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버림받은 시즌의 부활, 단오감성돔

② 장흥 대구도

무성한 몰밭 사이 은비닐 어른어른

내만의 카고 배낚시 피해지역에서 벗어난 자유지대, 조류 좋아 입질도 시원

대구도는 강진군 마량항과 장흥군 회진항 사이 난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내만도 외해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대구도 연안 갯바위는 무성한 해초로 뒤덮여 있고 적당히 흐린 물이 시원스럽게 흐른다. 이곳이 단오감성돔의 숨은 보고였다.

▲검은 몰밭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대구도 남동쪽 갯바위. 목포 낚시인 김미진씨가 ‘단오감성돔’을 노리고 있다.

1년 중 마량포구가 가장 북적대는 때는 5~6월. 바로 단오(端午, 양력 5월 28일 전후) 절기에 절정을 맞는 단오감성돔 시즌이다. 마량에서 선외기를 타고 10분만 가면 도착하는 초완도, 장구도, 접도는 물론 고금도, 조약도 등의 깊숙한 내만까지 단오감성돔이 찾아든다. 뱃삯 2만원만 주면 누구나 5짜 조사가 될 수 있는 최단거리 코스가 이곳에 몰려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선상 카고낚시 때문이다. 마량항 입구부터 선단을 이룬 카고배가 물골을 떡하니 붙잡고 있으니 연안으로 올라붙을 감성돔이 부쩍 줄었다는 게 갯바위꾼들의 불평이다.
마량지역으로 취재를 가려는데 ‘카고 배낚시를 피해 손맛을 볼 수 없는 곳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해남의 이경찬씨로부터 쌈빡한 제보가 날아들었다. 직장인이라 휴일에만 낚시를 다닐 수 없는 그는 그만큼 낚시터 선정에 신중을 기한다. “지난 4월 12일에 대구도라는 섬으로 들어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왔다”는 것. “대구도 남쪽에 내려 동료 낚시인과 4마리를 낚았는데 25~30cm 두 마리와 40~45cm를 두 마리 낚았고 함께 간 다른 해남팀의 조과까지 합하면 비슷한 씨알을 10마리 가량이나 뽑았다”고 했다.

▲이렇게 좋을 수가! 35cm 감성돔을 낚아낸 성동렬씨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마량에선 원정코스?

대구도가 어딘가? 지도를 놓고 살펴보니 마량항과 회진포구 사이에 대구도가 떠 있는데 참으로 애매모호한 위치다. 행정구역은 회진면이지만 포구를 기준할 경우엔 딱 중간 지점이다.
4월 30일 목포의 정용선씨 일행으로 취재팀을 짜서 대구도로 들어갔다. 다른 낚시인들은 코앞의 초완도와 장구섬에 모두 내렸는데 우리만 20분 정도를 더 운항하여 대구도로 향했다. 함께 출조한 성동열씨가 “이맘때 마량 출조로는 최장거리 원정”이라며 농담을 날린다.
우리가 내린 포인트는 해남팀들이 재미를 봤다는 남쪽의 작은 엿등. 이제 막 만조에서 썰물로 돌아설 입질 타이밍이라 서둘러 채비를 꾸렸다. 편광안경을 끼고 바라보니 곳곳에 시커먼 해초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정용선씨가 “이 정도 몰이라면 40cm급만 걸어도 휘감을 위험이 높다”며 챔질 후 곧바로 강제집행하라고 충고한다.
첫 입질은 최보식씨가 받았다. 씨알은 그다지 커보이지 않았는데 녀석이 몰밭 쪽으로 내달리자 사정없이 릴을 감아 들인다. 마치 가발을 쓰듯 몰을 휘감고 올라온 녀석은 35cm급. 그 모습을 본 뒤 바짝 기합이 들어 찌를 노려보는데 성동열씨가 곧바로 비슷한 씨알을 걸어낸다. 역시 35cm 정도의 준수한 씨알이다. 그런데 두 마리를 끝으로 오후 1시까지 더 이상 입질이 없다.

▲목포에서 온 김영민씨가 장구도에서 거둔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취재팀 중 가장 먼저 감성돔을 뽑아낸 최보식씨

“고기가 나오면 옮기지 말고 그냥 버텨요”

오후에는 내만으로 옮겨볼까 하고 선장에게 전화를 하니 “내만은 아예 물이 안 가 모두 쉬고 있으니 고기가 나오면 그냥 있는 게 낫겠다”고 한다. 다른 이유라면 몰라도 물이 안 간다면 굳이 내만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싶어 그냥 버티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초들물에 김미진씨가 42cm 감성돔을 추가로 낚았다.
철수길에 내만 조황을 살펴보니 형편없었다. 대부분 꽝을 쳤다. 내만권 최고의 명당이라는 초완도 직벽에서도 20~25cm만 몇 마리 낚였을 뿐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의준 선장은 “마량 근해에 갑자기 냉수대가 몰려들었다”고 했다. “대구도는 난바다에 있는 섬이라 조류발이 내만보다 훨씬 좋았을 것이고 그래서 감성돔이 몇 마리라도 나온 것 같다. 또 아무래도 카고낚시 영향이 없고 낚시꾼들이 많이 건들지 않은 것도 이유일 수 있다”고 했다.
5월 중순에 접어든 마량 내만의 조황은 예년에 비해 조황 기복이 심한 편이다. 전통의 명당인 초완도 직벽(석산)과 장구섬 철탑밑에서는 그나마 40~50cm가 드문드문 낚이곤 있지만 들쭉날쭉한 수온 탓인지 씨알이 중구난방이라는 것. 하지만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마량 근해 감성돔낚시의 진정한 핫 시즌은 5월 중순부터가 아니던가. 가벼운 긴팔셔츠 하나만 걸치고 나가도 약간은 무더울 이맘때부터 5짜급 대물 확률도 가장 높아진다.

▒조황문의 마량 내저낚시 011-628-0704, 목포 현대낚시 061-242-3580

대구도로 가려면?

회진 내저포구에서 20분 거리, 팀을 이뤄 뱃삯 15만원 맞춰야

대구도가 전혀 손을 타지 않은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엔 내만의 감성돔들이 빠지는 시기에 주로 맞춰 출조를 다녔는데 실제 낚시를 다녀보니 내만과 비슷한 시즌을 형성하고 있었다. 내저낚시 조의준 선장은 “대구도의 오름감성돔 시즌은 내만보다 1주일 가량 빨리 시작되고 6월을 넘겨서도 꾸준히 감성돔이 낚인다”고 했다.
대구도를 잘 찾지 않는 이유는 출조코스와 선비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마량 앞바다 섬들까지는 2만원, 대구도까지는 2만5천원을 받는데 이맘때는 선장들이 주로 내만 손님들을 가이드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에 대구도로 출조하려면 6명(합계 15만원) 또는 15만원을 맞춰주길 원하고 있다. 내저포구에서 선외기로 20분 걸린다.

▲철수길에 잠시 들른 초완도 직벽(석산, 돌무너진 곳). 마량 지역 최고의 명당 중 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