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돌돔 제2막

상태도에 이어 하태도도 돌돔 쏟아냈다

한결 깊은 수심에서 헤비급 출현

상태도 아랫달래섬·국흘도, 하태도 다라섬에서 괴어 습격에 혼쭐

허만갑  기자

지난 9월 돌돔낚시터로 화려하게 데뷔한 태도군도가 상태도에 이어 하태도까지 호황을 보이면서 최고의 돌돔 핫코너로 자리 잡았다. 추석 후인 10월 초순엔 마릿수는 줄었으나 ‘걸면 5짜’의 씨알 조과를 선보였고 돌돔의 공격에 줄이 터지고 대가 부러지는 꾼들이 속출했다. 돌돔마니아들의 관심은 이 조황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져줄 것인가에 쏠려 있다.

▲ 상태도 아랫달래섬 남단에서 최종윤씨의 파이팅. 가을이 되자 돌돔 힘이 더 세졌다.

▲ 목포 만재이선장낚시 최종윤 사장이 최근 상태도 최고의 명당으로 떠오른 아랫달래섬 남단에서 50cm 돌돔을 낚아 올렸다.

전국을 통틀어 9월 한 달 간 돌돔낚시인이 가장 많이 몰린 섬은 전남 신안군 태도였다. 조황으로 볼 때 당연한 선택이었다. 지난 9월 5일부터 돌돔 대박사태를 일으키며 화려하게 부상한 상태도는(본지 10월호 소개) 한 달간 기복 없는 호황으로 태도 신드롬을 낳았다.
추석 연휴부터 태풍 멜로르의 영향으로 조황이 급락했으나 10월 10일 토요일부터 재개된 출조에서 5짜 안팎의 돌돔들이 다시 낚였다. 이 날 하태도 박상두 선장 민박집엔 약30명의 돌돔꾼들이 몰렸는데 네 자리에서만 돌돔이 낚이는 자리 편차를 보인 속에서 5짜급만 10마리 넘게 낚였다. 한편 상태도에서도 10여 명의 낚시인이 굵은 돌돔들을 뽑아냈는데 오갑현 선장은 “돌돔들이 깊은 수심에서만 낚이더라”고 했다.   

마릿수는 줄었지만 씨알은 커졌다

현재 하태도에 돌돔꾼들이 몰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상태도는 이미 한 달 넘게 돌돔을 뽑아낸 반면 하태도는 대부분 생자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돌돔의 양은 하태도에 많을 확률이 높다. 낚시인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지난 9월 26일 혼잡한 상태도를 피해 조용히 하태도를 찾은 수원 피싱21 회원 3명은 다라섬과 갈민여취(푸렁여취)에서 40~50cm 돌돔을 20마리를 타작했다. 그것이 올해 하태도 첫 돌돔 출조였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9월 30일과 10월 1일 태도를 찾아서 하태도와 상태도에서 하루씩 낚시해보았다. 하태도에선 박상두 선장의 배를 타고 본섬 북서쪽의 큰샛개에 내려 오전 들물에 40cm급 돌돔 두 마리를 낚았다. 그리고 상태도에선 김명규 선장의 배를 타고 아랫달래섬 남단에 내려 45~53cm 돌돔 5마리를 낚았다. 그러나 전반적 마릿수는 한두 마리씩에 그쳤고 꽝을 친 자리도 많았다. 아무래도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마릿수가 줄고 포인트가 축소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하태도 다라섬. 파도가 쳐올리는 정면 오른쪽에서 5짜 돌돔들이 속출했다.

▲ 하태도 푸렁여취에서 낚은 돌돔. 수원 박현웅씨와(좌) 대구 정지혁씨.

지금부터가 6짜 찬스일 수도

그러나 태도의 매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는 지금부터의 태도 돌돔이 더 매력적이다. 그 이유는 현격히 굵어진 씨알이다.
상태도의 경우 아랫달래섬(아랫달랭이) 남단에서 00일 58cm를 서울의 김성수씨가 낚아낸 것을 비롯해 5짜 돌돔을 계속 쏟아내며 핫코너로 떠올랐다. 10월 1일 취재현장에서도 김성수씨와 기자가 중들물에 거센 입질을 받아 대를 세워보지도 못하고 각각 18호 원줄과 16호 원줄을 허무하게 날렸다. 또 추석 뒷날엔 국흘도 제립취의 얕은 수심에서 김해 피싱마트21 회원이 ‘6짜급 돌돔들의 소나기 입질을 받아 돌돔대가 부러지고 5짜 한 마리만 건졌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하태도에서도 10월 10일 수원 피싱21 회원 한 명이 다라섬 남동쪽에서 5짜만 네 마리를 건졌고 큰샛개에서 돌돔을 띄우려다 대를 부러뜨린 꾼도 있었다.
이제 곧 11월, 태도 돌돔 폐막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아쉬운 것은 하태도다. 하태도의 경우 부속섬은 다라도와 신여 밖에 없으나 본섬 해안이 깊고 방대하여 내려보고 싶은 포인트가 너무 많았다. 그 무수한 포인트에 박혀 있을 돌돔들을 두고 겨울을 맞는 것이 못내 아쉽다. 사실 나는 9월 14일에(피싱21 팀이 찾기 전) 박상두 선장에게 “상태도 조황이 이 정도라면 하태도에도 분명 돌돔이 있을 것이다. 취재해보고 싶다”고 말했으나 박 선장은 “우리 집엔 돌돔 손님이 없어 조황이 미지수다. 그리고 지금은 전복작업을 돕느라 잠시 낚싯배 영업을 쉬고 있다”고 했었다. 그때 하태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돌돔 떼를 제대로 맞닥뜨렸을 것이다. 

▲ 10월 1일 상태도 아랫달래섬 남단에서 돌돔 두 마리를 수확한 서울의 김성수씨.

▲ 9월 29일 상태도 아랫달래섬에서 돌돔 8마리를 낚은 광양의 조상원씨.

주력어종은 이제 참돔으로 전환

10월 중순 이후 태도에서 낚시를 한다면 돌돔보다 참돔을 노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10월 초까지 태도에선 참돔 낮낚시가 되지 않았지만, 하태도 다라섬에서 야영낚시를 한 현지민이 참돔을 타작한 사례가 있다. 수원 피싱21 가이드 김병삼씨는 “9월 29일 하태도에 들어갔을 때 전날 밤 다라도 남쪽에서 야영하고 철수하는 현지민의 조과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30~60cm 참돔을 무려 50마리 넘게 낚았더라”고 했다.
목포 만재이선장낚시 최종윤 사장은 “태도와 만재도 공히 9월까지는 참돔이 밤에만 마릿수 입질을 보였으나 10월 중순부터는 낮 입질로 전환한다. 따라서 10월 중순부터 한 달이 태도와 만재도의 참돔 피크시즌이 되는 셈이다. 11월 중순이 지나면 12월 중순까지 또 한 달간 감성돔이 절정의 조황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쭗취재협조 및 조황문의
목포 만재이선장낚시 061-285-9820 I 수원 피싱21낚시 031-281-0346
하태도 박상두 선장 061-246-2283 I 상태도 김명규 선장 061-275-9847
상태도 오갑현 선장 061-275-9846

아랫달래섬 남단에서 재확인한 태도 돌돔과 조류의 관계

급류보다 약간 느린 조류를 좋아해

조류 느릴 땐 원투, 빠를 땐 발밑이 급소

추자도와 비교하면 태도 돌돔은 약간 느린 조류에서 왕성한 입질을 보였다. 즉 ‘돌돔=빠른 조류’라는 상식을 대입하면 태도에선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거다. 최근 들물 명당으로 떠오른 아랫달래섬 남단이 대표적 예다.
이 자리의 원래 포인트는 A였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조황은 B에 집중되었다. 누가 봐도 A가 돌돔 포인트의 전형에 가까운 반면(들물은 정면으로 받치고 썰물도 바로 붙어서 흘러주기 때문) B는 찌낚시나 하기에 좋은 ‘벙벙한’ 조류대다. 그런데 B에서 20여 마리의 돌돔이 쏟아질 동안 A에선 두 마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B에서도 유속이 셀 때보다 유속이 죽을 때 입질했다. B의 경우 초들물엔 약한 본류가 바로 갯바위를 훑으면서 지나가 실제 포인트 유속은 빠른 반면, 중들물이 되면 강해진 본류가 A에 부딪쳐 먼 바다로 튕기면서 오히려 B 앞에는 완만한 훈수지대가 형성되는데, 돌돔들은 그렇게 훈수가 질 때 입질했다. 그래서 B의 경우 조금물때보다 사리물때에 낚시 가능한 느린 조류가 더 오래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 
입질빈도는 15m 수중턱의 ②에서 잦았지만 큰 돌돔은 느린 훈수가 질 때 50m 이상 원투해서 수중턱을 넘겨 친 ③에서 입질했다. 이때 원거리 수중여 주변이 대물 급소였다. 그러나 유속이 빨라지면 원투한 채비는 급류에 떠밀려 밑걸림만 생기고 입질도 없었다. 그때는 20m 근투하여 발밑에 가라앉힌 ①에서 입질했다. 16호 원줄을 끊어먹고 달아나긴 했지만….
몇 차례 출조를 통해 나름대로 정리한 태도 돌돔 성공책은 다음과 같다.
①급류보다 느린 조류를 노려라. 오히려 조류가 전혀 없을 때도 입질이 잦다.
②조류가 느릴 때 멀리 원투해 깊은 수심을 노려라. 수중여가 없는 모래바닥에서도 큰 돌돔이 낚인다.
③물돌이시각에 집중하라. 만조 물돌이보다 간조 물돌이(끝썰물~초들물)가 최고의 찬스다.
④한 마리가 낚이면 연달아 온다. 그땐 두 대를 쓰느라 시간낭비하지 말고 돌돔이 낚인 한 대만 미끼를 자주 갈아 던져주는 게 낫다. 
⑤보라성게는 작은 것 두세 마리보다 큰 것 한 마리가 좋다. 입질이 시원하고 입걸림도 정확하다.
⑥큰 돌돔은 역시 밑걸림이 심하고, 수심이 깊은 포인트에 많다. 그러나 탁수가 지면 돌돔들이 시야가 확보되는 얕은 여밭으로 올라붙기도 한다. 국흘도 제립취가 그 예다. 

▲ 사진처럼 생선상자에 돌돔을 넣어서 물에 띄워두면 오래 살릴 수 있다. 꿰미에 주둥이를 꿴 상태로는 하루 이상 살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