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조홍식의 로드 컴포넌트]

후지공업이 세계 낚시계에 미친 영향
“당신의 가이드는 SiC입니까?”

조홍식

낚싯대를 구성하는 부품, 로드 컴포넌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이드와 릴시트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중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앵글러 누구나 후지공업의 가이드와 릴시트를 말할 것이 분명하다.

낚시용 릴을 말할 때, 압도적인 품질과 성능을 자랑하는 양대 메이커가 존재하는 것처럼 로드 컴포넌트에서는 후지공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당신의 가이드는 SiC입니까?”라는 후지공업의 광고문구에서 그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1983년 오무라 린타로 씨가 창업한 오무라제작소가 시초
후지공업은 1938년, 고 ‘오무라 린타로(大村 林太郎)’ 씨가 창업한 오무라제작소(大村製作所)로부터 기원한다. 창업 84년째로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해방되던 해인 1945년에 ‘후지공업주식회사’가 되었다. 이때, 처음 발표한 낚시용품은 릴시트나 가이드와 같은 로드 컴포넌트가 아닌 릴이었다.

마침, 개인적으로 당시의 제품을 가지고 있던 터라 소개를 해보려 한다. 외형은 간단한 실감개처럼 보인다. 이 릴의 용도는 일본의 고유한 낚시 중 하나인 내항에서 하는 감성돔 ‘떨굼낚시’나 뗏목을 타고 하는 ‘이카다낚시’에 사용하는 ‘다이코 릴’과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기능을 살펴보면, 스풀의 회전은 시계방향이나 반시계방향 어느 방향으로도 자유롭지만, 각각 스톱 기능이 독립되어 있어서 오른손, 왼손 상관없이 다 사용할 수 있다. 알람기능과 원터치 분리기능도 있다.

그런데, 이 릴의 가장 큰 특징은 캐스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후지공업에서도 발매 당시부터 던질낚시용 릴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스풀을 통째로 90도씩 360도 어느 방향으로도 회전시킬 수 있고 마치 스피닝릴처럼 캐스팅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스풀이 옆으로 돌아가는 릴은 원래 영국에서 1880년대에 만들어진 말록(Malloch)의 ‘사이드 캐스터’라는 릴이 원조이지만 후지공업의 릴은 여기에 한 가지 기능을 더 했다. 스풀을 90도로 돌려 던지고 다시 스풀을 원래대로 돌려서 줄을 감으면 어쩔 수 없이 낚싯줄에 꼬임이 생기고 만다. 던지고 감기를 거듭할수록 꼬임이 심해질 것은 당연지사, 이런 사태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한 것이 캐스팅할 때마다 릴링 방향을 오른쪽, 왼쪽 번갈아 바꾸는 것이었다.

스풀 에지에 부착되어 있는 클립은 보관할 때 낚싯줄을 고정해 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꼬임에 대한 대책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사용방법은, 캐스팅을 한 후에 낚싯줄을 일단 이 클립에 고정해 두는 것이었다. 여기를 기점으로 캐스팅할 때마다 감는 방향을 좌우로 번갈아 하면 꼬임과 풀림이 반복된다는 실전을 통해 고안된 이론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후지 릴’은 일본 국내에서 상당한 베스트셀러로 60년 이상 계속 생산, 판매되었고 2006년에 와서 생산을 종료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후지 릴’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세라믹스 가이드’
후지공업이 조구회사로 거듭난 기회는 역시, ‘릴시트’와 ‘가이드’와 같은 로드 컴포넌트를 개발하면서부터였다. 1951년에 처음 릴시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1964년에는 전 세계 낚시업계가 놀란 획기적인 세라믹스 가이드를 최초로 만들었다. 이를 시발점으로 후지공업은 세계적인 로드 컴포넌트 회사가 되었다.

후지공업이 처음으로 연구하고 만들어서 낚싯대의 성능을획기적으로 향상한 제품, 전 세계 낚시계, 낚시인들에게 영향을 크게 준 제품은 다음과 같다.

1951년, 후지 시트(플레이트형 릴시트) 발매
1964년, 세라믹스 가이드 개발
1966년, 제트 천평(로케트 편대 봉돌) 개발
1971년, 합성수지 성형 오프세트 핸들(피스톨 핸들) 발매
1979년, 파이프형 릴시트 후지파이프 시트(FPS) 개발
1981년, SiC가이드(실리콘 카바이드 가이드 링) 개발
1985년, 티타늄 프레임 개발 / 블랭크 관통 트리거 시트
(TPS) 개발
1995년, 뉴가이드 콘셉트 발표
1999년, 슈퍼 오션 가이드(MNSG) 개발
2007년, IM 가이드 개발
2009년, K 가이드 개발
2011년, K·R 가이드콘셉트 발표
2013년, TORZITE 가이드 개발
2014년, RV 가이드 개발

2대 사장 오무라 류이치 씨의 열정
후지공업이 이렇게 낚시도구를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여 세계적인 조구업체 반열에 오른 데에는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 모두 ‘낚시에 진심’인 경영 마인드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후지공업 2대 사장인 고 ‘오무라 류이치(大村 隆一)’ 씨는 대단한 낚시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자이기에 앞서 낚시인으로서 특히, 원투낚시, 스포츠캐스팅 분야에서 1960년부터 1970년대 말까지 다수의 대회 우승 기록 보유자였다.

대구경 가이드가 마찰저항이 적으므로 좋다는 당시의 기존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원투 성능 추구를 위해 1966년에 발표한 ‘소구경 키높이 가이드 이론(Oomura’s theory)’은 현재의 가이드 세팅 방법의 기초가 되었음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또한 그는 로드빌더이기도 해서 로드빌딩에 대한 저서, ‘로드크래프트(후지공업, 1980)’를 발간한 바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서 후지공업은 3대 사장인 ‘오무라 카즈히토(大村 一仁)’ 씨가 취임한 이후 사세를 확대하였으며, 시즈오카현(静岡県)에 위치한 공장 부지는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공원화 및 태양열 발전 플랜트로의 변모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COGYO CO., LTD)

▲ “당신의 가이드는 SiC입니까?”라는 광고문구에서 보이는 후지공업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 2002년 중국 청도에 설립한 중국공장.


▲ 일본 시즈오카현에 있는 신제품 개발의 본거지 R&D센터.


▲ 19세기 영국 말록(Malloch)의 ‘사이드캐스터’


▲ 후지 릴, 90도씩 회전이 가능한 던질낚시용 릴로 2006년까지 60년이 넘게 생산,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 이 방향으로 하면 마치 스피닝릴처럼 캐스팅할 수 있다.


▲ 어느 방향으로도 돌려 낚싯줄을 감을 수 있는 후지 릴.


▲ 스풀에 부착된 클립. 보관용 낚싯줄 고정 장치가 아니다.


▲ 저항이 적은 대구경 가이드가 원투에 유리하다는 통념(위)을 뒤집은 고 오무라 류이치(大村 隆一) 씨의 소구경 키높이 가이드 이론(아래).


▲ 고 오무라 류이치(大村 隆一) 씨의 저서인 ‘로드크래프트(후지공업, 1980)’.


▲ 후지공업 가이드 변천 그래프


▲ 후지공업 릴시트 변천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