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5월 4일, 낙동강에서 빈작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나에게 영천의 박성훈 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4월 21일에 영천 고경지에서 48.5cm의 대물 붕어를 낚았는데 그 이후로 잠시 잠잠하다가 어제부터 물색이 살아났다는 소식이었다.
서둘러 짐을 싸서 영천으로 이동했다. 경북 영천시 고경면 파계리에 있는 고경지(파계지)는 만수면적 약9만평의 계곡형 저수지다. 저수지 상류에서 제방까지의 길이가 1.7km에 달할 정도로 길쭉한 형태를 띠고 있다. 배스, 블루길, 가물치, 잉어, 붕어 등의 어종이 서식하며 서쪽으로는 도로, 동쪽으로는 가파른 산이 자리해 저수지 규모에 비해 낚시 자리가 많지 않은 게 흠이다. 낚시는 주로 최상류와 중류에서 이뤄지는데 차량 진입이 어렵고 주차공간도 많지 않아 포인트가 제한적인 편이다.

고경지 최상류에 자리 잡은 필자. 탁도가 매우 좋아 낚시 시작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대 펴는 와중에 월척과 4짜가 불쑥
오후 2시, 파계리 마을을 지나 저수지 최상류에 도착하니 보통의 존재들 카페 회원인 이한승 씨가 대편성에 한창이었다.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자신과 함께 낚시 온 지인이 방금 42cm 대물 붕어를 낚았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그 지인이 잠시 후 철수할 예정이니 나에게 그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지인에게 인사도 드릴 겸 그 자리로 가자 “자신은 충분히 손맛을 보았으니 빨리 자리를 잡으라”며 선뜻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뭔가 시작부터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이 나도 멋진 대물을 만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고경지 최상류는 고촌천과 만나는 부분이 ㄱ(기역)자로 꺾인 지형인데 이한승 씨는 동쪽 고촌천 방향으로, 나는 북쪽 제방을 바라보며 낚시를 시작했다.
대박이 시작되는 걸까? 낚싯대를 펴자마자 입질이 시작되었다. 정면으로 편 6.0칸 대에 옥수수 미끼를 달아 던지자마자 8치 붕어가 힘을 쓰며 나왔다. 탁도가 좋은 물색, 첨벙첨벙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붕어들, 붕어가 확실히 상류로 올라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당 1~2cm씩 배수가 진행 중인데도 붕어의 활성도는 좋았다.
이어서 왼쪽으로 3.6칸 대를 폈는데 투척 후 10분이 지나지 않아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과 동시에 제법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녀석은 딱 40cm의 대물 붕어였다. 기분 좋게 살림망에 붕어를 넣고 낚시를 이어갔다. 옥수수 미끼를 달아 던지자마자 입질이 들어와 대편성을 마무리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침 보통의존재들 카페 회원인 양현우 씨가 도착해 내가 낚싯대 펴는 것을 도와주었다. 나는 계속해서 붕어를 낚고 양현우 씨는 낚싯대를 펴 수심을 맞춰 나에게 전달해주는 식으로 겨우 대편성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초반부터 활발한 입질이 들어왔다.
3.2칸부터 6.0칸까지 총 12대를 편성했으며 수심은 1.2~1.8m였다. 계곡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완만한 경사의 지형이었고 바닥에서는 듬성듬성 마름 새순이 50cm정도 올라와 있었다. 대편성 할 때까지 나는 약 15수의 붕어를 낚았는데 7치에서 4짜까지 씨알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대편성을 마친 후 잠깐 소강상태가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36cm 월척 붕어가 얼굴을 보여주었다. 옆 자리에 앉은 이한승 씨는 85cm의 잉어가 걸려드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벽 1시30분에 솟구친 49.8cm
나는 오후 4시30분까지 낚시를 하다가 가족 모임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양현우 씨와 박성훈 씨가 내 자리에서 대신 낚시를 했다. 그런데 가족들과 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내 자리를 지키던 박성훈 씨로부터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다. 43cm의 대물 붕어였다. 내가 직접 잡지 못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더욱 큰 붕어도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기대감이 커졌다.
모임을 마치고 밤 9시가 되어서야 저수지로 돌아왔다. 전날 낙동강에서 날밤을 꼴딱 새는 바람에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태였지만 잠깐 쉴 틈도 없이 낚시를 이어갔다. 배수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낮과는 다르게 밤이 되자 입질 빈도가 훨씬 줄어들었다. 간간이 입질이 들어왔지만 모두 7~8치급이었다.
자정이 넘어가자 그마저도 입질이 뚝 끊겨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무거운 눈꺼풀을 견디지 못해 잠깐 잠이 들었는데 그때 박성훈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제 시작입니다. 새벽 4시까지는 절대 주무시면 안됩니다.”
나는 잠을 쫓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미끼를 교체하며 일부러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박성훈 씨의 예언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새벽 1시30분경, 낮에 4짜를 낚았던 3.6칸 대의 찌에 어신이 포착되었다. 대물임을 확신하고 조심스럽게 챔질하자 여태 낚았던 붕어들과는 전혀 다른 무게감이 전해졌다.
‘대체 뭐야? 붕어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비교적 짧은 대는 글루텐 미끼를 사용했기에 잉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깐 돌덩이를 건 듯한 무게감이 느껴지더니 정체불명의 녀석은 이내 별다른 힘을 쓰지 않고 순순히 수면 위로 얼굴을 보여주었다. 라이트로 녀석을 비추자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강력한 물파장을 일으키며 다시 물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잠깐 동안의 힘겨루기 끝에 뜰채에 담긴 녀석은 5짜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대물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계측자 위에 올려보니 지느러미 끝이 49cm를 조금 넘겼다. 꿈에만 그리던 498(사구팔) 대물을 드디어 만났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다.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입질을 받았지만 모두 작은 붕어들이었다.
배수 멈추면 또 한 번 대물사태 예상
날이 밝자 이번에는 밤새 조용했던 이한승 씨 자리에서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왔다. 40cm와 42cm 그리고 허리급 붕어들을 연달아 낚아냈다. 바로 옆인데도 입질 시간대가 확연히 다른 것이 정말 신기했다.
나는 7시20분에 올린 36cm 붕어를 마지막으로 낚싯대를 접기 시작했다. 내 자리를 대신 지켜주다가 다른 포인트에 자리 잡은 양현우 씨와 박성훈 씨도 준척급들로 진한 손맛을 봤다. 우리는 평생 다시 만나기 힘들 대박 조과를 사진으로 남기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 후 헤어졌다.
고경지는 5월 초 현재 산란 후 회복기를 거친 붕어들이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는 중이다. 하루에 20cm씩 배수가 이뤄지는 중에도 대물 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5~6월 배수기가 끝나고 안정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다시 한 번 대박 조황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비 입력 고경저수지 또는 경북 영천시 고경면 파계리 470

이한승 씨는 85cm나 되는 잉어를 낚았다.
대편성 중 올린 40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새벽 1시30분에 글루텐 미끼를 먹고 올라온 49cm 대물 붕어.

아침장에 36cm 월척 붕어를 히트한 필자가 진한 손맛을 즐기고 있다.
고경지에서 올린 49cm 붕어를 자랑하는 필자.
이 녀석으로 필자의 붕어 최대어 기록을 경신했다.

필자가 올린 조과. 49cm 포함 4짜 이상만 3마리,
월척 3마리에 여러 수의 준척을 올렸다. 낚은 붕어는 모두 방류했다.
출조에 동행한 이한승 씨가 양손에 4짜 붕어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4월 21일에 48.5cm를 올린 박성훈 씨.

이한승 씨가 잉어를 걸어 파이팅을 벌이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