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47회)
다양성이 사라진 시대(1)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싱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낚시도구 특히, 릴은 고가의 사치품이 아니라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으로 대중화가 되었다. 하지만 릴의 성능 발전을 이끌었던 소규모 릴 메이커들이 하나둘 사라지게 만드는 역효과도 낳았다.
시대가 바뀌고 일본제 릴이 전세계 낚시 시장을 점령한 이후, 릴 선택에 다시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듯했으나 낚시 시장은 다시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일본의 중소기업 五十鈴의 베이트캐스팅릴. 품질이 매우 좋아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산업혁명 이후에 발달한 낚시도구로 릴을 꼽을 수 있지만, 당시에 릴을 사용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계층은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귀족이거나 부유한 신흥부호 정도로 릴은 고가의 사치품이자 최신 발명품에 해당했다고 말할 수 있다. 릴의 개발과 개량은 이렇게 자금력이 있는 부자와 기술자의 합작품이었고, 릴을 직접 사용해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규모가 큰 유통회사나 대량생산이 가능한 회사가 등장하면서 릴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낚시도구의 대중화가 가속되었고 낚시인들이 고가품보다는 대량 생산품을 선택하게 되면서 미국에서만 해도 수백 개가 넘던 개인 공방 수준의 릴 제조회사는 이를 시점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독특한 성능과 개성적인 디자인을 자랑했던 그때의 브랜드는 현재,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1950년대 이후에 생겨나긴 했으나 소규모 브랜드가 미국, 이탈리아, 일본에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아직도 있기는 하다.

미국의 Zeebaas 스피닝릴. 서프캐스팅용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다.

미국의 Visser 스피닝릴. 몇 년 전에 새로 등장한 브랜드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라져간 수많은 릴 브랜드
낚시용 릴의 진화과정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릴의 발명과 제품화는 영국에서 비롯되었고 산업혁명을 거치며 발전은 가속되었다. 20세기 들어 스피닝릴은 유럽에서 진화, 양축릴은 미국으로 수출되어 베이트캐스팅릴로 트롤링릴로 진화를 거듭했다.
1950~60년대를 거치며 릴이 대중화되자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낚시도구의 무한 경쟁이 벌어졌다. 1970년대를 지나며 릴 제조의 중심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1980년대부터는 일본제 릴이 전 세계를 장악했다. 당시 일본에는 서로 경쟁하는 대형 낚시도구 회사, 릴 제조사가 여럿 있었고 1990년대까지는 세계의 낚시 시장에서 경쟁했지만, 2000년을 전후해서 모습이 달라졌다.
일본의 대형 조구회사가 사업을 접고 퇴장하기도 하고 경쟁에 밀리던 유럽과 미국의 회사가 하나의 유통회사에 매수되는 등 낚시도구업계의 판도가 크게 달라졌다.
현재, 릴을 직접 제조해 자사 브랜드로 유통하는 회사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일본의 ‘다이와(Daiwa)’와 ‘시마노(Shimano)’로 갈리는 2대 종합조구회사다.
각종 낚시도구를 생산, 판매하는 거대 낚시도구업체이다. 릴에 관해서는 다른 어떤 메이커도 범접할 수 없는 초일류의 규모와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둘째는 미국의 대기업 소속 브랜드다. 여기에는 현재 2회사가 있는데, ‘시카모어 파트너스(Sycamore Partners)’와 ‘래더 아웃도어즈(Rather Outdoors)’가 산하에 낚시도구 브랜드를 여럿 가지고 있다.
시카모어 파트너스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 전문 사모펀드 회사로 유명한 ‘퓨어피싱(Pure Fishing)’을 소유한 지주회사다. 퓨어피싱 산하에 릴 브랜드만 보더라도 ‘펜(Penn)’, ‘ABU가르시아(ABU Garcia)’, ‘미첼(Mitchell)’, ‘핀노어(Fin-nor)’, ‘반스탈(Van staal)’, ‘플루거(Pflueger)’, ‘셰익스피어(Shakespeare)’, ‘하디(Hardy)’ 등이 있다.
래더 아웃도어즈 산하의 릴 브랜드는 ‘제브코(Zebco)’, ‘퀀텀(Quantum)’, ‘루(Lew’s)’ 등이 포진해 있다.
셋째는 소규모의 중소기업 브랜드다. 릴 제조를 직접 공방에서 소량씩 생산하는 마치 장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거 20세기 초반의 릴 생산 모습과 비슷하다. 미국의 ‘애큐레이트(Accurate)’, ‘아베트(Avet)’, ‘지바스(Zeebaas)’, ‘비져(Visser)’, 이탈리아의 ‘알루테크노스(Alutecnos)’, ‘에베롤(Everol)’, 일본의 ‘이스즈(五十鈴)’, ‘켄 마츠우라(Ken Matsuura)’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에도 몇몇 메이커가 있다.

일본 五十鈴의 클로즈드페이스릴 발매를 알리는 지난해 광고.

이탈리아 Everol의 1958년 광고. 당시부터 현재까지 수제품 트롤링릴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Alutecnos의 카탈로그. 트롤링릴과 바다용 플라이릴을 제조하는 브랜드이다.
릴을 생산, 자사 브랜드로 유통하는 회사는 3가지 부류
다이와, 시마노 이외에 대만의 ‘오쿠마(Okuma)’를 더해서 3대 메이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최근 오쿠마는 다른 기업에 유럽에서의 상표권을 넘긴 일도 있고 다이와, 시마노와 비교하면 직접 제조하는 릴은 상대적으로 소규모다.
퓨어피싱은 미국의 재벌기업인 뉴웰 러버메이드(현 Newell Brands Inc.) 산하에 있던 시절부터 과거에 유명했던 미국, 유럽의 아웃도어 관련 브랜드를 싹쓸이라 할 정도로 흡수했다. 그러나 브랜드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도태시키는 모습도 보이는데, 과거 최고 명성의 스피닝릴 ‘미첼’과 최고급 트롤링릴의 대명사 ‘핀노어’ 상표를 단 릴이 단종, 퓨어피싱 홈페이지에서 브랜드명마저 사라졌다. 나머지 브랜드도 점차 정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중소기업 브랜드의 릴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적인 릴이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A/S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약점이다.
실제로 많은 릴이 1990년대부터 시마노, 다이와를 따라가려 하다가 개성을 잃고 시장에서 퇴장하였다. 명성을 날리던 유럽 브랜드는 이때쯤에 미국회사인 퓨어피싱에 흡수되었고 일본에서도 ‘료비(Ryobi)’와 ‘마미야OP(Mamiya-OP)’ 등이 조구사업을 접었다.
시장경제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먼저인지 생산자의 선택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지만, 릴 제조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으로 설계, 생산하는 회사가 그만큼 줄었고 낚시인의 선택지도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릴 획일화가 진행되고 말았다.
현재, 소비자가 릴을 선택할 때, 최고급 제품이라면 시마노, 다이와 이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 중저가의 릴 중에서 시마노, 다이와와 경쟁을 할 수 있고 그래도 정체성을 가지고 남아 있는 릴 브랜드라면, 미국 브랜드 ‘펜’, 그리고 얼마전 스웨덴 공장이 폐쇄되고 스웨덴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ABU가르시아’정도일까?
성능보다 개성미, 획일화 반대의 주장이 강한 낚시인이라면 중소기업의 릴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의 Everol 트롤링릴.

이탈리아의 Alutecnos 트롤링릴과 지깅릴.(카탈로그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