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의 해결사, 잠길찌낚시 1
돌풍의 이유
반유동과 전유동의 장점만 취합
이기선 기자
갯바위에서 구멍찌낚시를 할 때 사용하는 채비는 크게 두 가지다. 찌매듭을 한 반유동채비와 찌매듭이 없는 전유동채비다. 사용비율을 따져보면 반유동 80%, 전유동 20% 정도 된다. 두 채비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반유동낚시는 원줄에 찌매듭을 지어 채비가 일정 수심에 멈추게 함으로써 미끼를 빨리 내려 속전속결로 공략하기에 유리하고 특히 감성돔처럼 바닥에 머물고 있는 물고기를 대상으로 할 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찌매듭을 이동시켜 수심을 조절할 수 있어 밑걸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등 비교적 낚시가 쉬운 편이어서 초보자를 비롯해 많은 낚시인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채비법은 일정 수심까지 내려가다 멈추면 그때부터는 수평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바닥 요철이 심한 지형 속에 웅크리고 있는 대상어를 낚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이 전유동낚시다. 전유동낚시는 원줄에 찌매듭을 짓지 않기 때문에 채비를 깊은 곳까지 무한정으로 내려보낼 수 있고 가장 깊은 골까지도 탐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밑걸림의 위험이 높다. 그래서 밑걸림 확률을 줄이고 내려가는 도중에 입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높이기 위해 전유동낚시에선 가벼운 봉돌을 사용하고 그에 맞는 저부력의 찌를 사용한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단점은, 채비 하강속도가 느려 깊은 바닥층까지 내리는 데 시간 낭비가 많고, 조류에 쉽게 떠밀리기 때문에 대상어가 있을 만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적다. 무엇보다 상당히 숙달된 베테랑이 아니면 전유동낚시는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9월 19~20일 울릉도에서 열린 울릉도컵 프로암 벵에돔 바다낚시대회 입상자들. 잠길찌낚시를 사용한 선수들이 대부분 상위입상을 했다.
▲잠길찌낚시 기본 채비. 반유동 채비에 무거운 봉돌을 달면 잠길찌낚시로 변환된다.
각종 바다낚시대회에서 ‘우승채비’로 각광
그래서 반유동과 전유동의 단점을 보완하여 나온 낚시가 바로 잠길찌낚시다. 잠길찌낚시는 채비는 반유동이되 테크닉은 전유동 스타일로 하는 낚시다. 반유동채비에 봉돌을 더 달아 찌가 물속으로 잠기게 한 뒤 원줄을 잡았다 풀었다 하는 뒷줄조작으로 찌가 잠기는 깊이를 조절함으로써 전유동채비와 마찬가지로 요철 많은 해저지형을 훑어나가는 것이다.
이 낚시법은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데, 늘 쓰는 반유동채비에 봉돌만 더 달면 곧바로 잠길찌낚시로 변환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그러나 전유동보다는 쉽지만 그래도 반유동보다는 어렵다. 그래서 초보자보다 전문낚시인들이 더 많이 애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감성돔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대회에서도 잠길찌낚시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한국프로낚시연맹 주최의 각종 낚시대회에서 잠길찌낚시를 사용한 선수들이 상위권 입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 10월 15~16일 사단법인 한국프로낚시연맹 주최로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열린 정우레스폴컵 KPFA 랭킹 3전에서 우승한 경동지부 김경신 선수도 잠길찌낚시를 했고, 나흘 후인 19~20일 벵에돔을 대상으로 제주도에서 열린 제로FG 제4차 정기토너먼트에서 우승한 경상지부의 송경진 선수도 결승전에서도 제로찌 아래에 G2 봉돌을 단 잠길찌낚시로 혼자 벵에돔 3마리를 낚았다. 부산의 아티누스 필드테스터 김태규씨의 경우 잠길찌낚시를 구사해 여러 대회에서 상위 입상했는데, 7월 16일 거제도에서 열린 파이널리스트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9월 19~20일 울릉도에서 열린 울릉도컵 프로암 벵에돔 바다낚시에서 준우승을 거두었다. 울릉도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심재욱 선수 역시 결승전에서 B부력의 어신찌 밑에 B봉돌을 달고, 목줄에는 5호 봉돌을 달아 채비가 잠기도록 하는 잠길찌채비를 사용하였다. 또한 지난 2001년에는 코리아오픈 토너먼트에 참가한 김한민씨가 잠길찌낚시로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본류대 참돔낚시에서도 위력 확인
아티누스 필드테스터 김태규씨는 “잠길찌낚시는 감성돔뿐만 아니라 벵에돔, 참돔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갯바위낚시에서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수심이 얕고 벵에돔이 수면까지 쉽게 떠오르는 장소에서는 목줄 길이로만으로도 낚을 수 있기 때문에 잠길찌낚시가 필요치 않으나 울릉도나 제주도 섶섬, 우도 같이 수심이 깊고 벵에돔들이 중층 이상으로 잘 떠오르지 않는 곳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쓰인다. 중상층에 잡어가 많을 때는 B~5B 찌를 사용하여 잠길찌채비를 구성, 중층까지 빨리 내린 뒤 일정 수심층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천천히 가라앉게 만든다. 잡어의 성화가 적다면 투제로(00)나 쓰리제로(000)찌를 이용하며 천천히 가라앉히는 것도 좋다”고 김태규씨는 말한다.
참돔낚시에서도 잠길찌낚시가 많이 쓰인다. 지난 11월 21일 기자와 함께 추자도 절명여를 찾은 이영언씨는 2호 반유동채비로 입질을 받지 못하다가 2호찌에 3호 수중찌를 단 잠길찌낚시로 전환한 후부터 부시리와 참돔을 연속해서 걸어냈다. 취재일 무슨 이유에선지 대상어들의 활성도가 떨어져 50~60m 이상 먼 지점의 20~25m 깊은 물골에서만 입질을 받을 수 있었는데, 30m 이상 흘러간 뒤 찌매듭이 구멍찌에 닿으면(찌밑수심은 15~18m) 그때부터 서서히 잠기기 시작해 20m 이상 깊은 수심층에 도달하자 그때부터 입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유동채비에 20m 이상 수심을 주게 되면 참돔 입질 수심층까지 도달하기 전 근거리에서 밑걸림이 발생하게 되고, 더 줄여주면 원거리에서 입질 수심층을 그냥 지나가기 때문에 입질을 받기 어렵다. 이영언씨는 “잠길찌낚시는 연중 최저수온을 기록하는 저수온기나 오늘 같이 갑작스럽게 수온이 떨어진 날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처럼 반유동은 점점 깊어지는 수심층에서는 무용지물이며, 전유동채비는 70~80m 이상까지 흘려주는 낚시에서는 깊이 가라앉히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에 반해 잠길찌낚시는 반유동채비로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빠르게 내릴 수 있고 적정 거리까지 간 뒤부터 서서히 잠겨들기 때문에 깊은 수심층까지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