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수변공원 낚시금지 확산

1 실태와 문제점

저수지가 공원 되면 낚시인부터 쫓아낸다

10년 새 낚시금지된 수변공원 95개소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용인 신갈지, 사천 서택지, 군산 은파지, 익산 금마지… 낚시인들의 귀에 익은 이 저수지들은 더이상 이제는 낚시터가 아니다. 모두 수변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낚시가 금지된 곳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도시 주변 강과 저수지의 수변공원 조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공원으로 조성됨과 동시에 낚시를 금지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 둔대동에 있는 반월지의 경우 오는 11월 28일부터 낚시를 하지 못한다.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이곳은 수변공원 조성 전부터 유료낚시터로 운영되던 곳인데 군포시가 수면임대 허가기간이 종료되는 11월 28일부터 낚시를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군포시는 지난 2011년에 ‘수질보호와 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반월지를 2015년 11월 28일부터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으며 이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루어낚시만 허용한다’고 고시했다. 군포 낚시인 이재정씨는 “낚시인도 군포시민인데 왜 수변공원에서 낚시를 못하게 하는지 아쉽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십 년간 경남을 대표하는 붕어낚시 명소였던 사천 서택지는 수질 보호를 이유로 2010년부터 2년간 낚시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수변공원이 조성됐고 2012년에 다시 낚시금지 기간이 3년 더 연장됐다.(사천시는 낚시금지 기간이 끝나는 오는 5월 31일 이후 다시 낚시금지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붕어낚시와 배스낚시가 모두 잘되는 익산 금마지 역시 서동요공원이 들어서면서 낚시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낚시인들이 내쫓겼다. 현재 금마저수지와 인근의 옥동천을 잇는 산책로 연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낚시금지 이유는 수질보호다. 익산 낚시인 김정민씨는 “우리가 던지는 떡밥이 수질을 오염시킨다고 하는데 구체적 실태조사도 없이 금지해버리는 것은 낚시인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 철조망으로 상류를 막아놓은 용인 신갈지. 신갈지(기흥저수지)의 낚시금지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저수지 연안에 산책로를 조성한 뒤 주민들이 낚시를 막고 있는 영암 모정지.  

●2000년대 중반부터 수변공원 건설 급증    
해양수산부가 작년에 발표한 낚시금지구역은 180개소이며 그중 담수지역에 수변공원이 조성된 곳이 85개소다. 그러나 낚시인과의 통화 등 현지조사를 통해 찾아낸 낚시금지 수변공원은 16개소 더 있었다. 즉 전국의 낚시금지구역 중 절반이 넘는 101개가 수변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표 참조)    
수변공원에서 낚시를 금지하는 근거로 적용된 법을 살펴보면 내수면어업법, 수질보호 및 수생태계 보전법, 하천법, 항만법  등이며 이외에도 상수도보호법, 저수지 등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를 위한 농어촌정비법에 의해서도 저수지나 강에서의 낚시를 금지시킬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낚시금지 수변공원의 증가 추이다. 낚시금지 수변공원의 91%인 92개소가 2005년 이후 최근 10년간 지정되었는데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수변공원이 점점 늘어나고 낚시금지구역도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명 ‘호수공원’으로도 불리는 수변공원은 90년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변공원은 2000년대 중반 수도권의 신도시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도심 내 저수지에 조성되면서 그 수가 늘어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원 영통 신도시로서 이 지역에 있는 서현지, 서호지, 신대지, 원천지 4개 저수지가 수변공원으로 조성되었고 낚시가 금지되었다. 이와 함께 서수원에 있는 일왕지, 일월지 등도 같은 시기에 차례로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진행된 4대강공사는 수변공원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연안은 물론 시골마을 앞 지류에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변공원, 생태공원이 앞 다퉈 조성되면서 많은 하천이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이게 됐다. 구리 왕숙천, 수원 수원천, 황구지천, 오산 오산천, 용인 탄천, 대구 신천, 울산 태화강, 밀양강, 전주 전주천 등이 2010년 이후부터 낚시금지구역으로 속속 지정되었다.
수변공원 낚시금지는 도심 주변에서 특히 강화되었는데 수도권의 경우 지난 2013년 1월부터 낚시가 전면 금지된 용인 신갈지를 비롯해 유료낚시터를 제외한 많은 저수지와 강이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였다.

●왜 금지하나? 시군 “낚시쓰레기와 이용객의 안전 때문에”
현재 수변공원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마다 관광상품 개발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생태공원이나 테마공원을 저수지에 조성하고 있고 그와 동시에 낚시를 금지시키는 경우가 많다. 표면적인 금지 이유는 수질보호와 생태계 보전이지만 더 큰 이유는 낚시인들이 버리는 쓰레기 때문이다. 서택지를 공원화하고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사천시청은 “낚시인들이 덱이 설치된 산책로에서 취사행위를 벌이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가 하면 밤에 덮고 잔 이불도 놓아두고 가곤 했다. 취사행위 중 불을 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곡지와 남매지를 공원으로 만들면서 낚시를 금지시킨 경산시청은 “남매지와 반곡지 수변공원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낚시인은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가므로 규제해야 한다고 집단 민원을 넣었기에 이를 받아들여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었다”고 했다.
한편 태화강 상류를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은 울산시청은 “강 상류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하천법을 근거로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었다. 이는 공원을 이용하는 다른 이용객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기도 하다. 낚싯대를 휘두르거나 루어를 날리다보면 주변 산책로를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변공원 조성 과정에 낚시인 위한 배려 없다
수변공원 낚시금지가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낚시를 허용하는 수변공원도 많다. 보령 청라지, 음성 원남지, 장성 황룡강 생태공원, 나주 드들강, 고흥 장수지, 장흥 농어두지 등은 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잔교를 놓았지만 낚시를 막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수변공원들은 낚시터로는 불편한 점이 많다. 저수지 산책로를 물가에 설치해서 낚시의자를 놓고 앉을 공간이 없다. 또 산책로를 내면서 연안 진입도로를 봉쇄하여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러한 문제는 수변공원 조성과정에서 낚시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령 수변공원 낚시금지 이유 중 하나인 낚시에 의한 이용객의 안전 문제도 설계 과정에서 낚시를 빼놓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산책로를 낚시인들이 자주 찾는 포인트에서 약간만 우회하여 설치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낚시터 인근 주민들이 수변공원 낚시금지 희망
문제는 지자체보다 주민들이 수변공원의 낚시금지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자체가 낚시를 금지하지도 않았는데 주민들이 금지 푯말을 세우기도 한다. 지난 5월 초 전남 영암군 모정지를 찾았던 서울낚시인 K씨는 수변공원 조성 공사가 한창인 이 저수지에 영암군수 이름으로 ‘수질보호 및 생태계보전법에 의해 낚시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적힌 표지판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본지 편집부에서 영암군에 전화를 했더니 “군에서 모정지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일은 없다. 다만 주민들이 모정행복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저수지 주변에 둘레길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영암군수 명의로 되어 있는 낚시금지 안내판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우리도 모르는 사실이므로 확인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음성 원남지는 상류에 캠핑장과 낚시터를 함께 조성해 수변공원낚시터의 성공 케이스로 꼽히지만 최근 저수지 주변 조촌리 주민들은 회의를 열어 원남지 낚시금지를 논의했다. ‘낚시인들의 농경지 출입과 낚시쓰레기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데 참가자들의 찬반이 갈렸고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구리 왕숙천은 주민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낚시금지가 이뤄진 곳이다. 주민의 80%가 낚시금지를 원했다. 구리시청은 “수질오염 방지가 주 이유였고 낚시인 출입을 원하지 않는 주민들의 민원도 많이 들어왔다. 학원수업을 위해 밤에 자전거를 타고 왕숙천을 오가는 학생들이 강변에 앉아 있는 낚시인들이 무섭다고 하여 학부모들이 민원을 넣었다”고 말했다. 

●낚시인들의 ‘수변공원 노이로제’
이렇듯 수변공원의 낚시금지 사례가 늘다보니 낚시인들은 수변공원 얘기만 들으면 ‘낚시가 금지되는 것 아닌가’ 하는 예민한 반응부터 보이고 있다. 최근엔 용인 송전지가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낚시가 금지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남양주 낚시인 차의복씨는 송전지에서 열린 낚시대회에 참가했다가 어촌계원이 송전지에 수변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낚시가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송전지 어촌계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안영균 어촌계장은 “누가 그런 얘기를 한지는 모르겠지만 송전지에 수변공원이 조성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용인시청에도 확인해본 결과 역시 “수변공원 조성 계획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낚시인들이 ‘수변공원=낚시금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보니 낚시터 연안에 산책로가 놓이거나 덱이 설치되어 있으면 으레 낚시금지구역인 줄 알고 낚시를 포기하는 일도 많다. 가령 진주 금호지는 둘레길만 조성되어 있을 뿐 낚시금지구역이 아닌데도 공원 조성 이후 낚시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또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경산 삼정지 역시 지자체에서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일이 없는데도 낚시인을 보기 어렵다. 
각 수변공원의 낚시허용 여부는 시군청 녹색환경과나 건설과 등에 전화로 물어보면 알 수 있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낚시터부터 수변공원으로 묶여 
도시 주변의 저수지들이 수변공원이란 이름 아래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이면 전문 낚시인들보다 대다수 서민 낚시인들이 피해를 입는다. 원정낚시를 떠날 비용이 없어서 지척에 있는 도시 주변 낚시터들을 찾았던 가난한 낚시인들의 놀이터가 사라지는 것이다. 중랑천, 왕숙천 같은 도심 하천들은 젊은 낚시인보다 그 지역의 노조사들이 많이 찾아 시간을 보내던 곳이다. 자가용 차량이 없는 취약계층은 지척의 낚시터가 사라지면 사실 갈 데가 마땅치 않다. 이것은 시민에게 친수공간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수변공원의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수질보호를 이유로 낚시를 금지시킨 용인 신갈지는 수도권의 대형 낚시터 하나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켰다. 수도권 민물낚시의 상징을 아예 거세했다는 평이다. 루어낚시 전문낚시인 김욱씨는 “수질이 문제라면 수질개선 노력을 하고 쓰레기가 문제라면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논의해야지 무조건 낚시를 막은 것은 잘못되었다.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루어낚시 전문가 손혁씨는 “신갈지는 루어낚시인들에게 신병훈련소와도 같은 곳으로 여기서 낚시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곳이 사라지면서 수도권 낚시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수변공원 공유할 낚시계 대책 필요  
수변공원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낚시금지 조치와 그에 따른 낚시인들의 반발 역시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에선 수변공원을 조성할 경우 이용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비낚시인의 의견을 따르게 되고 낚시인이 권리를 주장하면 수질보호 등을 이유로 입을 막는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향후 10년 안에 도시 주변 저수지와 10만평 이상의 대형 저수지 대다수가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일 수도 있다. 
수변공원 낚시금지와 관련해서 수변공원을 시민들과 공유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낚시계의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한국스포츠피싱협회 김선규 회장은 “4대강공사가 전국적으로 일어날 때 낚시계가 목소리를 높여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게 지금에 이르게 됐다.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놓듯 낚시터도 설치해야 했는데 모든 것이 건설된 현재로서는 낚시터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내수면에 비해 바다의 경우는 상황이 좀 낫다. 울진 나곡바다공원이나 양포해상공원 등 최근에 조성되는 해상공원들은 설계 단계부터 낚시터가 주요시설로 정해져 있어 낚시하는 데 불편이 없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해상공원의 경우 낚시터를 유료시설화하여 관광소득자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인데 일부 낚시인들은 “내수면의 수변공원도 일부 구간을 유료낚시터로 운영하는 방안 등 도심의 낚시터를 잃지 않는 다각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낚시산업협회 김태한 이사는 낚시단체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신갈지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낚시터를 빼앗기는 것은 낚시인구의 감소와 함께 낚시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수변공원 낚시금지는 지자체가 낚시인을 무시해서 내려진 조치이며 그 근본 원인은 낚시할 권리를 지킬 대안을 우리 스스로가 갖고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쓰레기 문제를 포함해 수변공원 낚시금지는 낚시인 개개인에게 맡길 수는 없는 사안이므로 낚시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변공원에서 낚시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들고 정부와 지자체에 제시해야 한다.” 

낚시와 수질은 무관

신갈지 낚시금지 2년 후 수질 더 나빠졌다

기자는 지난 5월 23일 용인 신갈지를 직접 찾아보았다. 신갈지는 상류 관리실과 좌안 하류의 유상냉장 앞 등 출입구 곳곳을 막아놓고 있었고 상류엔 좌대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다. 상류엔 전 낚시터 운영자 박성봉씨가 용인시와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예전 관리실에 그대로 살고 있었다.
박 사장은 “수질 보호를 목적으로 낚시를 금지시켰지만 2년간 지켜본 결과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장마 때 더 심한 악취가 난다. 그 이유는 10년 전 상류에 설치한 하수종말처리장 때문이다. 생활하수가 하수종말처리장을 거쳐 신갈지에 유입되는데 10년 전과 비교해 지역 주민들이 몇 배로 늘어났으니 그 오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채 신갈지로 흘러들었고 수질은 계속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시에선 수질정화사업을 벌인다고는 하지만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수변을 가장 많이 찾는 낚시인부터 막은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