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리뷰
한국견지낚시협회 주최 청평배견지대회
전통 배견지 대잔치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 2015 청평배견지대회 참가자들이 개회식을 마치고 단체촬영했다.
▲ 청평배견지대회 모습. 참가자들이 스침질을 하며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 청평댐에서 낚은 누치를 들어 보이고 있는 이종건, 이영섭 부자.
▲ 조상훈 회장이 시상식에서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청평댐 하류의 청평대교 아래에는 40여 척의 견짓배들이 줄지어 떴다. 한국견지낚시협회 주최로 청평배견지대회가 열린 날이다. 협회 회원 90여 명이 가족 또는 동료와 함께 참가했다. 울긋불긋한 파라솔 아래 2~3명씩 낚싯배에 오른 낚시인들이 견짓대를 드리우며 누치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배견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배견지는 조선시대부터 즐겨온 전통의 낚시 방법이다. 여울이 흐르는 강에 배를 고정해놓고 구더기를 꿴 바늘을 흘려보내 누치를 비롯한 강고기를 낚는다. 바지장화를 신고 강심으로 들어가서 하는 여울견지는 포인트를 읽고 채비를 흘려주는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배견지는 배만 타면 누구나 쉽게 누치를 낚을 수 있다.
15년째 이어온 청평배견지대회
2001년부터 매년 청평호에서 배견지대회를 열고 있는 한국견지낚시협회는 올해로 15년째 행사를 치르고 있다. 조상훈 회장은 “2000년에 팔당호 배견지터가 사라진 뒤 그 다음해부터 선조의 낚시인 배견지를 지키고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낚시대회를 매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배견지는 낚시가 쉽고 조황도 뛰어나서 일반인에게 견지낚시를 알릴 수 있는 입문 코스입니다”하고 말했다.
본부석이 마련된 청평대교 밑 첫집엔 대회 참가자 외에도 견지낚시를 즐기려는 일반인들이 눈에 띄었다. 첫집의 남기옥 사장은 “배견지를 한번 경험해본 사람들은 고기가 잘 낚이니까 그 기분을 못 잊어서 다시 찾게 됩니다. 잘 낚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런데 수십 척의 견짓배 중에 고기를 낚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청평댐에서 수문 방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평댐에서 방류를 해야 물흐름이 생기면서 강고기들이 움직이고 미끼를 흘려서 낚아낼 수 있다. 여울을 거슬러 떠있어야 할 배들이 잔잔한 수면에 떠있으니 견짓배 같지 않아 보였다. 이철용 고문은 “원래는 아침부터 방류를 하기로 했는데 문의를 해보니 발전기에 이상이 생겨서 오후에나 방류가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댐은 보통 장마를 대비해 수문 방류량을 늘리는데 올해는 가뭄 탓에 수문을 여는 날이 줄었어요”하고 말했다.
청평댐 밑의 배견지는 장마를 대비해 댐 수문을 방류하여 물흐름이 빨라지는 6월부터 본격 시즌을 맞는다. 그런데 최근 몇 해 동안 이어진 가뭄 탓에 초여름의 방류량이 많이 줄었다. 여울이 자주 생기지 않자 배견지집들은 여울이 생기지 않을 때 견짓배를 강기슭에 대고 피라미나 모래무지 등의 강고기를 낚는 대낚시를 병행하고 있다.
▲ 청평호에서 열린 청평배견지대회 모습. 붉은 파라솔을 세운 견짓배들이 호수를 수놓았다.
▲ 청평댐 밑의 견짓배들. 댐에서 수문 방류를 해야 여울이 생겨 배견지가 이뤄진다.
▲ 청평대교 밑의 배견지집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배견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 김용환, 전문자씨 부부가 낚은 누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대회 중 견짓배에 오른 사람들. 낚시가 쉬워 일반인도 배견지를 즐기러 이곳을 자주 찾는다.
“청평댐아 물을 보내다오”
점심식사를 하러 오는 참가자 중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전 조선일보 사진부장이자 지금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오봉씨였다. 그의 옆엔 견지낚시 원로 이달곤씨가 있었다. 이오봉씨는 “팔당배견지가 사라진 2000년에 월간낚시에 팔당배견지의 마지막 낚시라는 제목으로 이달곤 선생의 배견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엔 월간조선 화보로 청평호 배견지를 담기 위해 배견지대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제 내린천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달곤씨는 내린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견지낚시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오후부터는 굵은 비가 쏟아졌는데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수문 방류가 시작됐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비를 입은 회원들이 다시 보트를 타고 들어가서 견짓배에 올랐다. 물흐름이 생기자 입질도 금방 살아났다. 여기저기서 누치를 걸어 올리기 시작했다.
낚시대회는 오후 4시에 종료되고 살림망을 든 참가자들이 본부석에 모였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수문 방류였지만 그 사이 15마리의 누치를 낚은 회원도 있었다. 다만 씨알이 생각보다 작았다. 계측을 담당한 이철용 고문은 “지금 청평배견지에 낚이는 씨알은 30~40cm가 주를 이루지만 마릿수가 좋아요. 9~10월엔 씨알이 굵어져서 일반인도 60cm가 넘는 멍짜를 낚기도 합니다”하고 말했다. 계측 결과 정동철 회원이 개인전 1위에 올랐고 견지누리가 단체전 1등상을 받았다.
조상훈 회장은 “우리 협회는 배견지대회 외에 일반인들의 견지 체험학습을 위해서 지난 2002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견지낚시학당을 열고 있습니다. 홍천강, 북한강, 남한강을 돌면서 열고 있는데 올해는 10월에 충주 남한강에서 견지학당을 열 예정이니 그때는 가족과 함께 내려오시죠”하고 말했다.
■문의 한국견지낚시협회 www.gyeonji.net
청평 배견지 이용 방법
수문 방류 꼭 확인하세요
청평대교 밑에는 견짓배를 운영하는 배견지집이 여럿 있다. 이곳에 전화를 해서 청평댐 수문 방류 여부를 확인하고 낚시터를 찾아야 한다. 청평댐이 방류하지 않으면 고기가 낚이지 않는다. 견짓배 이용료는 2인승 한 척에 시간당 2만원을 받는다. 배를 빌리면 깻묵이 든 썰망과 미끼, 구명조끼, 견짓대를 빌려주므로 몸만 가면 된다. 낚시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낚시 요령을 들으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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