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도 항촌·가천에 영등감성돔 봇물
최근 개발된 생자리들이 호황 주도하고 있다
| 박성인 남해읍·히로큐 집어제 필드테스터 |
올해 남해도 영등감성돔낚시터의 지존은 항촌과 가천이다. 그간 항촌과 가천은 초겨울 포인트였고, 영등철엔 감성돔들이 수심 깊은 미조 일대 섬으로 빠져버린다는 게 통념이었다. 그러나 올해 가천 일대는 1월 이후로도 감성돔이 꾸준히 올라오더니 4월 초 현재까지 조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껏 남해도의 영등감성돔 조황은 미조권과 상주권이 주도해 왔다. 미조권의 범섬, 새섬, 뱀섬, 쌀섬 등의 유명 부속섬들에서 감성돔을 토해냈고, 가끔 미조권이 부진하면 상주권의 목섬, 삼여, 대량, 소량 등 연안 갯바위에서 만회시켜 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미조에선 쌀섬, 음지짝, 범섬 운동장 등의 몇 포인트를 빼곤 별다른 조황이 없었고, 남면 포인트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항촌과 가천으로 대표되는 남면 포인트들은 원래는 가을~초겨울 포인트로 인식돼 왔는데 수심이 얕아서 감성돔이 영등철까지 잘 낚일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구간이다. 그러나 올해는 영등철까지 남해도 감성돔 조황을 독식하고 있다. 타 지역에서 꽝을 맞고 찾아온 낚시인들이 여기서 손맛을 보고 돌아가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4월 4일 출조에서 4마리의 감성돔을 낚은 필자(왼쪽)와 이수봉씨(복쟁이소굴).
도보진입 힘든 곳을 배로 찾아갔더니…
항촌과 가천 일대가 호황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신선한 생자리들이기 때문이다. 가천 일대 하면 20년 전부터 이름난 갯바위로서 생자리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도보 포인트나 많이 알려졌을 뿐 배를 타야만 진입할 수 있는 작은여와 간출여 갯바위들은 손 타지 않은 곳이 많다.
현재 항촌포구와 상주 백련포구의 낚싯배들이 경쟁적으로 노리는 포인트는 항촌의 거북바위, 비탈바위, 비탈바위 앞 간출여, 갈매기 똥싼자리, 개구리바위 일대 간출여와, 가천의 가천초소 밑 사각바위, 다랭이 마을 아래 삼각바위, 줄여 높은자리, 똥여, 복쟁이소굴(일명 머구리자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포인트들 중 거북바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필자와 지인들이 최근 3년 동안 개발한 생자리들이다.
▲가천 다랭이 논 밑에 있는 복쟁이소굴. 썰물 때만 올라설 수 있는 간출여로 지난 12월 이전만 해도 잘 찾지 않던 곳이다.
예로써 개구리바위(항촌 2번자리)는 4년 전 가천초소 오른쪽 첫 번째 곶부리에서 계속 밀려드는 도보꾼들을 피해 좌측으로 배를 타고 이동해 개발한 포인트다. 그 자리마저도 도보꾼들에게 빼앗기자 더 왼쪽으로 이동해 개발해낸 자리가 ‘항촌 1번~6번’ 자리다. 이곳은 만조 때 수심이 고작 5m밖에 안 나와 꾼들의 관심 밖에 있던 곳이다. 그리고 올해 1월에 찾아낸 복쟁이소굴(머구리자리) 포인트는 지난 12월까지도 현지의 낚싯배 선장들이 ‘수심이 얕아서 배를 대기 어렵다’며 들어가지 않았던 곳인데 필자가 고무보트를 타고 진입해 3월 하순까지 확률 90%의 조과를 올린 곳이다.
이처럼 그동안 손을 타지 않았던 간출여와 작은 여를 중점적으로 개발했던 필자 일행은 썰물 때 수심이 2~5m밖에 안 되는 곳에서 0~3B의 저부력 채비로 개인당 하루 평균 7~10마리의 놀라운 조과를 올렸다. 씨알도 40~45cm 이상으로 굵었다. 지난 4월 4일에도 가천 복쟁이소굴 포인트를 찾았던 필자 일행은 30~43cm짜리를 4마리 낚았다. 음력으로 따지면 2월 20일에 해당하는데 영등철이 한창인데도 감성돔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도보꾼들에게 인기가 높은 가천민박 홈통.
▲소형 낚싯배가 많은 항촌포구.
2~5m로 얕은 여밭에서 영등감생이 속출
소문은 부산에까지 전해져 유명 낚시인들이 낚시방송 촬영팀과 함께 속속 남해도를 찾았다. 현재 자리다툼이 가장 심한 가천 다랭이마을 밑 삼각여는 3년 전 김문수씨가 촬영을 한 후 유명해졌고, 또 인근에 있는 똥여는 신희씨가, 높은자리와 항촌 비탈자리, 거북바위는 김문수씨가 다시, 사각바위, 개구리바위, 복어소굴 등은 이성규씨가 촬영을 하며 유명세를 타게 됐다. 특히 이성규씨는 지난 3월에만 3차례 찾아 모두 1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낚아갔다.
이 덕분에 올해 특히 항촌·가천이 도보 포인트에서 낚싯배 출항지로 바뀌었고, 많은 낚시인들이 손을 덜 탄 자리로 속속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갯바위의 호황 시즌이 연장된 것으로 추측된다.
밀려드는 외지 낚시인들 때문에 현지 낚시인들의 불만도 늘었다. 웬만한 도보 포인트는 배를 타고 먼저 들어간 외지 낚시인들이 선점할 때가 많아 현지 낚시인들도 배를 타고 포인트를 찾아가야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항촌·가천 포인트들은 항촌포구에서 낚싯배로 들어간다. 요금은 항촌권은 1인당 1만5천원, 가천권은 2만원을 받는다. 상주 백련포구에서도 낚싯배를 이용할 수 있는데 가천까지 2만원이다.
▒출조문의 남해 휴게소낚시 055-862-4440, 항촌 조일낚시 055-863-2131.
‘낚싯배 포인트’ 개발 왜 더뎠나?
최근 호황 포인트들은 간출여 또는 연안에서 건너가기 힘든 지형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도보 포인트에선 제외되어 있었다. 지금껏 걸어서 진입했던 현지꾼들이 굳이 비싼 선비를 지불해가며 새 포인트를 개발할 마음을 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가천·항촌 갯바위도 배를 타고 나가면 영등철에도 확실한 손맛을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 가을부터 영등철까지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는 도보 포인트는 ‘가천민박 밑’ 정도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