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의 해결사, 잠길찌낚시 2
벵에돔낚시용 2
투제로 잠길낚시
강풍 상황, 원거리 공략에 유리
이승현 제로FG 회원·한국다이와주식회사 필드스탭
개인의 낚시 기량이나 취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최근에는 벵에돔낚시에서 00(투제로)찌를 사용한 잠길낚시를 구사하는 낚시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00찌란 민물에서는 가라앉고 바다에서는 뜨는 초미세 부력을 가진 구멍찌를 말하며, 캐스팅 직후에는 수면에 뜨지만 채비가 정렬되면 채비 무게로 인해 천천히 가라앉기 때문에 벵에돔 잠길낚시용으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채비가 간결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어서 일부 낚시인들은 투제로 잠길낚시를 ‘만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잠길낚시의 장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그 말이 사실인가부터 짚어보고 싶다.
벵에돔 활성 좋을 때는 잠길찌낚시가 불리하다
일반적으로 잠길낚시 조법은 벵에돔의 활성도가 낮아서 바닥권에서 예민한 입질을 보이는 경우나 바람이 많이 불어 원줄이나 찌가 바람에 많이 밀려 채비운용이 어려운 경우 또는 찌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원거리에 포인트가 형성될 경우에 유리한 낚시방법이다. 하지만 한국의 동해안이나 남해안 갯바위에서 벵에돔의 활성도가 좋은 시즌에 중소형의 벵에돔들이 밑밥에 활발하게 반응해 수면까지 떠서 입질을 하는 상황이라면, 채비정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잠길낚시는 오히려 효용이 떨어진다. 차라리 목줄찌 채비나 0찌에 매듭을 한 반유동 채비가 마릿수 조과를 얻기에 유리하다. 따라서 00찌가 만능이라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벵에돔의 활성이 좋을 때 굳이 잠길낚시를 고집한다면 목줄을 3m 이하로 짧게 묶고 채비 투척 후에는 미끼가 상층의 벵에돔 유영층에 오래 머물도록 원줄을 팽팽하게 유지한 채로 입질을 기다릴 수도 있지만, 앞서 말한 방법에 비해 좋은 조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따라서 00찌 잠길낚시를 사용하기 전에는 현장 상황에 채비가 맞는지 생각해본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잠길낚시채비와 벵에돔 조과. 잠길낚시채비는 구멍찌에 찌멈춤봉을 연결한 간단한 채비이다.
벵에돔은 중층, 긴꼬리는 상층에서 잦은 입질
00찌를 사용할 상황이라면 어종에 따라서 채비를 운영하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벵에돔은 일반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으로 구분하는데, 일반 벵에돔은 주로 여밭이나 깊은 골창에 은신하고 해조류를 갉아 먹으며 겨울을 난다. 그에 비해 긴꼬리벵에돔은 본류를 타고 회유하며 동물성 먹이를 사냥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둘은 먹잇감과 취이습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00찌 잠길낚시를 하더라도 채비를 운영하는 방법이 차이 난다.
두 어종의 가장 큰 차이는 입질의 형태인데, 일반 벵에돔은 바닥에서 수직상승해 미끼를 물고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긴꼬리벵에돔은 수면에서 수평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마치 부시리처럼 미끼를 채가는 형태의 입질을 한다. 이러한 벵에돔의 습성을 이해하고 노리는 벵에돔의 종류에 따라 잠길낚시 운용법도 달라져야 한다.
●일반 벵에돔
원줄 풀어준 후 속조류에 채비 태워야
중소형 일반 벵에돔은 밑밥에 반응해서 쉽게 떠오르지만, 대형일수록 깊은 여밭이나 골창에서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경계심도 매우 높아서 미끼에 약간의 이물감만 있어도 쉽게 미끼를 뱉어버린다. 따라서 대형 일반 벵에돔을 노리고 잠길낚시를 할 때에는 채비를 투척한 후 원줄을 어느 정도 풀어 놓는 것이 좋다.
채비가 정렬되고 찌가 가라앉기 시작해서 일정 수심에 채비가 도달하면, 채비가 조류에 밀리면서 원줄이 팽팽하게 된다. 이때부터 채비가 속조류를 타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원줄을 풀어주며 입질을 기다려야 한다. 입질이 없어서 다시 채비를 투척하는 경우에는 처음보다 원줄을 조금 더 풀어서 채비를 더 깊은 곳의 속조류에 태워 입질을 기다린다. 이러한 방법으로 깊은 곳에 은신해 있는 대형 일반 벵에돔의 입질 수심층을 찾는 데 주력한다.
입질은 초릿대 끝과 원줄을 동시에 주시해서 파악해야 한다. 입질은 주로 원줄과 초릿대를 시원하게 가져가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만약 원줄이 느슨한 상태에서는 느슨한 원줄이 서서히 펴지는 것으로 챔질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랜딩 과정에서 일반 벵에돔은 미끼를 물고 곧장 여나 골창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챔질과 동시에 낚싯대를 90도 이상 세워야 하며, 벵에돔이 거세게 저항할 때에는 릴의 레버브레이크를 잡아 강제로라도 여로 파고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벵에돔이 여 주변으로 돌진하면 목줄이 여에 쓸려 터지기 십상이다.
●긴꼬리벵에돔
채비 착수 후 견제해 미끼 띄워야
본류대를 회유하는 긴꼬리벵에돔은 국내에서는 원도권에서 만조 시 잠기는 간출여나 몇몇 이름난 포인트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런 곳이라도 입질지점이 갯바위에서 30~40m 이상 먼 곳에 형성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물때 변화에 따라 머무는 시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많은 양의 밑밥으로 회유하는 긴꼬리벵에돔을 묶어 두는 것이 우선이다. 긴꼬리벵에돔을 낚기 위한 채비운영은 사실 어려운 점이 없으나 많은 양의 밑밥을 계속 뿌려야 하는 것과 랜딩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긴꼬리벵에돔을 노릴 때는 채비를 긴꼬리벵에돔이 회유하는 곳에 직접 투척(원투)한 후 곧 바로 원줄이 팽팽하게 되도록 잡아준다. 주로 본류가 흐르는 곳에서 입질하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원줄이 터질 듯이 팽팽하게 되는데, 상층에 미끼가 머물러야 입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채비를 가라앉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조류에 밀려 금세 찌는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팽팽하게 유지한 원줄로 인해 미끼는 가라앉지 않고 수면에 떠 있는 상태가 되며, 상층을 회유하는 긴꼬리벵에돔은 이러한 상태에서 미끼를 옆으로 채가듯이 입질한다. 십중팔구 입질과 동시에 초리를 확 당기는 느낌이 오는데, 이때 부드럽게 챔질한다.
40cm가 넘는 큰 긴꼬리벵에돔이 바늘을 삼킨 경우 강하게 챔질하면 이빨에 목줄이 쓸려 쉽게 끊어지고 만다. 부드럽게 챔질해야 바늘이 긴꼬리벵에돔의 입술에 걸린다. 챔질 후에 낚싯대를 세우지 말고 낚싯대의 탄력을 유지하며 자세를 낮춰주면 의외로 벵에돔이 바닥으로 처박지 않아 좀 더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