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불확실성의 우연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진입한 지 오래 이제는 취미가 아니라 체육으로 대접받아야
김 욱 체육학 박사, 경기도스쿼시연맹 이사, 낚시하는 시민연합 대표
낚시계가 대한체육회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6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낚시의 스포츠 정착과 낚시규제법 개정을 위한 포럼’에서 자료집에 실린 김욱 씨의 글을 싣는다. 체육학 박사로서 낚시의 현대적 위치, 낚시의 순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변화와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짚고 있다.<편집자 주>
체육 종목의 기준은 이미 바뀌고 있었다
낚시가 체육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 이전에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바둑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바둑을 체육 종목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 국내 체육계가 의견이 분분하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이미 발 빠르게 체육 종목으로 인정했습니다. 결국 국내에서 바둑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등록되어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체육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옳다고 맹신하던 믿음과 신념들이 단기간에 뒤집히기를 반복하는 요즘 시대에 지금까지 견지하던 체육의 기준이 굳건히 유지될 수 있으리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요? 바둑을 비롯해 e스포츠의 체육으로의 약진은 혁신적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미국의 대형호수에서 열린 배스낚시대회.
낚시는 근력과 민첩함을 요구하는 신체운동
비낚시인들이 낚시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표현이 “물가에 앉아서 유유자적 찌 움직임을 기다리는 낭만적인…”일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낚시 행태는 우리나라가 근대화되면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낚시장비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낚시 행태 역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비낚시인들의 기억은 아직도 조선시대 산수화에나 있을 법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대의 낚시는 다양한 대상어종의 개발로 종목이 다양해진 데다 낚시 선진국인 구미와 일본의 기법들이 도입되면서 빅뱅 수준으로 팽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발표자가 가끔 바다에 나가서 즐기는 부시리낚시의 경우 엄청난 운동 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 낚시를 위한 근력운동을 따로 할 정도입니다. 파도에 흔들이는 갑판 위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경기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민첩성과 운동신경도 필요합니다. 체육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조건인 신체활동이라는 면에서 낚시는 결코 뒤지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지만 막상 낚시의 심오한 내면을 알 리 없는 비낚시인들은 과거의 한량들이 즐기던 유유자적의 선입견에 낚시를 가두어 놓고 있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조과는 실력인가 운인가
취미 활동으로서 수행하는 낚시는 운적인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종목일지라도 경기를 위해 치루는 낚시는 운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다각도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배스대회의 경우 고마력 보트를 필수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자리로 인한 편차의 불공정을 배제하고 복수의 라운드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평균적인 실력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행해지는 갯바위낚시의 경우는 자리 차이로 인한 운의 개입을 줄이기 위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결승 진출을 결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 낚시는 대한민국 제1의 취미
체육종목으로서 또 하나 기준은 얼마나 많은 인구가 참여하는가일 것입니다. 이미 낚시는 등산을 제치고 850만 인구의 명실상부한 제일 규모의 취미로 올라섰습니다. 이 추세대로 가면 2024년이면 1천만 인구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탄탄한 저변을 바탕으로 엘리트 선수들이 자랄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은 조성된 셈일 겁니다.
체육의 역할 중에는 사회 통합의 의미도 있을 겁니다. 2002 월드컵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내었던 것처럼 이제 그와 같은 체육 본연의 기능을 낚시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해봅니다. 그 만큼 우리 사회 안에 낚시의 의미는 양과 질 면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낚시는 올림픽 종목이었다
1900년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낚시가 한 번 종목으로 채택된 기록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귀족의 필수 도락의 하나로 성행하던 유럽안의 낚시 이미지를 볼 때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생계수단으로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여타의 어로와 달리 낚시는 고도의 지략과 경험을 요구하는 도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생을 돌아보는 철학적인 접근과 성찰도 있습니다. 인류에게 있어서 낚시의 의미는 우리의 정신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강태공 같은 위인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낚시는 청소년 선도 효과와 유소년 소근육 운동 효과 등으로 이미 그 효용성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낚시에 덧씌워진 이미지만 걷어내도 우리 사회에는 큰 자산 하나를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 민간사회에서는 낚시가 좋은 야외활동으로 인식되면서 그 영역이 커지고 있는데 여기에 정부나 지자체가 조금만 도움의 손길과 관심을 보여준다면 미국, 일본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체육 종목으로서 낚시의 등장은 고강도 학업 경쟁에 짓눌린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체육산업에는 새로운 활력을 일으키는 신흥시장의 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의 낚시는 한가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주저앉아서 하루를 소일하는 소극적인 도락의 경지를 넘어섰고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경쟁을 준비하는 스포츠 앵글러들의 활동 무대가 되었습니다. 앞서가는 선구안으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 예비 선수들의 땀방울에 대해 국가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물으면서 이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 낚시를 즐기고 있는 유럽의 귀족을 촬영한 옛 사진.
"체육의 역할 중에는 사회 통합의 의미도 있을 겁니다. 2002 월드컵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내었던 것처럼 이제 그와 같은 체육 본연의 기능을 낚시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해봅니다. 그 만큼 우리 사회 안에 낚시의 의미는 양과 질 면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