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발 봄소식
땡큐! 무곡쌍지
글 사진 강창호 천류 필드스탭
낚시꾼의 마음은 언제나 계절보다 급하고 빠르다. 아직 겨울 속에 있어 쉽사리 출조길을 잡기가 어려운 현실. 하지만 낚시꾼은 조금이라도 포근해지면 금방이라도 봄이 온 것처럼 좋아하고 ‘어디로 가야 할까?’ 레이더망을 돌려 출조지를 찾아본다.
나 역시 그런 낚시꾼 중 한 사람이다. 겨우내 한파 속에 갇혀 물낚시를 못하고, 더구나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는 남부지방이라서 얼음낚시도 못하는, 참으로 어정쩡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구정연휴의 마지막 한파가 물러나자 낮 기온이 13도까지 올라가는 따뜻한 날들이 이어졌고 그 와중에 겨울 가뭄을 해소할 정도는 아니지만 촉촉한 단비도 내렸다. 비가 내리자 얼음은 더 빨리 녹고 봄 같은 날씨에 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붕어도 우리처럼 움직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쌍못 중 위에 있는 무곡1지. 갈수로 수심이 50cm에 불과했지만 밤에 월척이 낚였다.
▲쌍못 중 밑에 있는 무곡2지. 밤새 자잘한 붕어만 몇 마리 낚였다.
“저기 움직이는 것, 붕어 아냐?”
얼음이 녹은 뒤 하루 이틀 햇살에 붕어의 입질을 기대하긴 어렵다. 짧은 시간 내에 수온이 상승할 수 있는 저수지를 찾아야 한다. 그런 곳이 과연 어딜까?
일단 출조에 함께 나설 낚시친구들에게 연락해 2월 2일 오후 1시에 창원시 북면 화천리의 세월낚시에 모였다. 서찬수 사장님이 인근의 저수지 몇 개를 추천해준다. 차를 타고 돌아보면서 ‘삘’이 오는 곳을 노려보라는 것이다.
오후 3시경 처음으로 들른 저수지가 무곡쌍지다. 무곡1지와 무곡2지가 위아래에 맞붙어 있는데 합쳐서 그냥 무곡쌍지라 부른다. 밑의 무곡2지는 깊은 계곡형이고 위의 무곡1지는 얕은 평지형이다. 무곡1지는 작년 가을에 몇 번 들른 적이 있어 낯익은 저수지다. 물색은 금방이라도 붕어가 펄쩍 튀어나올 것같이 좋다. 그러나 배수가 많이 되어 그림 좋던 연밭은 알몸을 드러냈다. 낚싯대를 펴볼까 말까 망설이는데 물속에서 무엇인가 요동치는 광경이 목격됐다.
“야, 붕어가 움직인다 움직여! 씨알도 장난 아닌데?”
“다른 곳 가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오늘 여기서 전 펴자.”
꾼들의 마음은 금세 들뜬다. 그런데 문제는 물이 빠져 일행 세 사람이 낚시할 공간이 나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막내 박민준이 “행님, 그럼 제가 밑의 저수지에서 혼자 해볼 테니 두 분 여기서 하세요!”하고 선뜻 양보한다. 어리지만 착한 동생이다. ㅎㅎㅎ~
▲초저녁에 새우로 낚은 34cm 붕어를 들어보이는 필자. 올해 첫 밤낚시부터 월척의 행운을 만났다.
▲무곡1지의 밤낚시 조과를 펼쳐놓고. 손에 든 붕어는 34cm 월척이다.
움찔! 스르르르~ 숨 막히는 첫 입질
나는 제방에, 이상훈씨는 맞은편 밭 밑에 자리를 정하였다. “마사토 바닥이 깨끗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이상훈씨는 모처럼의 밤낚시에 흥분한 모습이다. 밑의 무곡2지로 낚시가방을 짊어지고 내려간 민준의 전화벨 소리.
“행님, 어디에 앉아야 합니까? 무넘기로 갈까요? 아니면 최상류로 갈까요?”
“무넘기는 너무 깊다, 최상류 물 유입구로 가봐라.”
나도 수심 체크를 시작으로 대를 편성하고 있는데, “걸었어요!”하는 고함이 들렸다. 대를 펴던 이상훈 씨가 8치 붕어를 들어 보인다. ‘두 대 펴고 세 번째 대를 편성하는데 죽은 새우를 달아 놓은 두 번째 대에서 입질을 받았다’며 좋아한다. 오늘 밤낚시의 기대감이 한층 부풀어 오른다. 밑 저수지의 박민준도 “지렁이에 잔챙이 붕어가 찌를 시원하게 올려 준다”고 즐거운 목소리다.
벌써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저수지 둑에 앉아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드디어 밤낚시 돌입. 어둠이 깔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이상훈씨가 또 한 마리의 붕어를 끌어낸다. 바로 맞은편에 있어 그의 찌 움직임까지 환히 보이니 어신을 기다리는 재미도 두 배다. 내 낚싯대에도 어신이 왔다. 제방과 본 바닥이 만나는 지점을 공략한 3.6칸 대의 찌가 움찔! 얕은 수심이지만 찌불은 천천히 비상하여 옆으로 긴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유혹이다. 이때다 싶어 힘차게 챔질! “우당탕” 얕은 수심에서 붕어가 튀니 작은 저수지가 뒤흔들린다. 물가로 끌어낸 붕어를 보는 순간 그 웅장한 체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이런 붕어가! 휴~ 무언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밀려온다.
첫 입질이 34cm 월척이니 밤낚시는 더 깊은 긴장감 속으로 빠져들고 간간이 이어지는 7~8치 붕어들의 입질 속에 팽팽하던 밤낚시는 결국 더 이상의 월척 없이 아침 햇살에 밀려났다. 밑 저수지에서 낚시한 박민준은 약속이 있다며 아침 일찍 대를 접고 나왔다. 큰 씨알이 없더라고 투덜거리며 5~7치 붕어 20여 마리를 보여준다. 그래도 올해 첫 출조에 붕어 얼굴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그래, 이제 정말 봄이 온 것이다.
조황문의 창원 세월낚시 011-865-7271
▲ 무곡1지 제방에 앉은 필자의 낚시자리. 높은 곳에서 긴 대로 갓낚시를 했다.
무곡1지
경남 창원시 북면 무곡리에 있는 2천평짜리 평지지다. 연안에 뗏장, 물속에 말풀, 약간의 연이 자란다. 늦가을과 초봄에 밤낚시가 잘 된다. 초저녁엔 갓낚시, 한밤중엔 중앙부까지 넓게 노리면 월척 확률이 높다. 만수 때는 1.5~2m 수심이지만 지금은 물이 빠져 50cm 내외다.
마산외곽고속도로 북창원IC에서 내려 좌회전해 북면소재지(신촌) 가는 구 길을 타고 화천리의 세월낚시를 지나 3km 가면 무량사 푯말이 있다. 좌회전해서 올라가면 신음마을 비석이 있고 비석에서 20m 직진해 구멍가게 오른쪽 길로 돌아서 올라가면 무곡1지 제방이 보인다.
전국낚시지도 272p B4 아이코드 677-943-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