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들어 전남권으로 10박과 11박 두 차례 출조를 다녀왔고 그런대로 손맛도 봤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한 번 더 원정을 가볼까도 했지만 긴 설 연휴가 끼어 실행하지 못하다가 중부권 낚시터를 주목하게 됐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충남 보령 해안가 간척호인 보령호에서 겨울 물낚시에 붕어가 호황이라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출조 계획을 짰다. 참고로 보령시 내륙에 있는 보령호는 댐 규모의 초대형 저수지이며 지금 소개하는 보령호는 해안가 간척호이다 .

지렁이 미끼에 집중되는 입질

1월 31일에 보령시 천북면에 있는 빙도교 일대를 찾았다. 인근의 진죽수로는 자주 찾았지만 이곳은 처음이었다. 연휴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빙도교 양쪽에 많은 낚시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선 빙도교를 건너 오른쪽 산자락을 목표로 찾아갔지만 이곳은 도로에서 급경사를 내려가 100m가량 걸어가야 했다. 짐이 많은 필자로서는 접근이 어려운 여건. 그래서 차량 진입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은 빙도교 좌측을 포인트로 정했다. 전날 많은 눈이 왔기에 주변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마침 비어 있는 콧부리가 있어 2박 일정의 포인트로 정하였는데 주차 후 10m 정도만 이동하면 돼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포인트였다.

좌대를 펴고 텐트를 올린 후 보일러까지 설치해 완벽하게 낚시 준비를 마쳤다. 그때까지도 옆에서 낚시 중이던 분들은 경쟁하듯 붕어를 낚아내고 있어 더욱 마음이 바빴다.

3.4칸부터 3.8칸까지 모두 6대를 편성했는데 바닥이 고르지 않아 찌를 세우는 데 애를 먹었다. 석축을 쌓았던 돌들이 물 속에 잠겼는지 던질 때마다 수심이 달랐고 어렵게 찌를 세워도 돌 틈 사이로 봉돌이 박히며 채비가 손실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빈 구멍을 찾아가며 어렵게 찌를 세웠고 두 번째 대를 편성하는데 처음 세워 두었던 찌가 솟아올랐다. 이때 처음으로 나온 붕어는 6치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잔챙이. 이후 대편성 중 계속 입질이 있었고 6대를 편성하는데 1시간 가까이나 걸렸다. 그 와중에 낚인 붕어는 24cm가 가장 컸고 대부분은 7치 전후의 잔 씨알이었다. 입질은 주로 지렁이 미끼에 들어왔으며 6대 중 단 1대에만 지렁이를 달았더니 그 대에만 입질이 들어왔다. 반면 옥수수어분글루텐을 달아 놓은 다른 찌들은 가끔씩만 입질할 뿐이었다.

97년 방조제 생기면서 담수화 진행

보령호는 1997년 보령시 오천면과 천북면 사이 바다를 막아 생긴 간천호로 방조제 길이는 1km이다. 만수면적 430만평이며 간척호 안에 있는 빙도까지는 다리(빙도교)를 통해 진입할 수 있다. 바닷물이 담수화되면서 보령권의 거대 붕어낚시터로 성장했다. 빙도의 면적은 0.73㎢로 작지 않은 섬이며 다수의 주민들이 논농사를 짓고 있다.

붕어낚시는 이 빙도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 빙도교 외에도 진죽지 퇴수로부터 보령호 합류 지점까지 약1.5km 구간도 양쪽 연안에서 낚시가 가능하다.

보령호 본류 연안에는 30여 곳의 갈대와 부들이 가득한 둠벙이 산재해 많은 낚시인이 찾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진입로를 쇠사슬로 막아놓아 본류권 접근이 어렵다. 그러다보니 대다수 낚시인이 빙도교 부근으로 몰리고 있다.

3.4칸 두 대만으로 ‘쌍권총’ 낚시

대편성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낚시에 돌입하자 지렁이를 달아 놓은 3.6칸 대에 집중적인 입질이 들어왔다. 씨알은 여전히 7치 붕어가 주종. 26.5cm짜리가 최대어였다.

밤낚시에서는 그래도 큰 붕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일찍 저녁식사를 마친 후 케미를 밝혀 본격적으로 밤낚시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어둠이 내렸지만 이상하리만

치 찌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 없이 덤비던 붕어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 밤이 깊도록 입질은 없었다. 필자뿐 아니라 옆자리의 모든 낚시인들이 미동도 않는 않는 찌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늦은 밤 몇 차례의 입질이 있었지만 달랑 7치 정도의 붕어 한 마리를 잡고 밤 10시쯤 휴식을 취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잠시 낚시를 해 보았지만 여전히 입질은 없었다. 다시 침낭 속으로 들어가 휴식을 이어 갔고 텐트를 열어 보니 가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영상권의 포근한 날씨라 다시 찌를 세웠다. 하지만 새벽에도 입질은 뜸했고 겨우 8치 붕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동이 트고 비가 완전히 그친 아침 8시가 지날 즈음부터 다시 입질이 붙기 시작하였다. 이때도 주로 나오는 씨알은 7치였으며 간혹 8치 후반대까지는 나왔지만 그 이상의 붕어는 잡지 못했다.

참고로 약 2년 전 진죽수로 하류권을 찾았을 때 올린 8~9치 붕어들은 몸에 상처가 많았고 비늘도 그다지 깨끗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보령호에서 낚은 붕어는 비록 씨알은 잘았지만 붕어 상태는 아주 좋았다. 비늘 색상도 검은색을 띠어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환경이 좋아진 건지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소나기 입질은 이어졌다.

지렁이에만 입질이 오기에 3.4칸 대에도 지렁이를 달아 두 대만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쌍권총’ 낚시를 하는데도 총알을 차고 나가는 등 정신 없이 붕어를 올릴 수 있었다.

바람 강해 얼지 않아 겨울에도 물낚시 잘 돼

점심식사 후 철수를 고민을 하다가 결국 조기 철수를 하기로 했다. 2박 낚시를 예정하고 출조했지만 잔챙이만 덤비고 밤낚시가 잘 되지 않았기에 일찍 철수해 집에 가서 쉬는 게 좋을 듯 했다. 조과를 확인하니 미리 방생한 잔챙이를 빼더라도 모두 60여 수 이상은 되는 듯 했다.

필자보다 조금 늦게 출조한 옆자리의 양영식 씨의 조과도 확인하였는데 필자보다 더 많은 붕어를 낚았지만 씨알은 비슷했다. 다만 그의 살림망 속에는 33cm의 월척도 한 마리 들어있어 인상적이었다. 이곳을 잘 아는 지인으로 부터 들은 정보로는 붕어 외에 30cm 전후의 발갱이(새끼 잉어)도 많이 낚이고 4짜 붕어도 가끔 나오지만 필자가 앉았던 포인트는 잔챙이 위주로 낚인다고 한다. 또한 보령호에는 배스도 많이 서식하고 있어 배서들도 자주 찾는다고. 하지만 필자는 배스 실물은 확인하지 못했다.

특성상 보령호는 바람이 강한 지역이라 얼음도 잘 얼지 않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한겨울에 물낚시가 가능한 곳이다. 또한 인근의 규모 작은 둠벙은 얼음이 잘 어는 편이라 얼음낚시도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내비 입력 빙도교

필자가 두 번째로 올린 7치 붕어. 산밑 포인트의 평균 씨알이었다.

빙도의 특급 포인트. 빙도로 건너 간 뒤 오른쪽 연안이다

마릿수 조과를 올린 양영식 씨가 33cm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양영식 씨가 올린 마릿수 조과.

잘지만 깨끗했던 빙도 붕어.

드론으로 촬영한 빙도.

드론으로 촬영한 빙도교와 빙도.

드론으로 촬영한 빙도교 진입로. 양안에서 낚시가 가능하다.

빙도교 옆 진입로마다 쇠사슬이 설치돼 있었다.

필자가 자리한 빙도교 산밑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