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호 채비로 긴꼬리벵에돔을 히트한 필자. 강풍과 너울을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고부력 채비로 입질을 받아냈다.
바쁜 일정과 장마로 출조지와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은 7월 중순. 며칠 출조를 하지 못하다보니 손이 근질하고 벌써 갯바위의 짠내가 그리워진다. 예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 하다가 통영 국도로 출조지를 정했다. 필자가 운영하는 피싱팀에이스 밴드에 번출 공지를 올리자 밴드 회원인 박규백 씨로부터 동출 전화가 왔다.
사실 수도권에서 남쪽까지 잠 못 자고 장거리 운전하며 낚시를 다니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아마 이날 동행할 사람이 없었다면 나도 출조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터인데 다행히 박규백 씨가 합류해 출조에 나설 수 있었다.
7월 15일 저녁 9시에 합류한 우리는 통영을 향해 출발했다. 이동하는 구간마다 소나기가 쏟아지고 바람도 제법 있어 낚시를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낚시 당일(6물) 오전부터는 예보가 나쁘지 않아 주의보 뒤끝의 대박 조황을 기대하며 달리다보니 어느새 통영 신신낚시에 도착했다.
새벽 3시10분경 급하게 밑밥을 준비하고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걸 산 뒤 다시 삼덕항에서 대기하고 있을 몬스터호로 향했다. 삼덕항에 도착하니 이 장마통 평일에도 많은 낚시인들로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소나기를 맞으며 짐을 몬스터호에 싣고 선실로 들어가니 옷도 다 젖고 선실 내 눅눅함으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우비만 벗고 선실 한켠에 누웠다.(참고로 몬스터호는 국도를 경유하여 소구을비도까지 가며 선비는 7만원이다)
▲ 삼덕항에서 출항하는 몬스터호.
장기 폭우로 텅텅 빈 명당들
새벽 4시에 삼덕항을 출발, 뱃길로 약 1시간 걸려 5시경 국도에 도착하니 전날 출조를 못해서인지 포인트가 모두 텅텅 비어있었다.
평소 같으면 부속섬인 진섬, 사이섬 일대 명포인트는 야영 손님들의 바통터치가 한창일 때인데도 말이다. 아침에 도착해보니 예보와 달리 강하게 부는 남서풍 영향으로 사이섬과 칼바위 사이로 넘어오는 너울이 위협적이었다.
‘이 너울에 배가 접안이나 할 수나 있을까?’ 걱정하는데 칼바위 야영자리에 배가 다다르자 정상민 선장이 우리를 부른다. 우리는 번개 같은 속도로 짐을 올리고 갯바위로 올라갔다. 갯바위에 올라서니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높은 너울은 갯바위에 부딪히며 굉음을 내고 있었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하얀 백파 광경은 실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외소함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론 자연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고 한동안 바다만 바라보았다. 평소 같으면 아침 피딩타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두르지만 이 날은 이 장엄한 광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시간을 지체했다.
갯바위는 간밤에 내린 많은 비로 젖어있고 바람은 습했다. 젖은 옷을 건조하기 위해서라도 해가 좀 비쳤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론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의 종일 낚시에 비하면 차라리 습한 바람이라도 있는 것에 감사했다.
▲ 필자 일행이 낚시한 국도 칼바위.
예민한 채비에서 ‘무식한 채비’로 전환
바람과 너울이 좀처럼 얌전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채비를 마치고 촬영 장비를 세팅하고 나니 벌써 7시. 만조 무렵이 되서야 낚시를 시작했다.
처음엔 난바다를 바라보고 투제로(00) 찌로 발밑을 가볍게 공략해보려 했지만 본섬에 부딪혀 우측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과 로드의 습기로 줄 빠짐도 좋지 않았다. 여기에 이미 방출된 원줄은 허공으로 날라 다니니 밑밥 동조는커녕 채비 내림도 어려운 참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낚시 자리 좌측은 경사가 져서 만조의 너울이 낚시 자리까지 간헐적으로 위협해 왔다. 안전을 위해 우측 높은 곳으로 자리해 로드를 물속으로 처박고 싶었지만 너무 높아 수면까지 로드가 잘 닿지 않았다.
채비를 안정적으로 가라앉히기 위해 구멍찌를 쓰리제로(000)로 교체하고 B봉돌을 조수고무 아래에 물렸다. 벵에돔 채비로는 다소 무거운 구성이지만 나는 바람의 강도, 조류, 캐스팅 거리 등을 감안해 나만의 데이터로 채비를 운용한다. 때론 이러한 무식한(?) 채비로 많은 벵에돔을 낚은 경험이 있기에 상황이 아주 좋지 못하면 감성돔 채비와 같은 고부력 채비로도 벵에돔 낚시를 즐겨한다.
필자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릴찌낚시가 보급되기 훨씬 전에 고향인 부산 태종대에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민장대에 1호 부력의 플라스틱 막대찌 채비로 당시 ‘구로다이(감성돔을 뜻하나 당시에는 벵에돔을 구로다이라고도 불렀다)라고 불렸던 벵에돔을 많이 낚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채비를 교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뺀찌가 한 마리 낚이는 걸 보니 채비가 어느 정도 입질 수심층까지는 도달한 느낌이 들었다.
캐스팅을 반복하다보니 크릴 미끼가 씹히다 만 상태로 살아왔다. 벵에돔 활성이 그리 좋지 않은듯하여 바늘과 목줄을 한 단계 낮추어 내려 쓰니 작은 자리돔이 깊은 곳에서 미끼를 먹고 올라왔다. 벵에돔은 더 아래에 있을 것으로 판단, 바람 영향까지 감안해 B봉돌을 하나 더 부착했다.
▲ 첫 입질로 준수한 씨알의 긴꼬리벵에돔을 올린 팀에이스 박규백 회원.
테크니션 0.8호 반유동 채비가 들어맞았다
▲ 필자가 사용한 채비들.
1시간 정도 낚시하니 채비가 무거운 탓인지 바닥 잡어들이 몇 마리 올라올 뿐 벵에돔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만조가 되니 아예 잡어의 입질조차도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늘 낚시는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썰물로 바뀌고 얼마 후 본섬 마주보는 골창 쪽에서 낚시하던 박규백 회원이 쓰리제로(000) 채비로 수심 7m를 노려 30cm가 조금 넘는 긴꼬리벵에돔을 한 마리 올렸다. 비록 내가 잡은 고기는 아니었지만 기뻤고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인가’ 했지만 그것도 잠시, 강한 바람과 너울에 백기를 들고 박규백 회원 자리로 가보았다. 그새 그는 이미 4마리의 벵에돔을 낚아둔 상태였다. 그나마 바람도 덜타고 낚시할만한 여건이라 그 자리에서 함께 썰물 낚시를 하기로 했다.
10시경 중썰물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채비를 던져보니 조류가 좌측 사이섬 방향으로 흘렀다. 몇 번의 품질과 캐스팅을 하는 과정에 갯바위 부근에서 미끼가 사라져 물속에 생명체들이 있는 듯 했다.
낚시 자리가 수면으로부터 약 6m로 높아 토라 쓰리제로 찌에 2B 봉돌과 B봉돌을 한 개씩 물린 채비를 세팅했다. 발밑에 집중적으로 밑밥을 투여한 뒤 본섬 쪽으로 멀리 캐스팅, 채비가 떨어진 곳을 향해 밑밥을 두 주걱만 날렸다. 그러자 찌가 바람에 날리는 원줄 저항을 이기고 밑밥과 함께 점점 수면 아래로 천천히 사라지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잠시 후 원줄을 사정없이 가져가는 강력한 입질이 들어와 올려보니 30cm 조금 넘는 긴꼬리 벵에돔이었다. 대략 6~7m에서 녀석들이 입질을 하는 것으로 보아 오늘 같은 바다 상황에선 현재 채비가 들어 맞는듯했다.
이후 연속적으로 벵에돔들이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조류가 더욱 강해져 이 채비로도 입질 수심층까지 내리기 어려워지자 입질은 뚝 끊겼다. 그래서 나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찌를 테크니션 여 0.8호로 교체한 반유동 채비로 수심 8m를 직공한 것이다. 고부력 채비의 둔탁함을 상쇄시키기 위해 뒷줄을 잡았다 놨다를 반복하자 곧바로 강력한 입질이 들어왔다. 앞서 올린 것과 비슷한 긴꼬리벵에돔이었다.
▲ 높은 너울을 피해 골창에서 벵에돔을 노리는 박규백 회원.
▲ 30cm급 벵에돔을 올린 필자.
고부력 채비 쓸 때는 밑밥띠 꾸준히 유지해야
이처럼 파격적인 채비를 구사할 때는 밑밥 동조는 포기하는 게 좋다. 그저 조류 상단에 꾸준한 밑밥띠를 만들어가며 마치 참돔 낚시하듯 채비를 운영하는 게 상책이다. 고부력 채비와 가벼운 밑밥을 동조시키는 것은 사실 어렵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선상 벵에돔낚시를 연상하면 이해가 될 것 같다. 선상에서 망에 넣은 맨크릴이 꾸준히 투여되면 그 밑밥띠를 보고 벵에돔이 넓은 범위로 부상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이렇게 채비 교체를 통해 벵에돔 몇 마리를 더 낚아내자 오후 2시경 들물이 시작됐다. 조류 방향도 바뀌면서 씨알이 좀 잔 녀석들이 몇 마리 더 나와 주었다. 그 후로는 부시리들이 설쳐대며 물고 늘어졌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부시리가 빠지고 물도 좀 죽기를 기다렸지만 오후 4시경부터 갑자기 적조가 밀려들면서 아예 생명체가 없는 바다로 변했다.
오후 들물에 물색만 좋았다면 해창에 더 많은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던 분위기였던 터라 많이 아쉬웠지만 이날 출조는 이것으로 종료되었다.
바다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바다가 내어준 총 12마리의 조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강풍과 높은 너울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낚아낸 조과라 값진 경험이었고 생각하는 낚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 필자가 준비한 벵에돔 밑밥.
▲ 필자와 박규백 회원이 거둔 조과.
국도 벵에돔낚시 요령 상층보다는 중층 이하를 노려봐라
비교적 원도권이라 할 수 있는 국도 벵에돔은 활성도가 최고로 좋지 않은 이상 내만권 벵에돔처럼 많이 부상하지 않기 때문에 밑밥으로 표층까지 띄워 잡는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그렇기 때문에 밑밥도 다소 무겁게 블랜딩 해 침강력을 높이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날 필자가 사용한 종일 낚시용 밑밥은 크릴 6장, 마루큐사의 V9 덕용 1봉, 원투구레 1봉 그리고 빵가루 2봉을 블랜딩했다. 빵가루 대신 원투 점보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잡어가 많지 않고 근거리 공략이라면 맨크릴에 파우더는 약간만 섞어 운용하는 방법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한편 국도에서는 밤낚시도 잘되기 때문에 이때는 청갯지렁이 한 통을 준비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두워질 무렵 청갯지렁이에 큰 벵에돔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박낚시를 간다면 청갯지렁이는 필수다. 그리고 포인트마다 특성은 있겠지만 국도는 장타를 치는 포인트가 많고 본류낚시를 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입질이 없다면 과감하게 멀리 공략해보는 것도 조과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몸매가 날렵한 국도 긴꼬리벵에돔의 자태.
조황문의 통영몬스터호 010-7169-2333 (삼덕항) 네이버밴드 피싱팀에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