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진의 ‘찌낚시, 이것이 알고 싶다’

이달의 주제

찌 구멍은 과연 큰 게 좋은가?

민병진 체육학박사·상명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 특임교수·제로FG 회장

구멍찌에서 원줄이 통과하는 구멍의 크기는 낚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체로 찌 구멍이 좁으면 채비가 늦게 내려가고 찌 구멍이 넓으면 빨리 내려간다고 알려져 있다. 채비가 빨리 내려가면 그만큼 깊은 수심층에 미끼를 빨리 도달시킬 수 있으므로 흔히 말하는 ‘대구경’ 구멍찌가 최근에는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감성돔낚시나 참돔낚시라면 몰라도 벵에돔낚시에서의 대구경 구멍찌는 단점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 구멍찌낚시로 올린 벵에돔들.

빠른 채비 내림이 능사는 아니다

90년대에 구멍찌가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 찌구멍 크기는 대개 1.8Ø(파이)였다. 그리고 그 크기는 거의 10년 이상 지속됐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자 찌구멍은 2Ø로까지 커졌고 최근에는 4Ø 이상 되는 대구경까지 등장했다. 찌구멍의 대구경화 현상에 대해 일부 낚시인들은 갈수록 어자원이 줄어들고 대상어가 깊은 곳에서 입질하는(떠오르지 않는) 경향과 연관이 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구멍찌 메이커들(특히 벵에돔낚시의 원류국인 일본의 업체들)이 20년 이상 1.8Ø의 좁은 찌구경을 고수했겠는가는 분명히 생각해볼 문제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일본의 유명 찌낚시 명인이자 다이와 필드테스터 야마모토 하찌로씨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벵에돔 찌낚시의 원류는 띄울낚시입니다. 밑밥이라는 강력한 유인제를 써서 깊고 먼 곳에 퍼져 있는 벵에돔을 낚기 쉬운 범위 내로 불러들이는 것이죠. 따라서 구멍찌는 그곳까지 나의 채비를 보내주고 예민하게 어신을 전달해주는 게 주목적입니다. 그리고 좁고 가는 찌구멍은 벵에돔이 경계심 없이 미끼를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필자는 야마모토 명인이 ‘보이지 않은 역할’이라고 표현할 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아채지는 못했다. 야마모토 명인은 “제로조법과 같은 벵에돔낚시에서는 1.8에서 2.5호 원줄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호수는 1.8파이의 찌구멍을 통과할 때 가장 적당한 채비 하강 속도가 나옵니다. 미끼가 너무 느리게 내려가면 밑밥과 동조가 안 돼 입질을 받지 못하고 반대로 미끼 혼자 빠르게 가라앉아도 밑밥과 따로 놀게 돼 불리합니다. 그 적당한 하강 속도를 좁은 찌구멍이 잡아주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 다양한 크기의 찌구멍을 갖고 있는 구멍찌들.

벵에돔낚시는 빠른 입수보다 정확한 입질층 파악이 중요

아무튼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1.8Ø보다 구경이 훨씬 큰 2~3Ø의 구멍찌들이 속속 출시됐고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벵에돔낚시에서도 대구경 구멍찌의 인기가 급속히 높아졌고 상부와 하부는 구경이 넓고 중간 부분은 좁은 제품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 유행도 오래가지는 못했고 최근에 찌구경에 대한 낚시인들의 관심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아마도 그것은 처음에는 대구경찌를 활용한 빠른 채비 내림으로 재미를 보았지만 나중에는 남들도 자신과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되자 비교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박탈감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감성돔낚시와 참돔낚시는 어차피 깊은 바닥층을 노리므로 찌구경보다는 봉돌이나 수중찌가 채비 하강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다. 그러나 벵에돔낚시는 중상층을 주로 노리고 입질층을 정확히 짚어내는 게 중요하므로 찌구경 자체가 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의 낚시인들이 찌구경이 넓은 찌보다는 강풍 속에서도 채비를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크고 무거운 찌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