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76]
미시시피강을 점령한 아시아 잉어들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미국의 하천호수 생태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잉어는 가장 악명 높은 생태계 교란 생물이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잉어(Asian carp)’라고 부르고 있는데 아시아잉어는 사실 한 종이 아니고 여러 종이다.
미국에는 ‘○○○잉어(○○○ carp)’라는 이름을 가진 어류가 6종 이상 살고 있다. 잉어과에 속하는 몸집이 큰 어류는 대체로 잉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미국의 잉어 종류는 모두 유라시아에서 도입된 외래어종이 며 미국 토종이 아니다. 미국에도 잉어와 유사한 ‘석커(sucker, 바닥을 흡입하는 고기라는 뜻)’라는 토종 어류가 있는데 잉어라고 부르지 않으며 따로 구분하고 있다.
미국에서 잉어 떡밥낚시를 할 때 간간히 잉어 사이에 석커가 손님고기로 낚이는 것을 보면 식성이 잉어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석커는 외양은 잉어와 유사하지만 잉어과는 아니고, 수염도 없는, 먼 친척뻘 되는 미국 토종이다. 몸통은 잉어와 유사하지만 입은 아래를 향하여 바닥의 먹이를 먹는 식성이 우리나라 누치와 비슷하다.

▲놀라서 수면에 뛰어오르는
미시시피강의 백련어(사진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미국 잉어는 유라시아에서 건너온 외래종
잉어라고 명명된 종류는 모두 외래종인데 도입 시기는 잉어(Common carp)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약 300년 전에 식량으로 키우려고 도입하였다. 잉어는 바닥의 저질을 흡입하면서 저질 표면의 유기물을 먹거나 뻘속의 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에 잉어가 많은 호수는 물이 혼탁해진다.
잉어는 몸집이 커지고 나면 거의 천적이 없는 상태가 되어 과잉번성하고 다른 어류나 작은 동물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동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수질악화를 막고 수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잉어를 제거하기도 하고, 잡힌 잉어를 다시 놓아주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한다.
잉어는 그나마 도입된 지가 오래되어 생태계가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는 토착화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나, 최근 50년 전에 도입된 잉어 종류들은 급격히 증식하는 단계에 있으며 생태계를 크게 교란하고 있다. 최근에 도입된 이 잉어들을 뭉뚱그려 아시아잉어라고 부르며 기존의 잉어와 구별하고 있는데 주로 백련어(Silvercarp)를 지칭하고 있으며 그 외에 대두어(Bigheadcarp), 초어(Grass carp), 검은잉어(Black carp)등 총 4종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4종은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식량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양식도 많이 하는종류들이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초어는 불임중성화한 개체를 수로에 방류하여 수초를 제거하는 데에 활용하기도 한다. 검은잉어는 초어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는데 우렁이를 제거하는 데에 활용하기도 한다.

▲잉어와 비슷하게 생긴 미국 토종어류. 석커(Sucker)
의 일종인 큰입버팔로(Buffalo)(사진 Wikipedia).

▲잉어와 비슷하게 생긴 미국 토종어류.
석커(Sucker)의 일종인 작은입버팔로(Buffalo)(사진 Wikipedia).

▲오대호로 연결된 운하에서 잉어의 이동을 막는 전기펜스의 전극을 바닥에 설치하는 모습 (사진 US Army
Corp of Engineers).
백련어 과잉번성으로 수생태계 위협
외래종이 도입되면 과잉번성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미국의 아시아잉어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과잉번성하는 종이 백련어이다. 백련어는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어류이므로 배스나 가물치처럼 작은 동물을 포식하는 문제는 없지만 플랑크톤의 과잉 섭식에 의한 먹이경쟁으로 경쟁 어류의 감소 피해를 유발한다. 백련어는 플랑크톤을 섭식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부영양호에서 물을 맑게 하려고 방류하기도 한다.
백련어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습성으로 백련어가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의 스크루가 접근하면 그 진동을 감지하고 놀라서 여기저기 물 끓듯이 뛰어오르는데 2미터까지 뛰어오르는 것도 있어서 선박내에 떨어져 잡히기도 하고 사람 몸에 부딪혀 다치는 사례도 있어 공포감마저 준다. 백련어가 많이 뛰어오르니 뜰채를 들고 배를 운전해 가다가 뛰어오르는 백련어를 잡는 낚시법도 있고, 허공에 뛰어오른 백련어를 활로 쏘아 잡는 놀이까지도 볼 수 있다.
백련어가 뛰어오르는 것은 아마도 포식자가 잡으러 오는 것으로 인식한 회피행동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백련어가 중국이나 다른 지역에 사는 백련어보다 유난히 더 잘 뛰어오른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미국에 도입된 최초의 몇 마리가 현재 미국 백련어의 조상이 되었는데 그 개체들이 겁이 많아 잘 뛰어오르는 개체이였을 것이라는 해석이그럴듯하다.
미국에 도입되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4종의 아시아잉어(Asian carp)

▲백련어(Siver carp)(사진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대두어(Bighead carp)(사진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초어(Grass carp)(사진 Invasivecarps.us)

▲검은잉어(Black carp)(사진 Wikipedia)>
아시아잉어 낚으면 죽여야 하는 낚시규정도 생겨
백련어와 검은잉어 등 잉어들이 과잉 번식하자 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잉어의 경우 최초로 도입된 남부지역에서는 이미 토착화하여 포기한 상태이지만 북부지역의 주에서는 잉어를 잡으면 방류하면 안 되고 반드시 죽여야 하는 낚시규정도 있다.
그런데 지역 낚시인의말을 들어 보면 오히려 큰 잉어를 죽여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잉어를 죽이기 싫어서 잉어낚시를 회피한다고 한다. 작은 호수에서는 로테논이라는 어류 마취제를 풀어 모두 제거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시시피강에서 오대호로 침입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미시시피강과 오대호는 운하로 연결되어 있는데 미시시피강은 이미 포기한 상태이지만 오대호 생태계는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잉어의 침입을 막기 위해 어류학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 전기펜스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 확인되어 여러 곳에 이를 설치하고 있다. 운하의 바닥에 전극을 설치하고 수중에 직류전기를 통하게 하여 선박은 통과하지만 어류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어류에 표지를 달아 방류한 후 이동을 조사하는 연구에서 어류가 전기펜스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백련어가 소리와 진동에 민감하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바이오어쿠스틱펜스라는 것도 개발하였는데 수로의 바닥에서 공기펌프로 공기방울을 많이 만들면서 소리를 내고, 빛을 쬐어 주기도 하여 접근을 막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외래어종 무분별한 도입이 주는 교훈
한편으로는 백련어를 먹는 요리법도 홍보하면서 식량으로 이용하자는 제안도 늘고 있다. 백련어는 우리나라에서도 맛이 없다고 외면한 물고기인데 미국에서는 식량이 아니라 쓰레기로 인식하고 있다. 잔가시가 많아서 먹기가 불편하고 해감내가 심하다는 것이 잉어류를 먹지 않는 이유인데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식품이었으므로 적절히 요리를 하면 먹을 만하다면서 가시를 제거하는 방법과 요리법을 홍보하고 있다. 아시아잉어를 사용한 생선튀김 버거도 팔리고 있다.
외래어종의 생태계 피해에 대해 지식이 없던 시절에 세계 여러 곳에서는 어류를 도입하는 우를 범하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산 배스와 블루길로 피해를 보고 있고, 미국도 함부로 도입한 아시아잉어 때문에 심각한 생태계교란을 겪고 있다. 자연을 함부로 변형시키고 교란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