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금지법 개정 국회청원 10만
동의 수 10만 달성 과정과 의미
낚시계가 하나 된 한 편의 드라마였다
5월 25일 오후 7시14분. 이 날짜와 시각은 한국낚시사에서 두고두고 기억할 역사적인 순간이 됐다.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이 국회에 회부되는 조건인 동의 수 10만을 달성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회부된 청원에 대해 타당성과 현실성 등을 따져 개정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
물환경보전법 제20조
제20조(낚시행위의 제한) ①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하천(「하천법」 제7조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국가하천 및 지방하천은 제외한다)ㆍ호소의 이용목적 및 수질상황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낚시금지구역 또는 낚시제한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면관리자와 협의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낚시제한구역에서 낚시행위를 하려는 사람은 낚시의 방법, 시기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이 경우 환경부장관이 환경부령을 정할 때에는 해양수산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③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낚시제한구역 및 그 주변지역의 오염 방지를 위한 쓰레기 수거 등의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낚시제한구역에서 낚시행위를 하려는 사람으로부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다.
경기 평택호, 김해 낙동강, 전주 전주천, 완주 만경강, 서산 잠홍지 등 올봄 전국의 하천과 저수지에 잇따르고 있는 낚시금지 사태는 위 두 개의 법을 근거로 벌어졌다. 하천은 하천법, 저수지는 물환경보전법이 낚시금지법이다.
유원기 씨, 4월 27일 국회청원
처음엔 국회청원이 10만을 달성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유원기 씨가 4월 27일 국회청원을 넣은 후 20일이 지난 5월 16일 동의 수는 1만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5월 17일부터 하루에 1만 명 가까이씩 늘어 동의 수는 결국 마감일 5월 27일을 이틀 앞두고 10만을 달성한 것이다. 하나둘 관심을 갖고 참여한 국민청원이 나중엔 낚시계 전체가 참여해 이룬 결실이었다. 그 드라마틱한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국회청원은 올봄 쓰나미처럼 터진 전국 하천과 저수지의 낚시금지 사태에서 비롯됐다. 낚시춘추는 이를 매달 집중보도하면서 이 사태의 원인이 환경부의 국가보조금사업과 중점관리저수지제도임을 밝혀내 기사화했다. 환경부가 전국 총 저수용량 100만톤 이상의 저수지를 중점관리저수지 후보지로 삼고 있으며 이럴 경우 전국 549개소의 저수지가 모두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기사가 나가자 낚시계는 큰 충격과 함께 분노했고 이는 낚시금지 반대운동의 주요 동력이 되었다.
국회청원은 초반엔 청원인인 유원기 씨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페이스북 그룹 전국낚시금지철회를위한낚시사랑모임 중심으로 이뤄졌다. 회원들은 동의 수 현황을 수시로 올리고 페친(페이스북 친구)을 통해 국회청원 링크를 공유해갔다. 동의 수가 8천을 넘은 시기는 5월 16일. 마감일인 5월 27일까지 11일을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증가세라면 10만 달성은 불가능해 보였다. 비슷한 사례가 작년에 있었다. 장성군이 장성호를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으려 하자 한 낚시인이 청와대에 장성호 낚시금지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을 넣었지만 결국 동의 수는 2만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 것 같지 않은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5월 15일 유튜브 허기자TV에서 ‘5월 27일! 「낚시금지」 여부가 결정됩니다.’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올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낚지금지 사태를 알리고 이를 막기 위해선 5월 27일이 마감 시한인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원기 씨가 지난 4월 27일 국회 홈페이지에 올린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문.
마감 10일을 앞두고 불 붙은 동의 수
반응은 뜨거웠다. 허기자TV 유튜브는 이틀 만에 조회수가 10만에 이르렀고 댓글이 1천여 개 달렸다. 댓글 내용은 ‘이런 청원이 있는 줄 몰랐다’, ‘낚시인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청원 동의를 누르고 왔다’ 등이 다수를 이루었다.
국회청원 동의 수는 5월 17일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다음날 2만을 넘어섰다. 허기자TV에 이어 낚시 유튜버 중 가장 많은 39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앵쩡TV가 국회청원참여를 독려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참여 열기는 더 거세졌다. 뒤를 이어 최운정, 서승찬, 김성남 씨 등 낚시계 스타들이 줄줄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국회청원참여를 독려하는 영상과 글을 올렸다.
전환점을 맞는 국회청원은 여기저기서 지원군이 가세해 힘을 보탰다. FTV는 국회청원참여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계속해서 내보냈다. 또 쓰레기 줍기 캠페인으로 낚시터 환경보호운동을 주로 펼치던 낚시하는 시민연합이 국회청원 관련 포스팅을 공유해나가면서 전국낚시낚시금지철회위한낚시사랑모임과 함께 페이스북 내 여론을 주도해 나갔다.
붕어낚시 쪽에선 송귀섭 씨가 앞장섰다. 팬클럽인 평산가인을 비롯해 인연을 맺고 있던 붕어낚시 동호회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 내용을 SNS에 공유하면서 붕어낚시계에도 국회청원참여운동이 확산되어 갔다. 배스낚시카페, 장어낚시카페, 가물치루어카페 등 낚시 장르별 동호회의 회원 단체 참여도 잇따랐다.
동의 수가 5만에 가까워오자 낚시인들의 자발적인 국회청원참여독려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가족은 물론 가깝게는 친구와 직장 동료, 멀리는 동문회에 이르기까지 국회청원 관련 글과 링크를 SNS를 이용해 퍼 날랐다. 배스프로이자 해병대 출신인 원성훈 씨는 해병대 전우회 카페에, 부산의 낚시인 안수곤 씨는 취미 동호회인 오토바이, 서핑 동호회에 국회청원 글을 올려 낚시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10만 달성! 대한낚시 만세!”
동의 수가 5만을 넘어 6만으로 향해 가던 5월 21일, 국회청원은 낚시단체와 낚시업체, 바다낚시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새 추진력을 얻었다. 한국낚시협회는 155개사 회원 업체에게 국회청원참여를 독려하는 긴급공지를 올렸고 서울특별시낚시협회, 광주광역시낚시협회, 한국스포츠피싱협회, 한국배스프로협회, 한국루어낚시협회, 한국프로낚시연맹 등이 회원들의 단체참여를 독려하거나 참여완료를 인증하는 포스팅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밖에 전국붕어낚시인협회, 한국견지낚시협회 등 많은 낚시단체들이 국회청원참여독려에 나섰다.
낚시업체에선 다솔낚시마트가 전 직원 18명이 단체로 국회청원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엔에스, 바낙스, 코러낚시, 제이에스컴퍼니, 피싱그룹 만어, 광륭, 클라이, 조무사 등 많은 업체에서 임직원들이 단체로 국회청원에 참여한 후 이를 SNS를 통해 공유했다. 에프마켓, 전곡낚시 등 낚시점에선 가게 출입문에 국민청원 큐알코드 인쇄물을 부착해 손님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국회청원 마감일을 4일 앞둔 5월 23일, 동의 수는 7만을 넘어섰다. 이젠 국회청원참여독려운동은 누가 나서서 주도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낚시인이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국회청원참여독려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낚시계가 하나가 되어 낚시금지법 개정에 나서게 된 것이다. 10만 달성은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그런데 그 현실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5월 24일 오후부터 시간당 3천명씩 가파르게 증가하던 동의 수는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는 9만에 이르렀다. 낚시인들은 국회 홈페이지를 수시로 열어 보며 동의 수를 체크했다. 그리고 오후 7시14분. 국회 홈페이지의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 동의 수를 알리는 카운트 그래픽엔 ‘100,000’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마침내 10만 동의를 이룬 것이다. 낚시계가 주인공인 한 편의 드라마였다. 10만 동의를 확인하고 얼마 후 한 낚시인으로부터 카톡 한 통을 받았다.
“10만 달성! 대한낚시 만세!”

▲낚시인들이 올린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 참여 인증샷.

▲5월 25일 오후 7시14분, 10만 달성의 순간. 국회 홈페이지 국회청원 게시판의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 동의 수 카운트 그래픽에 100,000이란 숫자가 찍혔다.
하나가 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소득이자 자산
국회청원 10만 동의가 낚시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전국낚시금지철회를위한낚시사랑모임의 관리자 서정은 씨는 “회원들이 10만 동의를 달성한 후 다시 국회청원을 해도 10만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낚시계는 이번 국회청원 10만 달성을 통해 하나가 되어 힘을 모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낚시금지법 외의 낚시규제에 대해서도 이제는 낚시계가 힘을 모으면 풀어갈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아울러 국회청원 10만 달성을 통해 확인된 사실도 있다. 낚시계가 힘을 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낚시계 지형은 어떻게 바뀌어 있는지, 낚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이후 낚시계가 낚시금지법 등 낚시규제를 풀어갈 때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현황 분석으로,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2021년 낚시 여론은 페이스북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
국회청원 10만 동의를 통해 가장 두드러지게 확인된 사실이다. 낚시계 의견은 다양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 페이스북이라는 얘기이다. 이번 국회청원이 시작되고 여론이 형성되어 참여운동을 주도한 매체는 페이스북이었다. 온라인은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여러 매체가 있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여론을 소화하기엔 피드백이 느리다. 페이스북은 블로그보다 의견교환 속도가 빠르고 트위터보다 깊이 있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사실 페이스북 얘기는 매우 중요하다. SNS에 능한 30~40대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청원을 가장 먼저 접하고 참여운동을 펼쳐 나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SNS에 어두운 고령 세대는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수가 적다. 30~40대는 당장 문제를 해결하느라 분주한데 아직 정보를 접하지 못한(나중에는 결국 알게 되었지만) 고령 세대는 대체 왜 저러나 하는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루어낚시보다 붕어낚시나 바다낚시에 고령 세대가 많다 보니 국회청원 초반엔 루어낚시 하는 젊은 사람들이 루어낚시만이라도 허용하기 위해 데모하는 거라고 폄하하는 일도 있었다. 페이스북은, 노인 이용자가 많아서 실버 미디어라고 부르는 유튜브다 더 쉽다. 아직 페이스북 계정을 갖지 않은 분이 있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계정을 열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낚시계 현안을 살펴봐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둘째, 낚시인이 낚시계 현안을 주도해 풀어나가고 있다.
현재 낚시계의 가장 큰 현안은 낚시금지와 낚시 쓰레기다. 이 두 가지 현안에 대해 낚시인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활동에 있어 중심에 서있다. 대표적인 낚시인 그룹은 두 곳이다. 하나는 낚시금지철회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낚시금지철회를위한낚시랑모임이고 또 하나는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낚시하는 시민연합이다. 두 그룹의 공통점은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낚시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청원 10만을 통해 확인된 사실 네 가지
셋째, 낚시단체와 낚시업체가 낚시문화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낚시문화에 대한 낚시인의 의식수준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쓰레기 문제 등으로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국민의 여론 앞에서 요즘 낚시인은 움츠리며 낚시하기 싫어한다. 낚시인들이 자발적으로 낚시문화 개선에 나서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낚시단체와 낚시업체도 이러한 변화를 읽고 낚시문화 개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원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 고민해서 낚시인들이 지지할 만한 낚시문화 개선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낚시 쓰레기다. 낚싯줄, 웜·떡밥봉지, 미끼통 등 낚시터에 쌓이는 쓰레기는 생산자인 낚시업체에게도 책임도 있다. 일본의 낚시기업 중 하나는 자사 제품의 포장지를 모아서 보내주면 일정액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 유명 낚시터의 경우 현지 낚시업체가 지자체와 협의해 자사 이름을 딴 낚시인 전용 주차장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 지자체는 낚시와 낚시인에 대한 시각을 바꾸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선 회사 로고를 새긴 쓰레기통을 낚시터에 비치하고 일정기간에 수거하는 업체가 낚시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친환경 낚시기업은 요즘 세계 낚시업계에서 일고 있는 주된 흐름이다.
넷째,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가장 큰 힘을 낸다.
낚시금지법 개정 청원 동의 수가 10만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낚시계가 10만 달성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낚시금지법 개정도 한 목소리를 낼 때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혹여 낚시단체나 낚시인들 간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일이 생긴다면 일을 그르칠 수밖에 없다. 오로지 낚시금지법 개정 하나에 초점을 맞추고 나아갈 때 길이 보인다. 누가 국회청원이 10만을 달성하리라고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낚시금지 철회라는 순수하고도 명확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10만 달성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