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즐기는 도다리 배낚시

해운대 백사장에 도다리 쓰나미

미역양식장 밑에 와글와글, 30cm 넘는 씨알 흔하게 낚여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도다리가 붙었다. 부산 앞바다는 도다리 자원이 풍부한데도 진해나 거제만큼 배낚시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는 임자 없는 도다리밭이었다.

▲해운대해수욕장 앞 미역양식장에서 도다리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부산꾼 나기섭씨. 해운대 앞바다는 많은 도다리 자원에도 불구 여전히 손을 덜 탄 도다리밭이다.

▲“아 글쎄 10분만 나가면 이런 놈들이 마구 문다니까요” 최현민씨가 쓸 만한 씨알의 도다리들만 모아놓고.

봄마다 소개하는 도다리낚시 현장, 올해는 어디 색다른 곳이 없을까 궁리 끝에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찾아냈다. 부산 긱스코리아 이성규 사장이 “해운대해수욕장 앞에 있는 미역양식장 주변에서 도다리가 잘 낚여요. 큰 놈은 30cm가 넘어요. 해운대 요트경기장에서 보트를 타고 나가는데 취재 한 번 해보지요”하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연결이 돼 3월 19일 찾아간 곳이 해운대 요트장 인근에 있는 ‘요트낚시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최현민씨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최씨는 자신의 개인 보트를 타고 도다리낚시를 다닌다고 한다. 그가 보유한 배는 5m짜리 고무보트로 4명 정도 타면 딱 맞는 크기였다.

보트 타고 10분, 해운대해수욕장이 코 앞

오전 9시경 해운대 요트장을 빠져나온 보트는 10분 정도 달려 누리마루 앞 해상에 도착했다. 누리마루는 2005년 11월 에이펙 정상회담이 열렸던 곳이다. 연안에서 불과 1km도 안 떨어진 거리, 바로 우측이 해운대해수욕장이다. 미역양식장 부표에 보트를 고정시킨 후 낚시에 들어갔다.
도다리 배낚시 장비와 채비는 간단한다. 짧은 배낚싯대나 민물용 루어대에 낚시점에서 판매하는 묶음추채비면 충분하다. 미끼는 값싼 청갯지렁이 대신 최종민씨가 직접 갯가에서 캐낸 참갯지렁이를 사용했는데 청갯지렁이보다 훨씬 입질이 빠르다고 했다. 비싼 참갯지렁이를 아낌없이 퍼줄 필요는 없다. 바늘 크기만큼 야박하게 잘라 꿰어도 바늘이 목구멍에 박힐 때까지 우악스럽게 삼켜대는 게 도다리다.

▲해운대 앞바다에 늘어선 미역양식장. 이 아래에 도다리들이 오글오글 모여있다.

▲“또 왔습니다!” 나기섭씨가 30cm급 도다리를 걸어내고 있다.

최현민씨는 “입질이 잦을 때는 많은 낚싯대가 오히려 번잡스럽다”며 3대만 폈고, “입질이 올 때 왕창 낚겠다”는 나기섭씨는 6대를 폈다. 도다리 배낚시 물때로는 다소 센 10물때여서 물색이 예상보다 탁했고, 그것이 걱정스러웠지만, 첫 입질은 채비를 내린 지 불과 1분 만에 받았다.
“왔어요! 중치급은 되겠는데요.”
최현민씨는 “이렇게 빨리 입질할 때 부지런히 낚아야 돼요. 조금 있으면 들물 조류가 세지기 시작하는데 물색이 더 탁해지면 입질이 끊어질지 몰라요”하고 말했다. 과연 그 말대로 최현민씨가 3마리를 후다닥 끌어내자마자 조류가 거세지더니 입질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그는 포인트를 이동하자며 로프를 풀었다. 나는 장거리 이동을 예상하고 뱃전에 물보라가 튈 것에 대비해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는데 함께 출조한 나기섭씨가 웃으며 소리친다.
“가방에 넣을 필요 없어요. 바로 옆으로 옮길 겁니다.”
보트가 옮겨간 거리는 고작 15m. 최현민씨는 조건이 좋은데도 입질이 없으면 아주 멀리까지 이동하지만 지금처럼 물색이 탁해서 입질이 뜸할 때는 약간만 이동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도다리가 없어서 안 무는 게 아니라 탁한 물색 탓에 바로 눈앞의 미끼만 발견하고 입질하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지금처럼 10m 정도만 포인트를 옮겨가도 그 곳에 도다리만 있다면 다시 입질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최현민씨의 말처럼 정말 포인트를 옮기자마자 도다리가 물고 늘어진다. 그런데 연타로 이어지진 않고 한두 마리 낚이곤 이내 입질이 끊겼다. 이런 식으로 약 2시간에 걸쳐 포인트를 야금야금 옮겨가며 낚은 도다리는 총 11마리. 씨알은 손바닥부터 30cm급까지 다양했다. 물색이 맑았던 1주일 전에는 아침부터 점심까지 30~40마리는 거뜬했다고 한다. 더 많이 낚을 수도 있었지만 낮 12시부로 남해동부 해상에 주의보가 발효된다는 예보에 서둘러 철수를 했다.

▲취재팀이 타고 나간 고무보트.

▲미끼로 사용한 참갯지렁이. 청갯지렁이보다 강력한 집어력을 발휘한다.

미포와 기장에서도 출조, 낚싯배 여건 열악

최현민씨는 아직 부산의 도다리 배낚시는 활성화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에도 도다리가 많은데 이상하게 배낚시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요. 그나마 송정에 있는 전문 출조점에서 이맘때 도다리낚시를 출조하지만 대다수 부산 사람들은 진해로 빠집니다. 배가 많고 매일 출조하니 으레 ‘도다리 배낚시는 진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죠.”
최씨는 지금까지 취미로 배낚시를 즐기는 꾼들끼리 비용을 분담했을 뿐 영업적으로 출조하진 않았지만 이 기사가 나간 후 꾼들의 출조 요청이 늘어난다면 전문 출조도 고려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해운대 바로 옆 미포에도 도다리 배낚시를 나가는 배들이 있기는 하나 어선이 시간 날 때마다 개인적으로 손님을 받는 정도이고, 기장군 대변과 학리 일대는 손님들을 태운 전마선을 배로 끌고 가 양식장에 묶어놓는 수준이다. 도다리 배낚시는 입질이 없으면 수시로 포인트를 옮겨야 하는데 이렇게 한 곳에 고정시켜 놓으면 조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제대로 된 출조 시스템을 갖춘 곳이 송정에 있는 출조점들인데 이맘땐 열기 배낚시 인기에 밀리고, 또 조금물때에만 도다리 배낚시를 나서다 보니 낚싯배 숫자나 출조 여건에서 진해와는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다. 낚시인들이 경험 많은 도다리 전문 낚싯배가 많은 진해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조황문의 해운대 요트낚시 010-9831-5775, 최현민 010-4596-5505.

부산 도다리 언제가 핫 시즌인가?

해운대 앞바다의 도다리 핫 시즌은 3월 중순~5월 말이다. 씨알은 시즌 초반에 가장 굵지만 마릿수가 떨어지며, 평균적으로는 4월 한 달에 가장 굵게 낚인다. 인근 송정과 기장 지역은 물론 다대포 지역도 시즌은 비슷하다. 지난 4월 4일에 출조한 최현민씨는 3명이서 7kg(약 50마리)을 낚았다고 알려왔는데 그 중 30cm가 넘는 놈들만 15마리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