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죽림지
12월!
겨울 물낚시 최고의 월척 찬스가 왔다
이영규 기자
태안 죽림지가 겨울 시즌에 돌입했다. 충남에서 가장 서쪽인 태안반도 끝자락에 있는 죽림지는 매년 12월까지도 물낚시가 잘 되는 곳이다. 올해는 씨알이 더욱 굵어져 11월 중순경부터 허리급 이상들이 모습을 비추고 있다.
죽림지는 하절기에는 주로 7~8치급이 마릿수로 올라오다가 겨울이 가까워올수록 씨알이 굵어진다. 작년 12월 중순에 죽림지로 출조했던 비바붕어 신혁진 씨는 1박낚시에 월척만 6마리를 낚았다. 이런 핫한 겨울 호황은 매년 반복된다. 그러나 대다수 낚시인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신혁진 씨는 “죽림지는 수심이 깊지 않고 북서풍도 강하게 받아 겨울에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예 얼음이 꽁꽁 얼면 얼음낚시 애호가들은 종종 찾지만 결빙 직전까지는 무주공산이다. 올해는 10월 중순 무렵부터 추위가 찾아와서인지 찾는 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9일, 전남 신안에서 바다낚시 취재를 마치고 상경하는 길에 죽림지를 들렀다. 때마침 서울의 고승원 씨와 신혁진 씨가 죽림지에서 밤낚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에 합류한 것이다.
원래 두 사람은 당진의 소류지를 목적지로 삼았으나 조황이 부진하다는 얘기에 죽림지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죽림지도 조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두 사람 외에 다른 낚시인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일주일 전 서산 일번지낚시 홍재인 사장으로부터 “며칠 전 서산 낚시인 한 명이 밤새 세 번 입질 받아 월척을 세 마리 낚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별다른 소식이 없던 상황이었다.
죽림지 서쪽 제방 위에서 밤낚시를 준비 중인 신혁진(앞쪽) 씨와 고승원 씨. 오후 햇살에 반짝이는 갈대가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둘째 날 아침, 상류로 자리를 옮겨 월척을 걸어내고 있는 신혁진 씨. 뜰채를 늦게 펴는 바람에 이 고기는 놓치고 말았다.
고승원(군계일학 회원, 피싱티비 낚시가 좋다 진행자) 씨가 미끼를 꿰며 밤낚시를 준비 중이다.
무넘기 바로 옆 포인트.
텐트 안 에어매트에 바람을 주입하는 신혁진 씨.
불을 밝힌 전자케미.
갈대 사이로 난 제방길.

고승원 씨가 둘째 날 오전에 올린 35cm급을 자랑하고 있다.
동절기에는 늦은 새벽에 두 번 입질 찬스
오후 3시경 도착해보니 두 사람은 서쪽 제방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흥항을 바라보는 방향이다. 원래는 상류(중국집 밑에서 가드레일 시작점까지)권에 앉으려고 했으나 맞바람이라 바람을 등지고 앉는 제방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쪽 제방 중에서도 예부터 큰 붕어가 잘 낚이기로 소문난 무너미 인근 갈대 군락 앞에 자리를 잡았다. 무넘기에서 안쪽으로 100m 정도 들어간 지점이다.
서쪽 제방권은 발판이 높아 낚시하기가 약간 까다롭다. 일단 받침틀이 없으면 낚시가 불가능하고 지대가 높아 일반 붕어 뜰채는 사용 불가능. 뜰채도 최소 3.6m 이상은 돼야 붕어를 담아낼 수 있다. 반면 그 외에는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다. 발판이 높으니 찌 보기도 편하고 채비 던지기도 좋기 때문이다.
나는 무넘기 바로 옆에 앉았는데 아직 채 삭지 않은 마름이 군데군데 떠 있어 그림은 좋았다. 다만 지난 2015년에 무넘기 앞부터 안쪽 50m 지점까지 준설을 한터라 그 점이 약간 거슬렸다. 당시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물 마른 저수지 안쪽까지 들어가 흙을 퍼내는 현장을 직접 생생하게 촬영한 터라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가 매우 궁금했다. 보트 낚시인들의 말에 의하면 가장 깊은 곳은 5m 가까이도 수심이 나온다고 한다.
저녁 6시경 전자케미로 바꾸고 밤 입질을 기다렸다. 그러나 초저녁인 10시까지도 별다른 입질은 없었다. 신혁진 씨 자리로 걸어가 조황을 묻자 “이 기자님 요즘은 주로 밤늦게 입질이 와요. 밤 11시에서 1시경, 그리고 3시에서 5시 사이에 집중해야 합니다. 큰놈들은 그 시간에 움직여요”하고 말했다.
헐~ 벌써부터 겨울 모드라는 말인가. 입질이 새벽에 온다는 얘기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다. 밤 10시까지도 입질이 없으면 ‘오늘 낚시는 정상이 아니다’는 판단에 미련 없이 잠을 자버리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말 늦은 밤늦게 반드시 입질이 온다면 눈을 부릅뜨고 자리를 지키겠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그마저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날밤을 새는 건 일종의 도박에 가깝다. 결국 바다낚시 취재로 쌓인 피로가 겹쳐 나는 밤 12시경 일찌감치 차 안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서쪽 제방 초입의 갈대 포인트. 배스 유입 이전부터 죽림지 최고의 씨알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다.

작년 12월, 신혁진 씨가 상류권에서 올린 6마리의 월척. 죽림지는 결빙 무렵까지도 물낚시가 가능하다

비바붕어 박현철 씨가 보트를 띄우고 있다.
죽림지는 2015년 가을에 무넘기 부근을 준설했다. 그러나 사진에 나온 부근까지만 준설해 이 부분만 5m 정도로 깊어졌을 뿐 다른 구간에는 영향이 없다.
보트낚시에는 벌써부터 4짜급 출몰
새벽 5시에 일어나 다시 낚시 자리로 갔다. 아무리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동틀 무렵은 꼭 노려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시간대의 입질 확률도 배스 유입 이후로는 크게 낮아졌다).
자리로 돌아와 보니 10개의 찌 중 2개만 살짝 위치가 달라져 있을 뿐 나머지 찌는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제방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두 사람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데 아마도 밤을 꼬박 샜던 것 같았다. 잠을 깬 고승원 씨의 말에 의하면 밤새 신혁진 씨가 세 번, 자신도 두 번 가량 입질을 받았다고 한다. 신혁진 씨는 발밑까지 붕어를 끌어냈으나 뜰채를 늦게 펴는 바람에 놓쳤다고. 물소리만 들어도 월척은 충분히 넘는 씨알이었다고 한다. 예상대로 새벽 1시와 3시 무렵에 입질이 찾아왔는데 찌올림이 너무 미약해 챔질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나는 철수했고 두 사람은 상류로 옮겨 2박째 낚시를 했다. 이날은 고승원 씨가 35cm급을 한 마리 끌어냈다. 신혁진 씨는 아침에 허리급에 가까운 녀석을 걸었으나 발밑까지 끌어냈다 목줄이 터져 놓쳤다고 한다. 옥올림낚시 고수로 통하는 신혁진 씨는 미약한 입질에 대비해 목줄을 1.2호로 낮춰 썼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신혁진 씨의 랜딩 모습은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고승원 씨가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해 나에게 보내왔다.
한편 이날 보트를 타고 중심부로 들어간 비바붕어 박현철 프로는 혼자서 두 마리의 월척을 낚기도 했다. 한 마리는 39cm 또 한 마리는 41cm였다. 비록 보트낚시 조과이긴 했지만 단 두 번의 입질에 4짜급 붕어가 낚였다는 건 죽림지가 본격적인 씨알 피크에 접어든 것을 입증하는 결과로 보였다.
참고로 죽림지에서의 낚시 경험이 짧은 낚시인들은 주로 7~8치급만 낚이고 월척도 턱걸이급이 주종인 것으로 알지만 그런 씨알은 주로 하절기에 낚이는 것들이다. 죽림지에도 허리급과 4짜 자원이 무궁무진한데, 15년 전인 2005년 얼음낚시에 4짜 사태가 나기도 한 곳이다. 역시 그때도 내가 직접 화제의 현장을 취재해 낚시춘추 지면에 소개한 바 있다.
태안권에서 올 겨울 마지막 물낚시로 허리급 이상의 대물을 노려보고 싶다면 죽림지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단, 새벽 입질을 보기 위해 밤을 새는 노력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죽림지는 마을 주민들이 청소비 명목으로 1인당 1박낚시에 5천원씩을 받고 있다. 그 영향인지 태안권의 다른 저수지들보다 낚시인이 덜 몰린다. 특히 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말 그대로 무주공산인데 오히려 한적해서 좋다는 낚시인도 많다.
최고의 겨울 물낚시 명당은 대로변의 중국집 밑 일대가 꼽힌다. 수심이 1m 내외로 깊지 않지만 결빙 전까지도 수심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10-6505-7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