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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황금시간|2021. 06. 09 발행/140x210mm/532면
15,800원 → 14,22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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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추천 도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닷컴 선정 ‘최고의 책’

‘굿모닝아메리카 북클럽’ 선정 도서

 

망가진 도시의 무너진 심장으로 흐르는,

떠나간 영혼들의 강물에 바치는 애도가

 

미국이 직면한 마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리즈 무어의 장편소설 《길고 빛나는 강》이 출간됐다. 《길고 빛나는 강》은 필라델피아의 거리를 순찰하는 한 경찰관이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면서, 도시에 만연한 마약중독으로 인해 자신의 가족이 겪은 고통의 내력을 탐색하는 과정을 그렸다. 출간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은 《길고 빛나는 강》은 발표 후 “마약과 도시 그리고 가족에 관한,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각종 언론이 앞 다퉈 소개한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추천하면서 근래 가장 뜨거운 화제작 중 하나가 되었다.

 

필라델피아 경찰관 미키 피츠패트릭은 24구역, 켄징턴애비뉴의 순찰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그 거리의 민낯에 누구보다 익숙하다. 마약중독자들과, 마약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의 모습에.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 케이시 또한 같은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 마약에 중독된 매춘부로. 미키는 거리에서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그것이 동생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시가 사라지고, 거리의 성 노동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미키는 실종된 여동생을 찾는 데 위험할 정도로 몰두하면서 자신의 삶까지 서서히 무너뜨리는데…….

 

《길고 빛나는 강》은 두 번째 소설 《무게》로 로마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후 차기작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각국에 열렬한 팬을 확보한 작가 리즈 무어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일찍이 작품 내에 스릴러 등 장르적 요소를 꾸준히 도입하고 실험해온 그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본격 범죄소설이다. 특유의 세밀한 인물 묘사와 시적인 문체, 그리고 리듬감 있는 구성과 형식이 강렬한 소재와 어우러져 격조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고 빛나는 강》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마약에 대한 무거운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더불어, 과거의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는 감동의 가족 드라마로서 커다란 정서적 울림을 던져줄 것이다.

<책 속으로>

거니스트리트 선로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여성이며 연령 미상, 사인은 약물 과용 같다고 종합상황실에서 전한다. 케이시일 거다. 내게는 여자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을 때마다 뇌 기저에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오는 장치가 있다. 경련이나 반사반응이 일어날 때처럼 말이다. 그런 뒤에야 이성적인 판단력이 책임감 있고 무뚝뚝한 군인같이 나타나 확률과 통계를 상기시켜준다. 작년에 켄징턴에서 약물 과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900명이었고, 그중 케이시는 없었다고.

_12쪽

 

저기, 동생 일은 안됐어요.

나는 그를 본다.

― 네?

알론조는 멈칫한다. 자기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걸 깨달은 사람의 표정이다.

―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다시 묻는다.

그는 고개를 젓기 시작한다.

― 글쎄, 틀린 정보일지도 모르지만.

― 그게 뭔데요?

알론조는 오른쪽으로 목을 길게 뽑아 평소에 폴라가 서 있던 자리를 내다본다. 그는 폴라가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말한다.

―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폴라가 엊그제 여기 오더니 케이시가 실종됐다고 했어요. 한 달이나요.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오래된 것도 같다고. 아무도 케이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대요.

_78~79쪽

 

마지막으로 들어간 방은 애슐리와 론의 침실이다. 구석에서 라디에이터가 소리를 내며 불쾌하지 않은 온기를 뿜어내고 있다. 방 한가운데 덮지붕 침대가 있고, 그 옆 벽면에는 그림이 걸려 있다. 예수가 두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다. 그들은 빛나는 강물로 연결되는 길에 서 있다.

‘나와 함께 가자.’ 예수의 발치에 적혀 있다.

_176쪽

 

폴라의 손이 떨리는 게 보인다.

― 설마. 그 애가 말한다.

― 아는 사람이야?

폴라는 웃지만, 웃음에 분노가 묻어난다.

― 날 속이지 마. 폴라가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헛소리에 속지 않는 거.

나는 고개를 젓는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폴라는 잠시 눈을 감는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길게 빨더니 바닥에 버린다. 운동화 발끝으로 그걸 눌러 끈다.

그러고 나서 나를 본다.

― 그쪽 사람이야, 믹 언니. 폴라가 말한다. 경찰이라고.

_211~212쪽

 

자요. 남자가 말했어. 정말 주사 놔줄 필요 없어요? 5달러예요.

아뇨. 내가 말했어. 됐어요.

닥과 눈이 마주쳤어. 그가 말하더군. 내 집 근처에선 하지 마요. 그리고 먼저 시험해보고.

나는 고맙다고 하고 돌아섰어. 한 번 더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지. 닥이 내가 머뭇거리는 걸 알아차렸는지 묻더라고. 찾는 거 있어요?

뭐요, 하고 내가 되물었어.

그러자 그자식이 이렇게 말하더군. 여자 말예요.

_253쪽

 

나는 계속 차를 몬다. 차는 조금 더 넓어진 도로를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다. 갑자기 눈앞에 반짝이는 수면이 나타난다. 나는 다시, 델라웨어강에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나를 따라다니던 그 어두운 강에.

_417쪽

 

나는 궁금했다.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을을 떠난 후 그 아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다치지는 않았을까? 추웠을까? 가족을 그리워했을까?

경찰 일을 하면서 매일매일 그 이야기를 생각했다. 내 상상 속에서 마약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약이 주는 황홀감을 그려본다. 그 황홀감을, 일하는 매일매일 또렷이 목격할 수 있다. 모두가 마법에 걸려 매혹된 채로 돌아다닌다. 이야기가 끝난 후의, 아이들과 음악과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난 뒤의 하멜른 마을을 상상해본다. 그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그 마을의 끔찍한 고요가.

_485쪽

 

<출판사 리뷰>

 

마약으로 신음하는 필라델피아의 거리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한 경관이

가족에 드리운 어둠의 근원을 추적하다

 

미키 피츠패트릭은 필라델피아 24구역의 순찰을 담당하는 경찰관이다. 그녀는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다. 미키에게는 케이시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그녀와는 연을 끊고 산 지 오래다. 케이시가 그들의 부모처럼 마약중독자가 되어 거리에서 성매매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까닭이다.

직장에서는 오랜 시간을 같이해온 동료 경관 트루먼이 부상으로 휴직하며 새로운 순찰 파트너를 맞는다. 하지만 미키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새 파트너가 영 마뜩찮다. 최근 거리 순찰 시에 케이시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그녀는 못내 불안하다. 혹여나 여동생이 얼마 전부터 거리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성 노동자 여성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것은 아닐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실종된 케이시의 행적을 추적하던 미키는 마약에 얼룩진 자기 가족의 내력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자신과 케이시의 출생에 얽힌 진실에 조금씩 다가간다.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매춘부로부터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온다. 그것은 성매매 여성 연쇄 살인의 범인이, 그들에게 무료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비위 경찰관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가 거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불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사람들을 해친다는 것이다. 미키는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만 철저히 무시당한다.

그리고 얼마 뒤, 미키에게 제보한 여성이 무참히 살해된다. 사건의 심각성을 절감하면서도 자신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제보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녀는 휴직 중인 옛 순찰 파트너 트루먼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의기투합한 그들은 마침내 다시 한번 파트너가 되어 거리의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은밀한 수사’에 나선다.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와 약자들

병든 거리를 따라 긴 강물처럼 흐르는

험난한 폭로의 여정, 희망의 고해

 

《길고 빛나는 강》은 마치 일선 경찰관들과 동행해 취재한 다큐멘터리처럼 놀라운 현장감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느 범죄소설처럼 거대한 사건과 그것에 휘말릴 주인공의 운명을 짐작하게 만들고는, 독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가며 신선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주인공의 가족 이야기가 한순간 소설의 중심을 가져가버리는 듯한 전개 덕분이다. 이는 범죄 수사 이야기와 고르게 병치되어 흘러가며, 주인공의 어두운 과거와 가족 내력을 탐색하는 계기로 교묘히 작동한다.

공권력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사적인 계기로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는 범죄 수사 과정을 그린 연쇄살인범 추적기, 그리고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 가족의 어두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자매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는 가족 미스터리. 이 두 줄기의 서사는 어느 한쪽으로도 과하게 치우치지 않은 채 나란히, 때로는 교차해가고 때로는 자리를 바꿔가면서 자매간의 우애와 갈등, 직장 내 부조리, 복잡하게 얽힌 가족 관계, 익숙한 거리의 쇠락과 낯선 것들의 침투, 사회 비판, 출생과 죽음의 비밀, 살인 사건 등을 차례로 훑는다.

하나의 범죄 사건에 대한 의문과 추적이, 끝내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에 깊숙이 뿌리 내린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종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적 야심의 실현을 위해 리즈 무어는 경찰 소설, 스릴러소설, 추리소설, 르포, 가족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서술 방식을 동원한다. 그럼에도 이것이 절대 산만한 구성으로 서사를 흩지 않는 채 묵직한 강줄기처럼 이야기를 단단히 붙잡아둘 수 있는 것은 단연 오늘날의 필라델피아, 아니 미국의 현실에 대한 폭로라는 무게감 덕분일 테다.

두 줄기의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마침내 결말에 이르러 절묘한 방식으로 합쳐지며 작품의 진정한 주제를 담보한다. 흡사 두 지류의 강물이 하나의 길고 거대한 강줄기로 합쳐지며, 수면에 무수히 반짝이는 진실의 빛을 띄우는 것처럼.

 

“망가진 도시에 관한 강렬하고 우수 어린 소설.”

_〈워싱턴포스트〉

 

연쇄살인에 대한 추적으로 시작하여, 긴 강줄기처럼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리를 따라 흐르는 것은 결국 험난한 폭로의 여정이자, 궁극적으로는 희망의 고해다. 《길고 빛나는 강》의 주인공 미키 피츠패트릭은 마약으로 인해 처참하게 망가진 도시와, 그 거리의 ‘밝은 그림자’ 속에서 소외된 채 마약으로 죽어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연민과 애증의 모순된 시각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그것은 작가가 필라델피아라는 도시에 가진 사랑만큼이나 큰 현실에의 안타까움이 절절히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소설의 집필 계기로 추정되는 그러한 애증은 곧 필라델피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 그리고 도시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가족들의 서사로 확장돼 도시의 운명과 궤를 같이하는 하나의 거대 우화가 된다. 그리하여 소설은 다만 현실의 고발이나 폭로에 그치지 않고, 치유와 회복을 위한 힘겹지만 희망찬 한걸음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길고 빛나는 강》은 의문과 서스펜스로 가득한 범죄소설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필라델피아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하여 그것에 속한 인간들이 망가뜨린 도시의 이야기를 도시 스스로 들려주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자기 고백처럼 보이기도 한다. 치부의 폭로는 곧 회복과 치료의 단초가 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작중 성 노동자 여성의 용기 있는 고발과 미키의 폭로는, 그것이 비록 희생이라는 고통을 수반하기는 했으나 끝내는 죽어가는 도시의 회생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지는 것일 테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

강렬한 감정적 파장을 일으키는 범죄소설

 

소설 속에서 주인공 미키는, 망가진 필라델피아를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마을에 비유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데리고 간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말이다. 작가는 《길고 빛나는 강》을 통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마약에 중독되어 사회적 약자로서 범죄의 피해자로 손쉽게 전락할 수 있는 중독자들에 대한 관심을 아울러 촉구하고 있다. 망가진 도시의 환부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은 채 외부의 유행이 침투해 도시의 표면만을 봉합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대목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 또한 생각해보고 곱씹어보아야 할 문제다.

 

<저자 소개>

리즈 무어Liz Moore

음악가로 활동하다 장편소설 《모든 노래의 말들 The Words of Every Song》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2년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 《무게》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국제 더블린 IMPAC 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이는 2014년 로마 문학상 수상의 쾌거로 이어졌다. 2016년에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화제작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표하여 세계적인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열렬한 반응을 각국 독자들로부터 이끌어냈다. 현재 필라델피아 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소개>

이나경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르네상스 로맨스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샤이닝》, 《어떤 강아지의 시간》, 《그림 슬리퍼》, 《로그 메일》,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 《세이디》, 《마이 러블리 와이프》, 《사라지는 대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