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로로카본 낚싯줄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한 각종 가지채비
인류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Nylon)이 발명된 것은 1937년이다. 그 후 낚싯줄에도 합성섬유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40년대를 지나 1958년에는 미국의 듀폰 스트렌(Stren)에서 한 가닥으로 된 나일론 낚싯줄, 나일론 모노필라멘트를 상품화하였다고 지난 호에 소개하였다. 이 나일론 모노필라멘트야말로 낚시에 혁명을 일으켰고 이때부터 현대적인 낚시가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일론 모노필라멘트가 낚시인에게도, 어부에게도 급속도로 보급되고 10년쯤 지나 낚시에 대해서라면 최첨단을 달리던 일본에서 또다시 새로운 낚싯줄이 등장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로 플로로카본 낚싯줄이다.
채비의 최전방인 목줄에 적합한 성능을 가진 플로로카본
여러 가지 배낚시용 채비 중 다수확을 목적으로 하는 채비로 기둥줄에 가짓줄이 달린 것이 있다. 전갱이낚시나 열기낚시에 사용하는 일명 ‘카드채비’처럼 바늘 묶인 목줄이 여러 개 달린 채비를 말한다. 간단하게 기둥줄에 서너 개의 목줄을 나뭇가지처럼 달아놓은 것이 있는가 하면, 많은 것은 10개가 넘는 것도 있다.
물고기가 입질할 때 목줄이 유연하여 이물감이 적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가짓줄이 여러 개 달린 채비에서는 목줄이 너무 부드러우면 기둥줄에 목줄이 감기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가짓줄이 빳빳하다면 엉킴 없이 쾌적하게 낚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목줄은 바늘과 바로 연결된 채비 중에서 최전방에 위치하는 관계로 물고기의 입 안이나 주변 환경과 접촉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때 표면이 단단하고 강할수록 조과를 향상시킬 수가 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플로로카본 낚싯줄의 주요 용도는 이처럼 빳빳함과 단단한 특성으로 채비의 엉킴을 방지하고 마찰로 인한 끊어짐을 줄여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플로로카본(Fluorocarbon)이란 이름은 정확히 말해 잘 못 붙인 이름이다. 낚시인에게는 이미 익숙한 단어이므로 플로로카본은 낚싯줄이라고 바로 연상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낚시하지 않는 과학자들에게 물어본다면, 낚싯줄은커녕 합성수지도 아니라 기체나 액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즉 플로로카본이라는 것은 탄소(C)와 불소(F)가 결합한 유기화합물을 나타내는 총칭일 뿐 특정 물질을 이르는 말도 아니다. 여기에는 고체, 액체, 기체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 탄소-불소 유기화합물로 만든 낚싯줄을 처음 발매했을 때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나일론(Nylon)과 같이 상표명이나 대명사를 사용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엉뚱하게 플로로카본이란 원료로 만들었다고 발표했고 일본식 발음인 ‘후로로카본(フロロカーボン)’이 그대로 우리에게도 전파되어 플로로카본으로 굳어져 버렸다. 우리 국어 맞춤법에서 외래어 사용법으로만 봐도 Fluorocarbon은 ‘플루오르카본’이라 읽어야 맞고 그렇지 않는다면 ‘플루오린카본’이라든가 ‘탄화플루오린’이라든가 이렇게 표기해야 옳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플로로카본이라 이름 붙여져 낚싯줄로 만들어진 이 유기화합물의 실제 화학식 명칭은 ‘폴리불화비닐리덴(PolyVinylidine DiFluoride, PVDF)’이다. 나일론의 화학 명칭이 폴리아미드(Polyamide)인 것처럼 플로로카본의 정체는 이렇다. 이 합성수지는 아주 안정된 물질로 어떤 물질과도 화학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데다 내마모성, 내약품성, 내방사선성, 내자외선성 등 여러 상황에서 내구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는 물질이다.
필름 형태, 또는 판, 파이프, 실 형태로 만들어 반도체 제조장치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 식품공업, 전자, 의료 등의 기계부품에 사용하고 건물 외장 코팅제로도 사용하는 물질이다. 세계적으로도 이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5개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특수하다.
플로로카본줄을 처음 탄생시킨 일본 쿠레하화학
오늘날 우리 낚시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플로로카본 즉, 폴리불화비닐리덴(PVDF)을 사용해 처음 낚싯줄을 만든 회사는 일본의 ‘쿠레하화학(呉羽化學, KUREHA)’이었다. 일본의 중견 화학공업업체로 특수화학물질, 농약, 의약품 등이 주요 생산품이다. 1940년대부터 염화비닐을 생산하였고 1960년대부터는 식품 포장재인 랩을 만들어 보급해서 일본사람들에게는 친숙한 회사이기도 하다.
그런 회사가 1971년에 ‘시가(Seaguar)’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낚싯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형태는 나일론 모노필라멘트와 똑같은 한 가닥의 낚싯줄이지만, 그때까지 없던 새로운 소재로 만든 낚싯줄의 탄생이었다. 이때, 낚싯줄 성분을 ‘플로로카본’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생산한 회사가 바로 이 쿠레하화학이었다.
그 이후, 나일론 낚싯줄에 대비되는 낚싯줄로서 플로로카본이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고 시가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낚싯줄 시장에서 ‘나일론은 원줄용이고 플로로카본은 목줄용’이라든가, ‘나일론은 중저가 보급형 낚싯줄’이고 ‘플로로카본은 값비싼 고급 낚싯줄’로 취급하는 것처럼 낚싯줄의 종류를 크게 양분시킨 것은 쿠레하화학이 만들어 놓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플로로카본은 낚싯줄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올린, 클래식 기타, 우쿨렐레와 같은 현악기의 현도 PVDF, 통칭 플로로카본으로 만들고 있다.


▲ 쿠레하화학(呉羽化學, KUREHA)의 1970년대(상) 및 1980년대(하) 플로로카본 낚싯줄 광고.


▲ (상)쿠레하화학이 1960년대부터 판매한 가정용 랩. (하)최고급 목줄로 유명한 시가 브랜드의 각종 제품.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플로로카본 낚싯줄
플로로카본 낚싯줄은 나일론 낚싯줄과 비교해보면 외형은 똑같지만, 성질 면에서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 특징들은 어떨 때는 장점으로 또 어떨 때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양면성도 갖고 있다.
우선 비중이 아주 무겁다. 나일론 낚싯줄은 물에 뜰락 말락 하지만, 플로로카본 낚싯줄은 비중이 커서 물에 잘 가라앉는다. 나일론의 비중은 1.15 정도이나 플로로카본의 비중은 1.78에 달해 나일론 낚싯줄과 비교하면 가라앉는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 그래서 물살이 강한 포인트에서 사용하거나 채비를 빨리 가라앉혀야 하는 낚시에 편리하다. 그러나 무거운 만큼 베이트캐스팅릴에 원줄로 사용한다면 스풀을 무겁게 만들므로 백래시를 유발할 수 있다.
다음 특징은 단단하고 빳빳하다. 그래서 가지채비를 사용할 때, 목줄 엉킴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잘 펴지므로 직진성이 좋다. 작은 무게에는 잘 늘어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유연성이 떨어져서 릴에 잘 감겨 있지 않고 후루룩 풀려버리기도 하며 릴에 감아두고 오래 사용하지 않는다면 휘어진 채로 굳는 코일링 현상이 생길 수 있다.
표면이 단단한 만큼 마찰에 강하다. 수초나 나뭇가지 등과의 마찰에서는 끄떡없이 강함을 보여 수초나 해초를 극복하면 낚시하는 데 편리하다. 그러나 돌이나 수중 구조물처럼 단단한 것과의 마찰로 표면에 상처가 나면 쉽게 끊어질 우려도 있다.
빛에 대한 굴절률이 나일론 낚싯줄과 비교하면 조금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안 보이는 것은 아니다.
흡수율이 매우 낮다. 나일론 낚싯줄과 달리 물속에 오래 놔둬도 물이 거의 스미지 않아 강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낚싯줄로서 가장 큰 매력이다. 그밖에 자외선에 오래 노출돼도 끄떡없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플로로카본 낚싯줄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비싸다는 점이다. 원료 단계에서부터 나일론 낚싯줄에 비하면 아주 비싼 편이다. 또 하나는, 미리 언급한 바와 같이 원료 자체가 화학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매우 안정된 화합물이란 사실이다. 즉, 웬만해서는 삭아버리거나 분해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자연계에 버려진 플로로카본 낚싯줄은 영원불변, 1천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게 결정적인 단점으로 최근에는 PFAS(과불화합물)에 대한 규제가 유럽과 미국에서 검토 중일 정도이다.
낚시터 쓰레기 문제, 자연보호 등 환경 문제에 대해 낚시인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나일론, PE 낚싯줄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플로로카본 낚싯줄 사용에 대해 우리 낚시인은 무단투기 엄금, 폐낚싯줄 회수 등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쿠레하화학의 시가 브랜드 낚싯줄은 아시아에서와는 달리 미주지역에서는 골드라벨, 블루라벨, 레드라벨 등 색상으로 제품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