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맹골도 감생이 제대로 붙었다

작년 겨울 부진 말끔히 씻으려나

진도 맹골도에 감생이 어군이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다. 재작년의 대호황을 기대하는 꾼들은 작년의 부진을 털고 올해 맹골도가 감생이 풍작을 일궈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죽도 뿔치 안통 포인트에서 감생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선 자리 왼쪽으로 삼여가 바라다 보이는 포인트로 들물 때 50cm 이상의 굵은 감생이가 잘 낚인다. 조류가 앞쪽으로 밀려들 때 발밑을 노리는 게 좋다.

▲진도 다도해낚시의 피싱랜드호가 삼여에 내린 손님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새벽 4시, 환하게 불이 켜진 진도 다도해낚시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허재옥 사장이 우리를 맞는다.
“어서들 오시오, 드디어 전쟁이 시작됐소!”
전쟁이라, 참 어울리는 표현이다. 진도로 겨울 감생이낚시를 다녀본 낚시인들이라면 이 표현에 누구나 맞장구를 칠 것이다. 진도의 겨울낚시터는 병풍도와 맹골도 밖에 없어 타 지역에 비해 포인트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부속섬이 거의 없는 병풍도는 포인트 숫자에서 맹골도에 크게 뒤지고 특정 포인트 몇 곳에서만 감생이가 쏟아질 때가 많아 포인트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출항금지가 해제되는 새벽 3시만 되면 병풍도행 낚싯배들의 스피드 경쟁이 불을 뿜는다.
맹골도도 호황기 때는 일찍 예약해야 배를 탈 수 있다. 호황소문이 퍼지면 평일과 주말이 따로 없다. 허재옥 사장은 “정원이 차서 더 이상 예약을 받을 수 없다는 대답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게 주말 저녁의 주된 일”이라고 한다.

▲“물색만 좀더 좋아지면 굵은 놈들이 속출할 겁니다.” 광주에서 온 이경호씨가 죽도 뿔치 안통 갯바위에서 낚은 감생이를 보여주고 있다.

병풍도의 전쟁터보다는 평화로운 맹골도

일단 ‘예약 전쟁’에서만 살아남으면 맹골도 진입은 병풍도보다 수월하다. 병풍도보다 부속섬이 많은 맹골도는 포인트가 많고, 다도해낚시가 맹골도 현지 민박집 종선과 연계해 거의 독점출조하고 있기 때문에 포인트 다툼이 거의 없다. 현지 종선이 손님을 내려놓는 포인트에는 외부 낚싯배가 손님을 내리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자리다툼이 없으니 출조 시간도 새벽 5시에 맞춰 갯바위에 도착하면 바로 날이 새게 조정하고 있다.
또 맹골도의 가장 큰 매력은 씨알이다. 마릿수 재미는 병풍도가 앞서지만 씨알은 맹골도가 낫다. 최근 3년 간 맹골도의 6짜 감생이 배출 숫자가 만재도, 가거도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초등철부터 55cm 이상의 초대형급이 나오므로 맹골도에 베팅하는 것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맹골도를 선호한다. 지난 12월 3일 진도를 찾았을 때, 11월말부터 마릿수 호황을 보이며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던 병풍도 대신 맹골도를 선택한 것도 2년 전 경험했던 대물 감성돔 사태를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날 함께 맹골도로 들어간 영암 낚시인 김석진씨는 “재작년 이맘때 동료랑 둘이 내려 한 자리에서만 50~55cm를 6수나 낚았다”고 말했다.
우리처럼 맹골도의 대물에 침 맞은 사람이 꽤 많은가보다. 평일임에도 3대의 낚싯배가 맹골도로 들어왔다.

▲“올해는 감생이가 풍년일 것 같습니다.” 삼여에서 감성돔, 열기, 우럭, 농어 등으로 다양한 손맛을 본 영암 삼호조후회 윤홍일(왼쪽), 김정제씨가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뻘물 속에서도 곳곳에서 감성돔 속출

아직 물의 탁도가 빠지지 않은 12물. 전날까지 폭풍이 분 탓에 물색은 더 흐렸다. 우리는 최근 조황이 가장 꾸준했다는 죽도 뿔치 안통 갯바위에 내렸는데, 곶부리와 그 맞은편 삼여 사이로 강한 본류가 지나가고 있는 탓에 유독 뻘물이 심했다.
그 때문일까? 오전 내내 우럭만 네다섯 마리 올라오더니 철수 직전에야 35cm 감성돔 한 마리가 솟구쳤다. 그래서 ‘오늘은 뻘물 때문에 전반적 조황이 부진한가보다’ 생각하며 철수배에 올랐는데, 알고 보니 우리와 곽도만 꽝이었고 대다수 포인트에서 감성돔이 낚였다. 씨알은 25~40cm까지 다양했고 대물급은 없었다. 한 사람 당 평균 두세 마리씩 낚아놓은 마릿수 호황이었다.
이날 4마리를 낚은 영암의 윤홍일씨는 “이런 탁수에서도 감생이가 고르게 낚였다는 건 올해 감생이가 제대로 붙었다는 증거”라며 반가워했다. 그는 1.7호 목줄을 두 번이나 터트렸는데 함께 내렸던 김정제씨는 “6짜급 대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겨울 배출된 초등철 최대어는 지난 11월 22일 목포 일번지낚시 회원이 죽도에서 낚아낸 59.5cm다. 허재옥 사장은 “작년엔 맹골도가 부진했지만 올해는 초등 조황이 좋은 상황이다. 12월 초 현재까지 수온이 14도를 오르내리고 있고 잔챙이가 섞여 낚이고 있다. 13도 이하로 내려가는 12월 중순부터는 맹골다운 대물들을 토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도 서망항에서 새벽 5시에 출항해 맹골도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선비는 6만원이다.
▒조황문의 진도 다도해낚시 061-542-7117.

▲ 발판이 좋고 씨알 굵은 감생이가 잘 낚이는 곽도 남쪽 일대. 맨 왼쪽이 마당바위, 가운데가 낮은자리, 맨 우측이 높은자리다.

한편 병풍도는 어떤가?

서들개, 수정동굴에서 초등감생이 대호황

목포 대성낚시, 11월 30일에 52cm 포함 30마리 낚아

11월말부터 본격 초등감생이를 배출하기 시작한 병풍도의 12월 조황도 호조세다. 지난 11월 30일에 병풍도 서들개와 수정동굴로 들어간 목포 대성낚시 회원들은 최대어 53cm를 비롯 총 30마리가 넘는 감생이를 뽑아냈고 12월 2일 출조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조황을 올릴 수 있었다. 씨알은 35~50cm까지 다양했는데 35~40cm 씨알이 많이 섞여 낚여 씨알도 좋은 편이었다. 대성낚시 서필용 사장은 “병풍도에 감생이가 제대로 붙으면 오히려 초등 조황은 맹골도보다 낫다. 올해는 병풍도를 집중적으로 출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문의 061-278-1510.

맹골도 대물은 밀려드는 조류에 잘 낚인다

조류 밀려들 땐 찌밑수심 대폭 줄여 벽면 노려라

이경호 광주 낚시인

그동안 맹골도에서 감성돔낚시를 해본 바에 의하면 유독 대물이 잘 붙는 물참(입질이 집중되는 타이밍)은 조류가 발밑으로 밀려들 때라는 걸 경험했다. 단순히 횡으로만 흐를 때는 30~40cm의 씨알이 낚이다가도 잠시 방향이 바뀌어 발밑으로 밀려드는 순간엔 5짜와 6짜 감생이를 낚았던 기억이 많다.
맹골도 단골꾼들도 “맹골 감생이는 멀리 흘려서 낚는 놈보다 발밑에서 무는 놈이 더 씨알이 좋다”고들 말한다. 다양한 포인트 유형에서 고른 씨알의 감생이가 낚이는 병풍도와는 다른 점이다.
그런데 맹골도의 대부분 포인트는 완경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조류가 앞쪽으로 밀려드는 타이밍엔 찌밑수심을 줄여줘야 한다. 나의 경우엔 수심 9~10m를 주고 낚시하다가도 이 타이밍엔 과감히 6m로 줄여 갯바위 가까이 붙여준다. 밑걸림 방지 목적도 있지만 알고 보면 입질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목줄에는 2B 내지 3B 봉돌을 두 곳에 분산해 달아 미끼가 벽면 근처에서만 움직이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잘 모르는 낚시인들은 “찌낚시에 있어 밀려드는 조류는 입질이 뜸하고 밑걸림만 자주 생긴다”는 이유로 낚시를 쉬거나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맹골도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할 타이밍이다.

낚시비용은?

당일낚시만 하려면 뱃삯 6만원이면 되지만 현지 민박집에서 1박하고 2일 낚시하려면 약 10만2천원이 더 든다. 민박집은 맹골도 본섬에 두 집 있다.
첫 날 : 식사 3식+1박+종선비=6만원
둘째 날 : 식사 2식+종선비=4만2천원
◆민박집(061)
창수네 544-1747, 현종이네 544-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