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미늘의 끝 작가 안정효 선생, 영면에 들다
1981년부터 낚시춘추와 인연, 주옥같은 작품 다수 연재

이영규 기자

▲ 2003년 7월 1일 낚시춘추가 주최한 ‘제2회 전문직 교류전 가수 팀 대 소설가 팀 교류전’ 당시의 안정효 선생.


소설가 안정효 선생이 지난 7월 1일 타계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올해 4월,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장편 소설 ‘조용한 미국인’을 번역 출간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으나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1941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난 선생은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 기자, 한국 브리테니커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간 150여 권의 책을 번역해 제1회 한국번역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자, 번역가, 소설가로 활동하며 낚시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선생은 낚시춘추와도 인연이 깊다. 1981년 낚시춘추 2월호에 <직업과 낚시>라는 테마 특집 필자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많은 글들을 본지에 게재하기 시작했다. 안정효 선생은 번역문학가로 활동하던 자신의 취미를 일컬어 ‘일의 해방을 위한 무도적(無道的) 낚시’라 표현하였다.

대부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쓴 안정효 선생의 대표작 『하얀전쟁』은 실제 베트남 전쟁의 종군기자로 참여한 이력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고, ‘불륜’을 ‘예술’로 승화시킨 심리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미늘』 또한 그의 대표적 취미생활인 낚시를 주요 소재로 활용해 극적인 스토리를 전개하였다.

1991년 발표된 『미늘』은 같은 해 12월 SBS 개국 특집 드라마로 방영돼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미늘』의 수많은 독자와 시청자는 당시의 낚시인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한국 최초의 본격 낚시소설’이란 수식어가 붙은 후속편 『미늘의 끝』이 선보였다. 1999년 당시 <낚시춘추> 자매지로 발행되던 <월간 갯바위> 10월호에 연재가 시작되어 2001년 <낚시춘추> 1월호에 16회 분량의 작품이 마무리되었다.


본지 그린페이퍼, 5·5클린운동에도 주도적 역할

당시 『미늘의 끝』 연재를 끝낸 작가 안정효 선생과 인터뷰를 한 본지 김국률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끝으로 우리 낚시인들과 <낚시춘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하고 질문을 던지자, 안 선생은 이렇게 답했다. “낚시터에 제발 쓰레기 버리지 말자는 운동이 전개되었으면 해요!”

이에 <낚시춘추>는 2002년 1월호부터 ‘Green Paper’라는 16페이지짜리 고정 지면을 만들어 낚시 환경 보호 운동을 전개하였고, 필자로 참여한 안 선생은 ‘낚시터는 창녀가 아니다’라는 글로 화답하였다. 이후 또 2003년 4월호부터는 ‘Green Paper’ 지면을 통해 ‘낚시 시작 전 5분, 낚시 끝낸 후 5분 간 청소를 하자’는 취지의 ‘5·5클린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는 오늘날까지 많은 낚시인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행복한 낚시꾼의 글쓰기’로 자신의 행복한 날들이 낚시와 글쓰기라는 점을 털어놓은 안 선생은 한평생 즐겨 온 낚시를 총 정리라도 하듯 ‘낚시 수필집’ 한 권을 남겼다. 2007년 3월 낚시춘추를 발행하는 <황금시간>에서 출간한 『인생 4계』가 그것이다.

낚시춘추 2004년 1월호부터 2006년 8월호까지 ‘인생에 낚시를 드리우고’라는 32회 연재물을 묶은 책인데, 종교적인 낚시, 명상하는 낚시, 별이 보이는 낚시, 수녀와 원자탄, 낚싯대를 걷는 까닭 등 주옥같은 글들이 담겨 있다.

안정효 선생의 영면을 기리며 낚시춘추 2016년 3월호에 실린 낚시 에세이 ‘내가 낚시를 가는 세 가지 이유’를 이번호 지면에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