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9 가을바다 돌돔이  장악했다

③돌돔터의 새 맹주를 꿈꾸어라

이제부턴 만재도다!

허만갑  기자

만재도가 흑산도 해역의 간판 돌돔터로 떠오르고 있다. 돌돔의 씨알이 굵고 포인트 범위가 넓으며 거의 매일 낚싯배가 드나들어 접근성도 좋다. 발밑 또는 근거리에서 입질이 활발해 초보자도 쉽게 돌돔을 낚을 수 있다. 지난 8월 27~29일 돌돔낚시를 처음 경험해본 수원 서울낚시 회원들은 무섬벌이, 오동여, 수멘이를 오가며 18마리의 돌돔을 걷어 올렸다. 만재도에서 돌돔은 더 이상 ‘환상의 물고기’가 아니다.

▲ 씨알과 마릿수에서 손꼽히는 돌돔 명당인 높은수멘이 동쪽. 썰물 포인트다.

▲ 누가 이들을 돌돔 처녀 출조팀이라 하겠는가. 무섬벌이에서 초들물 1시간 동안 소나기 입질을 받은 수원 서울낚시 회원들. 왼쪽부터 임윤혁, 박승오, 박우용씨.

8월  26일 저녁, 사무실을 출발해 수원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장대비가 내렸다. 남해서부 먼 바다의 날씨도 좋지 않았다. ‘과연 다물도에서 제대로 낚시를 해볼 수 있을까?’ 
오늘 동행키로 한 수원 서울낚시에서 대흑산도의 부속섬 다물도로 출조지를 정한 것은 일주일 전이다. 다물도는 재작년부터 참돔낚시터로 떠오르는 곳이다. 시즌도 얼추 맞고 물때도 최적의 조금물때다. 그러나 입수되는 정보들은 비관적이었다. ‘일주일 전 전주 팀이 다물도에서 몰황을 겪고 왔다. 대흑산 해역에 냉수대가 들어 조황이 없다고 한다(전주낚시인 라인주).’ ‘엊그제 진주꾼 셋이 들어왔는데 돌돔은 낚지 못했고 참돔도 낱마리다(다물도 현지 선장).’ ‘바람 예보가 좋지 않다. 다물도는 북쪽 부속섬들이 명당인데 남서풍이 9~13m로 불면 내리기 힘들 것이다(낚시춘추 이기선 기자).’
답답한 마음에 목포의 만재이선장낚시 최종윤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원꾼들과 다물도로 들어가 보려는데 어떻겠습니까?” 최 사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만재도에 돌돔이 터져서 난린데 뭔 다물도요? 어제 오동여에서 나 혼자 열세 마리 낚았고 오늘도 무섬머리에서 오짜 포함해 다섯 마리를 뽑았소. 돌돔 활성도가 좋아서 성게를 한방에 깨버려요!”
순간 온몸이 짜릿해진다.
“내일 파도가 높다는데 낚싯배가 뜰 수 있습니까?”
“날씨는 괜찮아요. 손님이 없어 갈등하고 있는데 그쪽에서 온다면 배를 띄워볼라요.”
나는 즉시 수원 서울낚시 임윤혁 사장에게 전화했다.
“다물도 대신 만재도로 갑시다. 돌돔이 터졌답니다.” 

▲썰물 포인트인 국도덕(국도1번자리) 뒷통. 자리는 협소해도 15m 이상의 깊은 물골에서 굵은 돌돔이 낚이는 명당이다. 

▲ 무섬벌이의 마릿수 조과. 보라성게로 낚았다. 

초보 고참 안 가리는 만재 돌돔의 화끈함 

최종윤 사장은 요즘 신났다. 만재도를 찾는 손님이 늘어 장사가 잘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고의 돌돔터를 매일 드나들며 원 없이 손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장대로만 돌돔낚시를 하다가 최근 원투낚시에 입문했는데 첫 출조에서 13마리를 낚았다나 뭐라나. “내게 이런 소질이 있었나 싶어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만재도에서 나고 자란 최종윤씨, 웬만한 포인트는 물속까지 훤하다. 손님보다 자기가 더 돌돔에 빠져서 날마다 보라성게를 들고 구석구석 쑤셔대니 포인트 개발은 절로 이루어지고 낚시점엔 돌돔 회가 떨어질 날이 없다고 한다.
새벽 2시, 낚싯배는 목포북항에서 출항했다. 그동안 만재도는 진도까지 가서 서망항에서 낚싯배를 타는 줄 알았는데 목포에서 바로 타니 너무 좋았다. 찻길 가까워 좋고, 세 시간 항해 동안 선실에서 푹 잘 수 있으니 가뿐하게 갯바위낚시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뱃삯은 10만원으로 서망보다 1만원 비쌌지만 왕복 2시간 찻길의 축소비용으로는 저렴한 가격이다. 
‘만재도 돌돔 취재팀’이라 하기엔 쑥스러울 정도로 우리의 전력은 미약했다. 서울낚시 회원들은 찌낚시엔 능숙하지만 돌돔낚시는 왕초보다. 또 나를 비롯한 여섯 명 모두 만재도가 초행이었다(이장근 회원만 겨울에 감생이 낚는다고 몇 번 찾았다). 그러나 나는 자신 있었다. ‘돌돔은 포인트 아닌가? 오동여와 무섬벌이! 최종윤씨가 일러준 두 곳만 내리파자!’
새벽 5시, 만재도에 도착하자마자 이봉식 선장이 모는 종선으로 옮겨 타고 무섬벌이로 향했다. 무섬벌이는 만재도 본섬의 북쪽 곶부리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돌돔밭이라고 한다. 썰물을 정면으로 받는 곳이라 조금물때인데도 세찬 조류가 흘렀다. ‘원투하면 입질이 없고 20m 근거리를 노려야 한다’니 오히려 잘 됐다. 아직 캐스팅이 서툰 회원들이 채비를 던져 넣기엔 안성맞춤 아닌가. 6명이 하기엔 비좁아서 이장근씨와 장홍식씨는 내마도 쪽으로 갔다. 받침대 4개를 꽂아주고 보라성게 꿰는 법과 캐스팅 기본동작을 보여주니, 다들 바다낚시의 조력이 있는지라 금세 감을 잡고 퐁퐁 잘도 던져 넣는다.
10분이나 지났을까? 임윤혁 사장의 릴대가 크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처박혔다. 모두의 환호 속에 50cm 돌돔이 수면에 떴다. 벵에돔 고수 임 사장님, ‘몇 년간 창고에 처박혀 있었다던’ 원투대로 돌돔을 휙 뽑아 올리며 한 말씀, “거 돌돔낚시, 별 것 아니구만!” 

▲ 낮은수멘이에서 바라본 남대문(건너편). 남대문은 만재도에서 자리다툼이 가장 심한 명당이다.

돌돔대 처음 던져본 박우용씨의 기염

오전 11시까지는 성게는 쉴 새 없이 깨는데 시원스런 본신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 여기 내렸던 최종윤 사장도 꼭 이러더라고 했다. “썰물보다 들물에 잘 낚입디다. 조류가 느려지면서 대를 쭉쭉 가져가기 시작했어요.” 과연, 끝썰물이 되자 조류가 죽으면서 예고도 없이 대가 고꾸라지는 사태가 속출했다. 초들물 1시간 동안 7마리의 돌돔이 쏟아졌다. 서울낚시 회원들은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졌다. ‘일찍 채면 안 된다’고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성급한 챔질 탓에 놓친 돌돔도 여러 마리. 중들물에 조류가 다시 세지자 입질은 사라졌다. 이장근·장홍식 회원도 낮은 수멘이에서 돌돔 두 마리를 낚아왔다. 입성 첫날 돌돔을 10마리나 낚았으니 용기백배! 
이튿날은 3개 조로 나누었다. 이장근·장홍식씨는 무섬벌이로 가고, 임윤혁·박우용씨는 높은수멘이, 기자와 박승오씨는 낮은수멘이에 내렸다. 어제 불던 후텁지근한 남서풍은 청량한 북서풍으로 돌았다. 시원해서 좋았지만 수멘이에는 바람을 등에 업은 썰물조류가 너무 강하게 밀려들었다. 이날은 박우용씨만 돌돔 3마리를 낚는데 그쳤다. 무섬벌이는 뜻밖에 꽝을 쳤다. 조류가 너무 약하더라고 했다.
어떤 자리는 물이 너무 세서 탈이고, 어떤 자리는 물이 너무 약해서 탈이다. 지형이 복잡하고 여가 많은 만재도는 본류와 지류가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사리물때에 오히려 조류가 약하고 조금물때에 오히려 조류가 살아나는 곳이 많았다. 대개 큰 홈통의 경우 외곽의 본류가 너무 강하면 홈통 안의 지류는 소멸되는 경우가 많은데 만재도에 그런 지형이 많았다. 하필 이 날 따라 성게도 좋지 않았다. 전날 팔고 남은 물량을 실어 보낸 듯 가시가 빠지거나 축 늘어져 죽었다. 죽어서 가시가 빠진 성게는 미끼효과가 없다. 짜증스런 하루였다.

▲ 내마도에 인접한 오동여. 오른쪽 좁은 물골이 민장대 포인트, 왼쪽 방향이 원투 포인트다.

▲ “이젠 돌돔낚시만 할랍니다.” 처음 구입한 원투대로 손맛을 만끽한 박승오 회원.

▲ “육짜 돌돔인 줄 알았소!” 장홍식씨는 75cm 혹돔으로 진한 손맛을 봤다.

오동여! 민장대의 환상 손맛이여!

마지막 날, 바람은 북동으로 바뀌었다. 이봉식 선장은 “오늘은 샛바람이 부니까 섬 서쪽으로 가보자”고 했다. 이때다 싶어 얼른 포인트부터 찜했다. “그럼 오늘은 오동여에 들어갈 수 있겠군요?”
마릿수 명당으로 이름 높은 오동여는 내마도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여다. 박우용·박승오씨와 함께 내렸다. 북쪽에서 높은 너울이 밀려왔지만 내마도가 어느 정도 막아줘서 그럭저럭 낚시할 만한 상황. 오늘 목포에서 공수한 성게는 싱싱했다. 가시가 꿈틀꿈틀 물속에서 걸어 다닐 것만 같다. 향긋한 성게 향을 맡으니 기운이 솟는다. “자, 오늘은 가져갈 횟감을 낚아야 하니 열심히 해봅시다.”
그러나… 입질이 없다. 아직 썰물 조류가 받히지 않아서 그런가? 그때 ‘오동여는 민장대 명당’이라는 말이 기억나서 10m 장대를 꺼내들었다. 10호 봉돌을 달고 보라성게 두 마리를 꿰어 내마도와 사이 좁은 물골에 가라앉히니 채비가 벽 쪽으로 비스듬히 붙으면서 ‘투두둑’하는 어신이 온다. 옳거니, 요 녀석들이 벽에 붙어 있구만! 그대로 30cm 정도 물속으로 밀어주자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낚싯대가 빨려들었다. 환상적인 손맛을 선사하며 40cm 돌돔이 수면에 뜬다. 민장대로 돌돔을 올리자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장대를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어 구경만 할 뿐이다. 다시 성게를 달아 내리자 어느새 조류가 세져서 10호 봉돌이 힘없이 떠밀린다. 에라, 원투용 50호 봉돌을 민장대에 달아서 수직으로 내렸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단숨에 채간다. 온몸에 전해지는 돌돔의 파워! 릴대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손맛이다.
두 마리째 돌돔을 꿰미에 거는데 릴을 감아대는 박승오씨의 폼이 심상찮다. “걸었어요! 돌돔인가 봐!” 이틀 동안 유일하게 못 낚고 있던 박승오씨가 마침내 40cm 돌돔을 끌어낸다. 그리고 철수 직전 50cm 돌돔을 또 추가했다. 처음 구입한 원투대와 장구통릴로 돌돔낚시 신고식을 멋지게 치른 것이다. 

출조문의 수원 서울낚시 031-324-6819, 목포 만재이선장낚시 061-285-9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