었어. 다들 대찬성이었어. ‘붕붕 호박벌’ 호텔이나 이 동네 사진이 인쇄된 관광엽서는 따로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엽서를 직접 만들기로 했어. 하지만 어떻게 만들지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지. 아이디어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었어. 오히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탈이었어. ---(131쪽)
오스카는 그러면서 냉동실 문을 열고 자기 티셔츠를 꺼냈어. 오스카의 티셔츠는 얼음처럼 차갑기만 한 게 아니라 꽁꽁 얼어붙기까지 해서 도무지 펴지지를 않았어. 심지어 티셔츠를 바닥에 세워놓을 수도 있었다니까. 그렇게 꽁꽁 얼었으니 입는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었지. “오빠, 이거 핥아 먹어도 되겠다!” 들꽃이 말하자 오스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혀로 자기 티셔츠를 핥기 시작했어. “음! 티셔츠 아이스크림 맛 끝내준다!” ---(175쪽)
비는 하루 종일 쏟아졌고 우리는 잼 병에서 쪽지를 무려 일곱 장이나 뽑았어. 하지만 하나 같이 다 날씨가 좋아야 할 수 있는 일들이었어. ‘실외 수영장 가기’ ‘호수에 가서 수영하기’ ‘자전거 하이킹’ ‘살갗이 벗겨질 때까지 뙤약볕에 앉아 있기!’(이건 헨리의 아이디어였는데 아주 바보 같은 생각이라서 아마 날씨가 좋았어도 하지 않았을 거야), ‘옥수수밭 미로 방문’ ‘딸기 농장에 가서 딸기 따기’(이건 또 뭐람? 딸기를 딸기 농장에 가서 따지, 아니면 어디에 가서 따겠어?), ‘놀이터 모래밭에 가서 모래성 쌓기 경연대회 하기’ 같은 것들이었거든.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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