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촬영한 서해안고속도로 고가차도 일대. 고가차도 바로 밑의 좌안에 자리를 잡았다.

첫 입질에 38cm를 훌쩍 넘기는 떡붕어가 걸려들었다.

교각 밑에 차린 필자의 포인트.

지난 5월 27일 찾은 곳은 수도권에서 가깝고 손맛 보기 좋은 남양호 홍원리수로였다. 이곳에서 전날까지 살림망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양의 붕어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찌를 세우기 힘들 정도의 30~40cm 얕은 수심에서 붕어가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기다릴 것도 없이 다음날 새벽 4시에 출발, 아침 5시쯤 남양호에 도착하였다. 이미 도착해 있던 곽재순 씨는 이곳을 알려준 지인과 통화를 하며 포인트를 찾아갔다. 그곳은 홍원교 바로 아래쪽 논둑 포인트였다. 그러나 이미 포인트를 선점한 낚시인이 있어 다른 포인트를 찾아야만 했다.

50~60cm 수심에서도 입질 활발

하류권으로 내려가며 포인트를 찾았지만 수초가 밀생해 있고 찌를 세울 수 없을 만큼 수심이 얕아 서해안고속도로 교각까지 내려와 보니 그곳에 빈자리가 몇 곳 있었다. 교각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부들이 병풍처럼 벽을 만들고 있고 짧은 대를 펴도 닿을 거리의 포인트가 보였다. 수심을 체크해 보니 고작 50~60cm. 하지만 이 정도 수심은 홍원리수로에서는 깊은  수심에 해당한다. 물색 또한 좋아 망설일 것 없이 2박 일정의 포인트로 정했다. 동행한 곽재순 씨는 수초가 듬성듬성 자라있는 도로변 논둑에 자리를 잡았다.

찌를 가리는 수초를 조금씩 잘라내고 빈 공간을 확보하자 멋진 포인트가 완성됐다.

이곳 홍원리권은 연안으로 수초가 잘 발달되어 있어 좋은 포인트를 형성하지만 남양호 수위에 따라 최저 30cm, 최고 60cm일 정도로 얕은 수심대에 속한다. 하지만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붕어들이 얕은 수초대로 몰려오면서 호황을 맞는다. 하지만 이번처럼 5월 말에 호조황이 이어지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 낚시방송에도 소개가 되었는데, 이맘때 살림망을 가득 채울 정도의 떼 붕어가 나온 게 이상스럽기만 하다.

대편성 중 한 분이 오시더니 “이날 아침에 철수하는 낚시인이 살림망을 들지 못할 정도로 많은 붕어를 낚았고 24리터 아이스박스가 넘칠 정도였다”고 말했다. 붕어는 약을 내린다고 말했다는데 남양호는 수질이 매우 나쁜 곳이라 보약이 아니라 독약을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진정한 낚시인이라면 손맛만 즐기고 다시 방생하는 것이 정도(正導)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편성 중 올라온 37cm 떡붕어

좌대와 텐트를 설치하고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붕어가 들어와 있는지 앞쪽 부들수초가 흔들리는 것이 보여 마음이 더욱 바빴다. 정면에서 해가 떠올라 눈이 부셨지만 급한 마음에 대를 펴는 손길이 바쁘기만 했다. 대편성 중 입질을 받아 챔질하자 덜컹하며 손끝에 큰 힘이 전해 왔고 수초를 감아버리며 터지고 말았다. 두 번째 입질도 수초에 감기며 터졌지만 이어지는 입질에 앙증맞은 6치 붕어가 무사히 얼굴을 보여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질이 들어 왔다. 이번 녀석은 심상치 않은 힘을 보이며 쉽게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간신히 얼굴을 내민 녀석은 거의 4짜급이었으나 아쉽게도 떡붕어였다. 계측자에 올리니 37cm. 남양호에서 주로 나오는 빨래판만 한 4짜 떡붕어에는 조금 미쳤다. 잦은 입질을 모두 받아내다 보니 대편성을 마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았다.

짧게는 2.4칸부터 길게는 3.6칸까지 모두 12대를 편성하였다. 미끼로는 옥수수어분글루텐을 조금 단단하게 반죽하여 사용하였다. 대편성을 마친 후로도 입질은 이어졌지만 씨알 좋은 붕어는 보이지 않았고 그저 5~8치의 붕어와 허리급 이상의 떡붕어였다.

한편 이곳 남양호는 수도권에서 가깝고 어자원이 풍부하며 포인트도 무궁무진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꾼들이 쓰레기를 버린다는 이유로 많은 지역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한동안 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었다.

지난 2004년 남양호 화성시 구간은 장안대교를 기점으로 상하 500m를 지나 각 1km씩을 제외하곤 모두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었다. 2년 뒤인 2006년에는 평택시에서도 홍원교부터 서해안고속도로 다리 아래 50m를 지난 지점 양쪽 연안을 제외하고 전 지역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였다.

평택시의 허용구간 중 대부분이 작은 논과 이어져 있다. 좁은 논둑을 오가기도 힘들뿐더러 좌대 설치도 어려운 여건이다. 또한 이곳은 수심이 너무 얕고 수초까지 밀생해 낚시인들이 찾지 않는다. 그런 곳이 허용구역의 절반에 해당되다보니 몇 명만 자리를 잡아도 만석이 되는 것이다. 그 바람에 많은 낚시인들이 단속반의 눈을 피해 낚시금지구역에서 대를 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루 빨리 담당자가 현장에 나와 실태를 확인하고 낚시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정해 현실에 맞게 낚시 가능 구역을 변경해 주기 바란다. 아무튼 과거에 남양호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던 필자도 이제는 1년에 한두 번만 찾을 뿐 점차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낚시 허용구간 보존하며 낚시해야

오전 9시가 지날 무렵 왼쪽 부들에 붙여 놓았던 3.0칸 대의 찌가 멋지게 솟아올랐다. 수심이 얕으면 몸통까지 시원하게 올려주는 찌올림을 보기 어려운데 이곳 붕어들은 대체로 시원한 입질을 하고 있었다. 정점에서 챔질하니 강하게 저항하며 이번에도 좀처럼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물결을 일으키며 저항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4짜급 붕어로 보였다.

잠시 후 물 위로 떠오른 녀석은 이번에도 4짜에 육박하는 대형 떡붕어였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토종붕어는 아니었지만 짧은 순간 4짜 토종붕어로 생각해 행복했고 손맛도 짜릿했다. 이후에도 잦은 입질이 들어왔고 오전 중에만 떡붕어 3수 포함 9치 토종붕어까지 마릿수 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오후로 시간이 바뀌며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고 그 때문인지 이렇다 할 입질이 없었다. 오후가 되니 서해안고속도로 고가차도가 그늘을 만들어주어 시원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하였다.

케미를 밝히고 밤낚시를 시작하니 밤 8시경 중앙에 세워 놓은 찌가 멋지게 솟아올랐다. 챔질에 성공하니 거세게 저항하며 수초 속으로 파고들었지만 강제제압 해 뜰채에 담았다. 올라온 녀서은 턱걸이 월척 붕어였다.

얼마 후 다시 입질이 들어 왔고 이때 나온 녀석이 24cm를 조금 넘기는 8치급 토종붕어였다. 이렇게 자주는 아니지만 틈틈이 입질해 주는 붕어들 덕분에 밤 11시까지 즐거운 손맛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씨알이 기대에 못미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벽 4시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새벽 낚시를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준척급 붕어가 나왔지만 새벽 입질은 그리 활발하지가 않았다. 이후 날이 밝으며 찾아온 아침 입질에 낱마리의 붕어만 나왔고 해가 높이 뜨면서 그나마도 입질이 사라졌다. 전날은 오전 내내 바쁘게 입질이 이어졌었는데 이날은 바람도 잔잔하고 낚시하기에도 너무 좋은 날씨였지만 이후 이렇다 할 입질이 없었다.

2박 일정으로 출조했지만 곽재순 씨가 입질이 너무 없다며 철수를 종용했다. 필자 또한 모기도 덤비고 입질도 뜸해 낚시 욕심이 없던 참이라 조기철수를 결정하였다. 알고 보니 곽재순씨의 포인트에서만 유독 입질이 없었을 뿐 그 옆의 낚시인들은 그런대로 손맛을 보고 있었다. 철수하며 그 분들의 살림망을 확인하니 월척 붕어 몇 수와 준척 붕어 몇 수 그리고 대물 떡붕어 3마리가 들어 있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찾게 되는 남양호지만 이번처럼 찌맛과 손맛을 제대로 만끽한 것은 실로 오래간만이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허용구간이라도 잘 지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또한 악법도 법이라는 말처럼 금지구역에서의 낚시는 지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내비 입력: 평택시 포승읍 홍원리 1006-2

수초제거기로 포인트를 만들고 있는 곽재순 씨.

케미를 밝힌 후 부들수초대를 노리고 있다.

홍원리수로의 논둑 포인트. 폭이 좁아 낚시가 불편하다.

필자가 올린 대물 떡붕어.

사진에 보이는 철탑부터 축사 앞을 지나 본류까지는 낚시금지구역이다.

곽재순 씨의 포인트.

필자가 거둔 조과.

취재일 조과를 보여주는 곽재순 씨.

최상류 홍원교 일대. 철탑 앞과 더불어 90년대 얼음낚시 명소로 유명했던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