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요청 취재

 

혹부리붕어의 실체를 밝힌다

 

거대한 어체엔 비계 덩어리가 가득
 
대물 붕어만이 혹부리로 성장한다

 

서성모 편집장


우람하다 못해 거대한 몸집으로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혹부리붕어. 혹부리붕어의 ‘떡대’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일까? 잘 먹어서 이렇게 커진 것인가. 아니면 혹부리붕어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인가? 차종환 붕어연구소장에게 혹부리붕어 해부를 의뢰해 어체 내부를 살펴보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보았다.


본지 편집부에 독자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익명을 원한 독자는 “낚시춘추를 보면 혹부리붕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사진을 보면서 거대한 몸속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하다.  또 붕어가 잘 먹으면 다 이렇게 다 몸집이 불어나는 것인지 혹부리붕어 종자가 따로 있는지에 알고 싶은데 기사로 다뤄줄 수 없느냐”하고 말했다.
혹부리붕어는 몸집이 거대한 붕어를 두고 부르는 말로서 몸체에 혹이 달린 것처럼 우람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영양상태가 좋은 대물 붕어에서 이러한 형태가 나타난다. 이에 기자는 붕어 전문가인 차종환 붕어연구소장에게 혹부리붕어의 해부를 의뢰하고 검시를 통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혹부리붕어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취재를 위해서는 해부용 혹부리붕어가 필요했는데 다행히 맞춤한 대상을 구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18일 서울 낚시인 임병열 씨가 강화 난정지에서 50.5cm 붕어(본지 2020년 2월호 게재)로, 임병열 씨는 고기를 낚은 후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었었는데 양해를 구하고 본사로 운송해왔다. 해부와 취재를 본사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강화 난정지 50.5cm 혹부리붕어 검시 결과
차종환 붕어연구소장은 30여 년간 붕어의 생태를 연구해온 붕어 전문가이자 대물낚시 고수다. 2001년 붕어연구소를 설립하고 충주호 조정지댐 연안에 충주생태시험장을 조성해 붕어를 관찰하고 조사해왔다. 붕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해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차종환 소장은 98년부터 지금까지 920여 마리의 붕어를 해부하고 형질을 조사해왔다. 전국을 돌며 낚은 많은 대물 붕어를 해부했고 그중 혹부리붕어도 상당수다.
차종환 소장은 “요즘은 외형이 엇비슷한 교잡종들이 많아 토종붕어가 맞는지 의뢰해오는 낚시인들이 많습니다. 외형상으로 구별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의뢰자에게 분명한 판독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해부를 진행하곤 합니다. 새파 수와 창자의 길이 등을 확인하면 토종붕어가 맞는지 아닌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하고 말했다.
해부는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차종환 소장은 해부를 위해 수술용 메스, 핀셋 등 의료용 수술도구를 준비해왔다. 먼저 머리 모양, 눈의 위치, 지느러미 형태, 비늘 상태, 측선 수  등 외형을 살펴본 뒤 아가미를 잘라 새파를 떼어내고 배를 갈라 심장, 창자 등 내장을 분리해 어체 내부를 살펴봤다. 비늘을 떼어 나이테를 통해 나이를 판독하는 것으로 검시 과정을 모두 마쳤다. 다음은 차종환 소장의 검시 결과와 소견.

 

해부용 혹부리붕어. 서울 낚시인 임병열 씨가 강화 난정지에서 낚은 50.5cm 혹부리붕어로 냉동 보관하고 있는 것을 취재를 위해 양해를 구하고 가져왔다.

해부와 검시를 마친 후 소견을 밝히고 있는 차종환 붕어연구소장.

혹부리붕어 해부와 검시. 차종환 붕어연구소장이 확대경으로 비늘의 나이테를 보며 나이를 판독하고 있다.

경기 파주의 본사 사무실에서 진행된 혹부리붕어 해부.

핀셋으로 새파를 꺼내고 있다.

수술용 메스로 배를 가르고 있다.

강환 난정지 50.5cm 혹부리붕어의 비늘. 나이테 판독 결과 6년 10개월이었다.

내장을 둘러싸고 있던 비계의 일부. 혹부리붕어의 몸속엔 비계가 가득했다.

 
외형

▶체형
혹부리붕어의 체형을 띠고 있긴 하지만 비대하기보다는 매우 건강한 상태의 몸집을 갖고 있다. 혹부리붕어 중엔 몸집이 너무 비대해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녀석들도 있는데 이 붕어는 그 정도는 아니다. 운동선수와 비교해보면 육중한 스모 선수보다는 힘이 좋은 씨름 선수라 할 수 있다.
▶머리
머리는 눈의 위치와 주둥이를 살펴봤다. 토종붕어의 눈은 몸체 정중앙에 기준선을 그어 놓고 보았을 때 약간 위쪽에 있다. 이에 비해 떡붕어는 정중앙 아래에 있다. 흔히 ‘자바라’라고 부르는 주둥이는 일반 붕어에 비해 다소 짧았지만 바늘이 쉽게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게 인상적이었다. 잉붕어는 주둥이는 퇴화한 미세한 수염이 있다. 
▶꼬리지느러미
토종붕어는 부채를 펴놓은 바깥쪽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넓게 퍼져 있다. 난정지 혹부리붕어는 다른 붕어에 비해 더 크고 넓은 꼬리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녀석들은 힘이 대단하다. 낚으신 분이 큰 손맛을 보았으리라 본다. 떡붕어는 제비 꼬리처럼 찢어져 있다.  
▶비늘
단단한 비늘로 무장한 철갑붕어였다. 나이를 판독하기 위해 비늘을 빼내려 했는데 잘 빠지지 않았다. 교잡종이나 떡붕어는 토종붕어에 비해 크고 약하며 손으로 밀기만 해도 비늘이 쭉 빠져 나온다.
▶측선 비늘 수
29개. 측선이란 어체 중앙의 비늘에 나 있는 검은 점을 말한다. 토종붕어의 측선 수는 28~30개이며 떡붕어는 29~33개다. 떡붕어 중에도 29개나 30개의 측선 비늘 수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으므로 측선 비늘 수만으로는 토종붕어냐 아니냐를 가릴 수 없다. 단 31개 이상은 떡붕어라 판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잉어는 측선이 비늘 한 가운데가 아니라 머리 쪽 가장자리에 찍혀 있는 게 특징이다.    
▶나이
6년 10개월이다. 정확한 나이 판독을 위해 가슴지느러미 옆 비늘을 3장 빼내 판독해봤다. 나이 측정용 비늘은 건강해서 나이테 기록이 선명한 것을 골라야 한다. 비늘이 빠진 자리에서 다시 난 재생 비늘엔 나이테가 흐릿해 정확히 볼 수 없다. 가슴지느러미 옆 비늘 중에서 빼내야 한다. 

 
내부
▶새파 수
36개. 새파란 물과 함께 흡입된 먹이를 걸러내는 빗살 형태의 기관이다. 새파 수는 토종붕어와 떡붕어를 구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식물성 유기물을 섭취하는 떡붕어의 새파 수가 더 많다. 토종붕어가 32~42개, 떡붕어는 92~120개의 새파 수를 가지고 있다. 새파 수는 머리 쪽의 굴곡진 면을 세어야 한다. 
▶창자 길이
새파 수와 함께 창자 길이는 토종붕어와 떡붕어를 구별할 수 있는 주요 기준이다. 토종붕어에 비해 떡붕어의 창자 길이가 더 길다. 토종붕어는 몸통 길이의 2.5~3배, 떡붕어는 5배가 넘는 것이 보통이고 어떤 것은 6배에 이르는 것도 있다. 난정지 혹부리붕어의 창자 길이는 몸통 길이의 약 2.5배였다.  

 

혹부리붕어 종자는 따로 없다
위의 검시 결과로 해부를 통한 조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남은 것은 비대한 몸통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하는 작업. 그것은 내장을 빼내는 과정에서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배 쪽을 갈라보니 심장, 창자 주변엔 흰색 덩어리, 즉 비계가 가득했고 그것은 등 쪽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몸통은 곧 비계 덩어리였던 것이다. 혹부리붕어는 살이 찐 비만 붕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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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붕어를 많이 해부해 보았을 텐데 다른 혹부리붕어도 이처럼 비계가 가득 차 있습니까?
혹부리붕어의 몸속엔 내장 외 비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녀석은 비계가 적은 편입니다. 어떤 혹부리붕어는 비계 덩어리가 너무 커서 내장을 아예 밀어내는 정도였습니다. 꼭 혹부리붕어가 아니더라도 몸체가 넓은 붕어나 등이 솟은 붕어는 그속에 비계가 차 있다고 보면 맞습니다.
-이렇게 비대하게 자라는 혹부리붕어만의 유전 형질이 따로 있는 것인가요?
혹부리붕어의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혹부리붕어는 35cm 이상의 붕어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특징입니다. 즉 대물 붕어로 성장할 수 있는 녀석이 혹부리붕어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사람마다 어느 정도 키가 자랄 수 있는지는 유전자가 결정하듯 같은 환경에서도 빨리 자라고 더 크게 성장하는 붕어는 분명 있습니다. 빨리 자라고 크게 성장하는  붕어에 대해 저는 대물 종자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 충주생태시험장에서 대물 붕어 종자의 시험 사육을 해본 결과 대물 종자가 분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대물 붕어의 영양 상태가 나무 좋으면 혹부리붕어가 된다는 애기인가요?
4짜급으로 성장한 붕어는 사실 낚시인 외엔 외부의 적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스도 4짜급 붕어는 먹기 힘듭니다. 대물 붕어가 먹이를 많이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경우 필요 이상의 영양소를 계속 축적하다 보면 축구공처럼 몸이 부풀어 오르듯 비대한 붕어가 되는 것이죠.  

 

6년 10개월 나이테 판독 결과 흥미로워 
-난정지 5짜 혹부리붕어의 나이가 6년 10개월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적어 놀랐습니다. 
10년 전에 낚시춘추에서 전국의 대물 붕어 41마리의 비늘을 수집해 나이를 판독해 특집 기사를 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사에선 4짜 붕어의 평균 나이가 8~9살이었고 35~39cm 붕어의 평균 나이는 7~8살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그동안 조사한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5짜, 6짜 붕어의 평균 나이입니다. 당시 기사에선 6마리의 5짜 붕어 나이와 2마리의 6짜 붕어 나이도 함께 기록되어 있는데 6마리 5짜 붕어의 평균 나이가 9~10살이었고 2마리의 6짜 붕어는 6년, 7년이었습니다. 6짜 붕어는 철원 토교지에서 낚인 것입니다. 
-난정지 5짜 붕어는 다른 5짜 붕어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빨랐군요.
6년 10개월이면 7살이라는 것인데 조금 빠르다고 설명할 수 있겠죠. 나이테를 보면 1~2년 나이테(윤문) 사이가 다른 해보다 넓습니다. 태어나서 1~2년 사이에 급성장을 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