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탄금호 월상둠벙

수위 내려갈 때가 월척 찬스라더니…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저, 탑레저, 태흥 필드스탭

월상둠벙에서 바라본 조정지댐.

두 번째 출조에서 홍순진 씨가 올린 허리급 월척.

월상둠벙의 밤 풍경.

필자가 두 번째 출조에서 올린 조과.

지난 5월 15일 찾아간 곳은 탄금호 내에 있는 종포수로였다. 이곳은 지난해 찾아 뒷북을 쳤던 곳으로, 시기를 맞춰 찾아왔지만 수초 형성이 좋은 곳은 장박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그 외의 지역은 수초가 사라져 맨땅이 되어 있었다. 마침 종포수로 앞에서 팬션을 운영하며 수시로 낚시를 즐기시는 사장님이 물가에 계시기에 조황을 물어보니 예년과 다르게 충주댐에서 물을 조금씩 줘 입질 보기가 어렵다는 말했다.

물을 조금씩 준다는 것은 충주댐의 방류량이 예전 같지 않다보니 수위가 많이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 때문에 수로로 붕어들이 들어오지 않아 조황이 좋지 않다는 것. 그 말을 듣고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조정지댐으로 가던 중 넓은 둠벙 형태의 수로를 보게 되었다. 그중 한곳을 찾아 들어가니 주차공간도 있고 수초 형성이 좋아 그곳에서 하룻밤 낚시하며 탐사를 해 보기로 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지만 뒤에 알고 보니 월상둠벙이라는 곳이었다.

물때는 맞췄는데 시기가 안 맞아

월상둠벙은 조정지댐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연안으로 수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어 하룻밤 묵어갈 포인트로 정했다. 일단 수심 체크를 해 보니 50cm 내외로 너무 얕아 망설이고 있는데 현지인인 듯한 분이 오셔서 “수심은 얕지만 물이 들어오면 수심이 깊어지고 앞쪽 수초 사이를 공략하면 짧은 대에서도 대물 붕어가 나온다”며 낚시해보라고 알려주었다.

이분은 건너편 논둑에서 두 달째 릴낚시를 하고 있다기에 조황을 물어보니 이틀 동안 4짜 중반 붕어 6수를 낚았다고 했다. 그 전에는 3kg짜리 대형 붕어도 낚았다고 했는데 길이를 물어보니 재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50cm를 넘기는 것 같다는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동출자 홍순진 씨가 먼져 포인트를 정하고 하룻밤 낚시를 하자고 했다. 필자 또한 서둘러 자리를 잡고 대 편성을 시작하였다. 짧은 대 위주로 2.0칸부터 3.0칸까지 11대를 편성하였다. 미끼로는 옥수수어분글루텐과 옥수수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위는 더 낮아졌고 30cm까지 내려가니 바닥이 다 보이고 찌는 몸통까지 보이는 상태라 낚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낚시도 못하고 푹 쉰 뒤 일찍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충주댐에서 방류를 했는지 수위가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수위가 어느 정도 올라 찌를 세울 수 있어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하였다.

밤이 깊어가며 수위는 80cm까지 올랐지만 기대했던 입질은 전혀 없었다. 저녁 무렵 인근에 있는 ‘이박사낚시’ 사장님에게 전화 해 “지금 월상둠벙에 있다”며 상황을 이야기 하니 “시기가 좋지 않은 때에 왔다”며 아침에 배수를 하니 그때 집중을 하면 붕어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 주었었다.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키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벽 4시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시 찌를 세우며 살펴보니 수위는 안정을 이룬 채 바람 한 점 없어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얼마 후 왼쪽 2.4칸 대의 찌가 처음으로 솟아올랐다. 급하게 챔질하니 밖으로 치고 나가며 강하게 저항했다. 짧은 대라 강제집행하여 무사히 뜰채에 담았고 계측자에 올려보니 33cm에 살짝 모자라는 월척 붕어였다. 붕어가 나오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멋진 체구의 충주호 붕어가 아니어 다소 실망했다.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아침이 되면 배수를 하고 이때가 피크 타임이라고 한 말이 생각나 긴장했다. 이때 옆자리의 홍순진 씨도 챔질을 했고 월척 붕어 한 수를 올렸다. 어렵게 붕어 한 수씩을 만나고 나니 다시 배수가 됐다. 수위가 낮아지기를 기다렸지만 더 이상은 배수를 하지 않아 아쉽지만 그대로 철수했다.

철수하며 건너편 릴낚시를 하시는 분들을 찾아가 붕어를 구경하자고 하니 살림망을 보여 주었다. 그 안에 4짜 허리급 이상 붕어 6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 붕어를 보고 나니 욕심이 생겨 홍순진 씨와 빠른 시기에 다시 찾아오기로 했다.

조정지댐은 충주호 수위 조절용 보조댐

1985년 충주댐과 함께 건설된 탐금호(조정지댐)는 충주댐 방류 시 갑자기 불어난 물로 인한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보조댐이다. 충주댐에서 방류한 물을 일단 저장하여 일정하게 방류하는 동시에 발전도 하는 인공호수이다.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와 금가면 월상리를 가로 막아 건설되었으며 길이는 약 15km, 폭 250~600m 면적 6.2평방미터 규모이다.

탄금호 안에는 입석낚시터가 있고 월상둠벙, 종포수로, 용머리수로, 바람부리 등의 유명 낚시터가 있다. 그중 우륵대교 부근 본류권은 주차가 쉽고 나무 그늘이 많아 낚시인들보다 캠핑족들이 더 많이 찾는다. 주차 후 3보 포인트도 많아 늘 낚시인들이 붐비고 있다. 대단위 인원이 모이는 낚시대회도 수시로 열리는 등 낚시인들에게는 축복받은 땅이다.

이번에 찾은 월상둠벙은 조정지댐에서 약 6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배수 후에는 수심이 30cm 정도로 얕지만 물이 들어오면 1m를 넘기는 수심을 보인다. 이때 대물 붕어를 만날 수 있다. 충주댐의 영향으로 수위 변화는 일정치 않으며 하루 한두 번의 배수가 이루어진다.

중앙탑 부근 막국수 맛집 들러볼 만해

지난 5월 21일 드디어 기대했던 월상둠벙을 다시 찾았다.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충주에 이르니 이제야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홍순진 씨가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장비를 나르기 시작했다. 필자는 릴낚시 하시던 분의 조언에 따라 포인트를 정하고 역시 짧은 대 위주로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대편성 중에 멋진 찌올림이 있었고 7치 정도의 발갱이와 6치 붕어가 연속으로 올라왔다. 순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2.2칸부터 4.0칸까지 모두 12대를 편성했다.

이곳은 지난번 낚시했던 곳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물을 퍼올리는 양수장으로 들어가는 수로라 그런지 수심 1.5m를 보이고 있었고 수위가 오르면 2m를 넘기는 깊은 수로였다.

대편성을 마치고 나니 한여름을 맞은 듯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은 낮 최고 기온이 31도에 이를 만큼 올해 들어 가장 더웠던 날이었다. 아침에 배수가 되었지만 별다른 입질은 없었다. 수위가 낮아질 때 입질이 들어온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듯했다.

점심 때가 되어 점심 식사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너무 더워 인근의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중앙탑 부근에는 소문난 막국수 맛집이 많다. 낮 12시가 조금 넘어 목적한 식당에 도착해보니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였고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다른 집을 찾아가니 자리가 있었고 그곳에서 막국수 한 그릇을 시켰다. 이곳 막국수는 닭고기와 이름 모를 새순을 넣어 비벼 먹는 것이 특징이다. 춘천 막국수와는 완전히 다른 맛과 색깔을 내고 있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낚시를 이어 갔지만 잔챙이 붕어와 발갱이 그리고 블루길까지, 반갑지 않은 녀석들만 나왔다.

충주호 방류량 해가 갈수록 줄어 조과에 악영향

저녁 무렵이 되자 다시 수위가 오르기 시작하였고 물이 올라오며 부유물이 따라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부유물들은 수문 앞에 쌓이기 시작하였고 점점 많아지며 찌를 끌고 다녀 결국 낚싯대를 들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방해물은 또 있었다. 잉어의 산란이 시작된 것이다. 수초가 있는 곳마다 잉어의 산란으로 물결과 소란이 일었다.

부유물 때문에 밤낚시를 전혀 하지 못하고 새벽 1시에 일어나 보니 부유물이 어느 정도 떠내려가 있었다. 다행히 이때부터 다시 찌를 세울 수 있었다.

얼마 뒤 오른쪽 짧은 대에 입질이 있었고 챔질하니 옆으로 차고 나가며 강한 저항을 했다. 지금껏 나온 붕어와는 다른 저항을 하기에 ‘드디어 4짜 한 마리 만나나?’ 했지만 뜰채에 담긴 붕어는 그저 허리급의 월척으로 보였다. 계측자에 올리니 36.5cm이르는 허리급 붕어였다. 새벽 2시가 지나며 다시 한 번 입질이 있었고 이번에는 32cm의 월척 붕어였다.

그렇게 2마리의 붕어를 잡고 나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동이 튼 이후에도 잉어들의 산란은 이어졌고 좌대를 치고 다니는 잉어들도 있었다. 이날도 저녁 무렵 수위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50cm가량의 수위 변화가 있었고 아침이 되니 수위가 낮아졌다. 배수할 때 집중해 보았지만 이렇다 할 입질은 없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도로 위의 둠벙을 살펴보았다. 이곳에는 몇 동의 텐트가 놓여 있었고 꾼은 보이지가 않았다. 불법좌대였다. 좋은 포인트를 독점하려고 만든 시설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상류로 조금 더 올라가 보니 수초 형성이 좋은 포인트가 있었고 그곳에서 낚시 중인 분이 있어 조황을 물어보니 역시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도로변 수초 부근에서 낚시 하시는 분이 또 있어 이곳의 상황을 물어봤다. 바로 인근에 사는 현지인이었다. 그는 산란기 무렵과 6~7월 장마 때 대박이 있지만 현재는 아니니 철수하고 큰비가 온 뒤 다시 오라고 조언해주었다. 아울러 첫날 들었던 것처럼, 요즘은 충주호에서 주는 물이 예전보다 적어 붕어들이 얕은 수심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번 출조를 기약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와 낚시를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입질은 없었다. 다시 어둠이 찾아왔고 캐미를 밝히니 부유물도 없어 낚시하기 더없이 좋았다. 하지만 잔챙이 입질도 없었다.

잉어들만 이날도 바쁘게 돌아다니며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새벽에 잔챙이 붕어만 한 수 만나고 날이 밝았다. 릴낚시를 하시는 분들도 이날은 붕어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동행했던 홍순진 씨도 겨우 월척 붕어 한 수만 만났을 뿐 잔챙이 붕어만 설쳤다고 말했다. 큰마음 먹고 대물붕어 얼굴 한번 보자고 다시 찾았던 월상둠벙은 그렇게 우리를 외면했다.

이번 출조에서 우리는 충주댐에서 하루 한 번씩 발전을 위한 방류를 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방류한 물은 2시간 후 탄금호에 닿게 된다. 매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번 출조 때는 저녁 무렵 수위가 오르고 늦은 밤 만수위가 된 뒤에는 새벽에 다시 수위가 내려가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충주댐이 배수를 멈추면 탄금호도 수위가 낮아지는데 붕어들의 활동은 이때가 가장 활발하여 입질 받을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운이 없는지 우리가 출조한 당시에는 그런 공식이 들어맞지 않았다. 큰비가 내린 뒤 다시 한 번 찾기로 하고 아쉬운 철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