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보도]

지난 5월부터 남해안 산란 무늬오징어를 취재하다가 최근에 충격적인 정보를 들었다. 바로 마산 내만에 있는 구산면 저도~심리 일원에서 무늬오징어가 낚인다는 것. 그것도 자잘한 씨알이 아닌 2kg이 넘는 대형 무늬오징어가 낚인다는 소식이었다.

마산 저도와 구산면 심리(저도와 구산면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진해만과 더불어 경남권에서도 가장 깊숙한 내만에 있다. 많은 배가 정박하는데다가 생활하수와 공장하수 그리고 하천도 흘러들기 때문에 무늬오징어 서식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국내에 에깅이 보급될 당시 ‘무늬오징어는 민물을 좋아하지 않고 오염됨 지역에서 살 수 없다’는 얘기가 정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이미 지난 2022년 10월, 마산 저도 맞은편에 있는 고성 내산리에서 무늬오징어를 낚은 경험이 있었다. 라팔라 필드스탭 박상욱 씨와 함께 비록 감자 씨알이지만 무늬오징어 취재에 성공했다. 그 기억에 비추어 볼 때 마산 구산면 일원에 무늬오징어가 있을 확률은 매우 높았다. 하지만 가을에 잔챙이 무늬가 낚인다고 해서 산란철에 2~3kg 무늬오징어가 낚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반면, 열쇠고리만한 아주 작은 무늬오징어가 있다면 주변에 산란터가 있다고 가정할 수 있어 이번 기회에 마산 구산면 무늬오징어 취재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올해 5월 5일에 처음 무늬오징어 발견

마산 구산면 무늬오징어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은 통영 낚시인 박종경 씨를 통해 들었다. 가물치낚시를 전문으로 해온 박종경 씨는 최근 10년 정도 바다 루어낚시에 ‘올인’했다. 특히 가물치를 쫓던 그 열정으로 무늬오징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고, 급기야 기자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매년 수십 차례에 걸쳐 남해안으로 출조한 결과 지난 6월에 남해 초전방파제에서 킬로오버 무늬오징어 떼를 만났다. 그 후 7월에는 마산 구산면 일대에서도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나는 8월에 현장 취재를 계획했으나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일정이 바뀌었고 지난 9월 1일에야 마산에 있는 뉴다경피싱호를 타고 구산면으로 나갈 수 있었다.

9월 1일 정오가 되어 박종경, 전하윤 씨와 함께 뉴다경피싱를 타고 마산 저도 아래로 향했다. 뉴다경피싱 김재익 선장은 “매년 9월 이후 11월까지 마산 저도와 거제 북부권에서 꾸준히 무늬오징어 팁런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많은 무늬오징어가 있다면 분명히 주변에 산란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올해 봄에 내만권을 탐사했습니다. 제가 저도에서 처음 산란 무늬오징어를 본 것은 5월 5일이었습니다. 그때는 수온이 낮고 물색도 좋지 않았지만 이미 무늬오징어가 저도 내만에 들어와 있더군요. 에깅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박종경 씨와 함께 7월에 생미끼로 노려보니 한두 마리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7월에는 꽤 많은 양이 낚였는데 그중에는 3kg짜리도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출조한 날이 9월 1일이라 시기가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구산면의 수온이 외해보다 낮은 상황이라 늦게 산란에 참여하는 대형 무늬오징어를 기대해 볼 만했다. 강원도 북부에 있는 삼척, 동해, 고성 지역도 8~9월에 산란이 많이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여차하면 잔챙이 무늬오징어라도 노리기로 했다.

비슷한 여건의 전남지역 낚시터도 개발 가능성 높아

선상에서 사용하는 무늬오징어 생미끼 채비는 4호 막대찌에 에깅 바늘을 달아서 만들었다. 육지에서 쓰는 채비와 동일했다. 차이가 있다면 큰 무늬오징어가 걸릴 것에 대비해 더 훅이 더 큰 것을 쓰고 목줄도 5호 내외로 굵게 쓴다는 것. 배에서 직접 낚은 용치놀래기와 전갱이를 미끼로 사용해 낚시를 시작했다.

오후에 썰물이 흐르는 동안에는 입질이 없었다. 큰 무늬오징어는 만조 전후에 연안으로 붙기 때문에 밤에 만조가 될 타임을 기다렸다. 지루한 시간을 5시간이나 보낸 후 드디어 만조가 되었고 어둑해진 저도 연안으로 채비를 날렸다. 낚싯배는 닻을 놓았지만 조류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위치가 바뀌어 김재익 선상이 계속해서 배 위치를 잡아야 했다.

포인트를 자세히 보니 저도 남쪽에 있는 물 내려오는 자리였다. 무늬오징어는 민물을 싫어한다는 속설은 이 포인트만 봐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한 입질은 오지 않았다. 작은 무늬오징어가 용치놀래기를 건드렸는지 용치놀래기 머리를 물어뜯은 자국이 있었지만 입질로 이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로 옮긴 포인트는 구산면 심리 앞 선착장 포인트. 이곳 역시 조류가 잘 흐르고 수심이 5~6m로 낚시할 여건이 좋았지만 입질이 오지 않았다. 큰 무늬오징어는 이미 다 빠졌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늬오징어 중에서는 산란에 참여하지 않고 가을까지 살아가는 큰 개체도 있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었다.

밤 10시가 지난 시각. 아무런 소득 없이 철수할 수는 없어 방파제 연안에서 에깅을 했다. 그랬더니 일명 열쇠고리만한 무늬오징어가 에기를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김재익 선장 말대로 5월에 연안으로 진입한 무늬오징어가 산란했고 그 알이 부화한 후 치어로 성장해 연안을 돌아다는 것으로 보였다. 에기를 흔드니 계란만한 무늬오징어가 물었지만 괜히 몸통에 상처만  내는 것 같아 얼른 방생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대형 산란 무늬오징어는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겠지만 마산 구산면 무늬오징어 출현이 주는 의미는 크다. 여수, 고흥, 해남으로 이어지는 전남권에도 마산 저도와 같은 산란터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뻘밭이라서, 물색이 탁해서, 민물 유입이 많아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전남 내만권 산란 무늬오징어 탐사를 미뤄왔는데, 몇 년 전부터 고흥 내만에서 작은 무늬오징어가 목격되었기에 머지않아 전남에서도 제주도 못지않은 대형 무늬오징어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가을에 먼 포인트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내만에서 손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조문의 마산 뉴다경피싱 010-9309-1087

저도 남쪽 물 내려오는 자리. 5월부터 대형 무늬오징어가 출현한 곳이다

마산 구산면 앞바다에 있는 양식장. 무늬오징어 중 일부는 양식장 줄에 알을 붙이기도 한다

전하윤 씨가 용치놀래기 미끼를 꿴 채비를 캐스팅하고 있다

용치놀래기 항문으로 바늘 침을 넣어 미끼를 꿴다

박종경 씨가 사용한 무늬오징어 생미끼 채비

연안낚시와 똑같은 채비를 선상에서도 사용한다

용치놀래기 머리가 무언가에게 뜯겨 나왔다

지난 7월 중순 박종경 씨가 뉴다경피싱호를 타도 출조해 낚은 킬로 오버 무늬오징어

선상 무늬오징어 생미끼낚시는 낚싯배 닻을 내린 후

낚싯배 난간에 낚싯대를 거치하고 입질을 기다린다

철수 후 낚은 계란 크기의 무늬오징어

경남 고성 내산리 일대. 고성 내만 연안에서도 무늬오징어가 잘 낚인다

마산 구산면-저도

가을 시즌 추천 에깅 포인트

저도-구산면 일대는 연안 지대가 높아 갯바위로 내려 가기 힘든 곳이 많다. 특히 저도는 남쪽 갯바위로 내려가기 위해 산을 넘어야 하므로 사실상 포인트 진입이 불가능하다. 대신 조류 소통이 좋은 갯바위나 큰 방파제를 선택하면 가을에 무늬오징어를 만날 수 있다.

■원전방파제

구산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방파제다. 포인트는 외항이며 방파제가 꺾인 자리와 콧부리가 좋다. 외항의 수심은 8m 이상으로 다른 곳에 비해 깊으며 조류 소통이 좋아 물때를 가리지 않고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구산면 심리 197-5

■설진방파제

원전마을과 실리도간 작은 도선을 운항하는 곳이다. 방파제에서 낚시하며 낮에는 사람이 많아 소란스러우므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출조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낚싯배를 타고 좌대로 출조할 수 있도 있다. 구산면 심리12-1

■저도 주차장 아래

구산면에서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연안 도로를 따라 걸어서 갯바위로 들어갈 수 있다. 수심이 얕기 때문에 낮에는 조과가 떨어지며 해가 진 후 만조 전후를 노리면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다. 구산면 구복리 산1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