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어]

제주도에서 국내 미기록종
오렌지 스포티드 그루퍼Orange-spotted grouper 낚았다

유상훈 제주 베큠커피 카페 대표

▲ 위미 앞바다에서 올린 오렌지 스포티드 그루퍼를 들고 기뻐하는 필자.


지난 11월 20일, 늦은 시간인 오후 3시에 개인 보트를 타고 위미항 앞바다로 지깅낚시를 나섰다. 일반 낚싯배를 종일 타고 낚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개인 보트를 구입해 낚시를 즐기는 중인데 이날은 낚시 시간이 짧은 가까운 위미 앞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위미항에서 1km 떨어진 해상에서 동행한 후배는 타이라바, 나는 지깅을 시작했다. 우리가 1차로 목표한 어종은 방어. 조류는 양호하게 흘렀고 다행히 어탐기에 어군이 잘 나와 오늘은 꽤 재밌겠다 싶었다. 그러나 다시 배를 돌려 포인트로 진입하니 어군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우리는 점다랑어 2마리(방생)와 방어 1마리를 낚는 데 그쳤다.


붉바리도, 다금바리도 아닌 녀석의 정체는?

기대에 비해 적은 조과를 거둬 약간 김이 샌 터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흘리고 철수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채비를 내렸다. 그런데 지그가 땅을 찍자마자 원줄이 조류에 날려야 하는데 직선으로 나풀거리기만 해 라인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자 바닥은 아니고, 지그가 그물에 걸린 듯 채비를 묵직하게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부시리처럼 끌고 내달리는 느낌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대방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면 올릴수록 뭔가 엄청 큰 아령을 올리는 듯한 무게라 ‘혹시 방어의 옆구리에 걸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녀석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금바리를 연상시키는 어마어마한 머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녀석을 끌어내 배 위에서 살펴보니 언뜻 봐서는 붉바리도 닮아보였으나 어딘가 모르게 차이가 있었다. 정확히 계측해보니 크기가 78cm나 나왔다.

철수 후 인터넷에 나온 어종 사진을 비교하며 마라바리, 붉바리, 다금바리 등과 비교했으나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오렌지 스포티드 그루퍼(Orange-spotted grouper)라는 어종과 비슷하다고해 낚시춘추에 문의했고, 예상대로 오렌지 스포티드 그루퍼가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고기 사진을 본 어류학자 명정구 박사는 “국내에는 아직 미등록된 어종이다. 가까이는 오키나와 해역에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어종이다. 일본에서는 ‘차 색상 나는 둥근 바리’라는 뜻의 이름을 붙였다. 난류대 확산으로 인해 제주도 근해까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실물을 제보했으면 정식 등록과 더불어 우리식 이름도 붙여볼 만 했는데 다소 아쉽다”고 설명했다.


▲ 필자가 올린 오렌지 스포티드 그루퍼는 길이가 78cm에 달했다.

▲ 국내 미기록종인 오렌지 스포티드 그루퍼는 몸체에 오렌지색 점이 찍혀있는 게 특징이다.


부위마다 다양한 식감 느껴져

낚시를 20년 가까이 해왔지만 처음 보는 어종이고 앞으로도 평생에 이런 걸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귀한 고기일수록 가족에게 선물하자라는 생각에 집으로 갖고와 곧바로 해체(?)해 맛을 보았다. 씹을수록 쫀듯한 단맛이 아주 좋았고 흡사 생새우나 대게살처럼 오독거리는 식감도 일품이었다. 돌돔처럼 단단한 느낌은 아니지만 쫀득하고 오독거리는 식감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버릴 거 하나 없이 모든 부위를 다 맛보았는데 각 부위마다 같은 생선이 아닌 것처럼 여러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을 낚기 전에 올린 점다랑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바늘이 내장과 배를 관통한 것을 보고 제거한 후 방생했었다. 아마도 용왕님이 그 선의를 좋게 보시고 선물을 주신 것은 아닐까 싶다.


▲ 각 부위마다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던 오렌지 스포티드 그루퍼.


필자가 사용한 장비

로드 - 다이와 솔티가 J60HS

릴 - 시마노 스텔라 SW 8000HG

합사 - 아미고 지그스타 4호

쇼크리더 - 선라인 80LB

바늘 - 가마가츠 어시스트훅 4호

지그 - 시마노 킹슬래셔 180g 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