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제주도 대정읍 영락리 큰산물

명불허전 대물 부시리와 잿방어 천국,
올해는 더욱 큰 놈들이 찾아왔다!

김진현 기자




지난 9월 30일, 제주도 대정읍 영락리에 있는 큰산물 갯바위에서 이경일 씨가 130cm 잿방어를 걸어 파이팅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는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갯바위 낚시터가 있었다. 바로 ‘큰산물’이라고 불리는 포인트가 그곳이다.

큰산물이란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용천수가 아주 많이 흘러 나온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이곳에서는 국내 최대 크기의 부시리와 잿방어가 여러 마리 배출 되었다.

큰산물에서는 예전부터 미터급 부시리가 종종 낚였지만 장비가 부실했던 당시에는 입질을 받아도 놓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미터급을 훌쩍 넘기는 초대형 부시리와 잿방어가 낚이기 시작했는데, 낚시인들은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해수온의 상승을 그 이유로 꼽는다. 더불어 큰산물 바로 뒤에 있는 광어 축양장에서 주기적으로 폐광어 치어를 방류하기 때문에 그것을 먹기 위해 대물들이 1년 내내 낚이고 있다.

지금까지 큰산물에서 낚인 150cm 오버 부시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형 잿방어인데 지난 2020년 9월에는 제주 낚시인 전영일 씨가 152cm 잿방어를 낚아 화제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잿방어는 국내 기록이 110cm에 머물렀기에 선상에서도 낚기 어려운 대물을 갯바위에서 낚았다는 점에서 마니아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나날이 발전한 장비의 역할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없던 대형 부시리가 낚이는 현상은 제주도만의 일이 아니다. 전남 완도의 여서도, 경북 울진의 왕돌초, 경남 거제의 홍도․구을비도에서도 2020년 이후 160cm가 넘는 부시리가 낚였다. 하지만 150cm가 넘는 잿방어가 낚인 곳은 제주도 영락리의 큰산물이 지금까지도 유일하다. 더구나 타 지역은 모두 선상낚시로 낚았지만 큰산물에서는 갯바위에서 낚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현섭(좌) 씨와 이경일 씨가 취재 당일 낚은 조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대물 부시리와 잿방어 산지로 유명한 영락리 큰산물. 물이 흘러내리는 곳을 큰산물이라고 부른다.




돌돔대 장비에 30000 스피닝릴 사용

지난 9월 28일, 서귀포 영락리에 거주하고 있는 ‘대물꾼’ 정현섭 씨로부터 “153cm 잿방어를 낚았다”는 제보를 받았다.

하루 전인 27일에는 영락리 현지 낚시인 ‘대물헌터(닉네임)’ 이경일 씨가 151cm 잿방어를 낚았다고 한다. 단기간에 큰 잿방어가 두 마리나 낚였다는 소식에 지난 9월 30일 현장 취재에 나섰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40분. 차에서 내려 포인트로 가보니 마침 이경일 씨가 한창 파이팅을 벌이고 있었다. 큰 놈이 수중여에 박혀 애를 먹고 있었는데 10분 정도 힘을 더 겨룬 끝에 140cm가 넘는 부시리를 올렸다.

정현섭 씨를 만나 최근 큰산물 상황과 장비, 채비에 관해 물었다.

“9월 27일에 이경일 씨가 낚은 151cm가 올해 첫 잿방어이며 제가 낚은 153cm가 두 번째입니다. 잿방어는 9월부터 11월까지 낚이는데 150cm가 넘는 대형 잿방어가 이틀 연속 낚인 것은 처음입니다. 부시리도 여름 내내 낚이지 않다가 9월 말부터 입질했는데 요즘은 미터가 훌쩍 넘는 굵은 씨알이 주종으로 낚입니다.”

정현섭 씨는 안테나식 돌돔대를 쓰고 있었다. 신신 북서풍 20-525A 로드에 30000번 스피닝릴, 15호 합사(20호를 주로 쓰지만 정현섭 씨는 라인을 300m 감기 위해 15호 사용), 목줄은 40호를 썼다. 찌는 큰 미끼를 달아도 가라앉지 않도록 30호 크로켓찌(대형 원투낚시용 찌)를 썼으며 부시리 20호 바늘에 미끼는 살아 있는 손바닥 만 한 새끼 광어를 사용했다. 살아 있는 새끼 광어는 양식장을 운영하는 지인을 통해 구입하며. 기포기를 틀어 오래 살려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섭 씨의 장비. 낚싯대는 신신 북서풍 20-525A.


낚싯대를 거치하기 위해 설치한 받침대와 15호 합사를 감은 30000번 스피닝릴.


채비가 입질지점을 벗어나지 않도록 원줄을 고무줄로 고정해 두었다. 입질이 오면 원줄이 풀려나간다.


미끼로 사용하는 새끼 광어. 손바닥만한 크기가 좋다.


30호 크로켓찌. 크로켓은 상표명이며 원투낚시용 대형 스티로폼 찌다.


굵은 목줄을 묶기 쉽게 구멍바늘 20호를 사용한다.


바늘에 광어를 꿰고 있는 정현섭 씨.




입질 후 바로 맞서면 백전백패

낚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큰산물에서 물이 내려오는 곳에 자리를 잡은 후 채비를 내려 전방 20~30m 앞에 있는 수중여 주변에 미끼가 흘러들게 하면 끝이었다. 채비가 수중여를 벗어나지 않도록 일정 거리에 도달하면 원줄이 더 풀리지 않도록 로드에 감은 고무줄에 원줄을 고정했다. 단, 좁은 장소에서 여러 명이 채비를 흘리기 때문에 낚싯줄이 엉키지 않도록 해야 하며 누군가 입질을 받으면 얼른 채비를 걷어내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한다.

오전 11시쯤 되었을까? 140cm 부시리를 낚은 이경일 씨가 다시 입질을 받아 파이팅을 시작했다. 입질을 받은 직후에는 드랙을 조금 풀어 고기가 달아나게 하며 힘을 뺐고 어느 정도 멀어지면 차츰 릴링을 시작했다. 멀리서 ‘밀당’을 해야 낚싯줄이 수중여에 쓸려 터지는 일이 생기지 않으며, 초반에 강제로 제압하려 들면 십중팔구 채비가 터지거나 낚싯대가 부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일 씨는 여유 있는 파이팅 자세를 취하며 대상어의 힘을 뺐고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자리를 이동해 랜딩을 시도했다. 랜딩은 혼자서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주변 낚시인이 아가미에 가프를 걸어 올려준다. 예전에는 가프로 고기를 찍어 올렸으나 그렇게 하면 고기가 금방 죽는 것도 문제지만 잔인하다는 이유로 가프 갈고리를 아가미에 걸어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경일 씨가 올린 것은 130cm급 잿방어. 실제로 보니 부시리에 비해 ‘빵’이 매우 컸다. 참고로 같은 크기라면 부시리가 지구력이 훨씬 강하고 초반 스피드는 잿방어가 앞선다고 한다.




부시리를 끌어올릴 때 사용하는 가프.


정현섭 씨가 채비를 흘리며 낚싯대로 라인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잿방어를 히트해 파이팅하고 있는 이경일 씨.


큰산물 포인트에 서서 채비를 흘리는 낚시인들. 갯바위 뒤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용천수와 인근 양식장 방류수가 섞인 것이다.


입질을 받은 낚시인이 파이팅을 하고 있다.




이경일 씨, 10월 4일에 170cm 잿방어 견인

이경일 씨가 잿방어를 올린 직후 바로 옆 낚시인이 입질을 받았으나 원줄이 쓸려 끊어지고 말았다. 입질 받는 위치가 좋지 않으면 원줄이 수중여에 쓸려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이경일 씨는 낚은 잿방어는 꼬리를 밧줄에 묶어 갯바위 웅덩이에 넣어 두었다.

새끼 광어를 바늘에 꿰어 채비를 다시 흘렸는데 금방 입질을 받아냈다. 낚싯대 휨새를 보니 이번에도 미터가 훌쩍 넘는 대물로 보였다. 부시리가 낚일까, 잿방어가 낚일까 기대하고 있으니 10분 정도 지나 130cm가 넘는 부시리가 올라왔다.

취재 당일은 물때가 좋은 날이 아니었다. 동 틀 시각이 간조라 아침 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다행히 중들물부터 입질이 시작된 것이었다. 정오를 지나 해가 중천에 뜨면 조과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 그렇다면 해질녘을 다시 노려야 하지만 해질녘에도 간조가 걸려 사실상 낚시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정현섭 씨와 나는 정오 지나 철수했다. 철수 길에 정현섭 씨 집에 들러 며칠 전 낚은 153cm 잿방어의 갈비뼈를 볼 수 있었다. 생긴 것은 코끼리의 상아 같았고 크기는 칫솔만했다. 생선뼈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굵었는데 석공예작가로 활동하는 정현섭 씨는 뼈로 목걸이를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기자는 철수 후 정현섭 씨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전달 받았다. 취재 다음날 정현섭 씨가 150cm 잿방어를 또 낚았고 그 다음날은 이경일 씨가 길이 170cm, 무게 48kg짜리 잿방어를 낚았다고 했다. 일본 잿방어 기록은 길이 2m(어탁 기록), 무게는 80kg이라고 하는데 머지않아 그 기록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170cm 잿방어는 <대어> 기사 참조.


내비 입력 영락리 2157-1




130cm 부시리를 갯바위로 올리고 있는 이경일 씨.


영락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돌고래 무리.


정현섭 씨가 낚은 153cm 잿방어의 갈비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