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답터 발굴
사천 한월수로(목단천)
곤양면 바닷가에 붕어 화수분 숨어 있었다!
Ｉ서찬수 창원 세월낚시 대표Ｉ
내가 한월수로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연도 두 번 겹치면 필연이라 했던가. 처음에 진주 낚시인들에게 들었지만 지나쳐버린 이 붕어 소굴을 한 달 후 현지 주민에게 다시 소개받았는데, 알고 보니 똑같은 장소였다.
진주꾼들의 첫 제보
지난 추석 때 나는 위성사진 속에서 본 한 소류지에 마음을 뺏겨 경남 사천시 곤양면 대진리의 바닷가를 찾았다. 곤양면과 서포면 사이의 바닷가 야산 밑에 남향으로 자리 잡은 삼각형 소류지. 그 소류지가 있는 고동포란 곳은 붕어낚시인들이 전혀 찾지 않는 지역이었고 나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창원에서 한 시간 넘게 달려가 보니 과연 아담한 소류지가 하나 있는데 채 삭지 않은 마름수초 밑으로 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연안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살점이 다 뜯겨 나간 4짜 붕어의 시체가 있지 않은가. 아마도 수달이 잡아먹은 듯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지렁이를 달아 던졌더니 첫수로 9치 붕어가 올라온다. 심봤다! 일단 밥을 먹고 와서 밤낚시를 할 요량으로 나가다가 소류지 밑의 수로에서 두 낚시인을 만났다. 진주에서 왔다는 그들은 장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붕어를 낚으러 왔다고 하자 “거기보다 저 위의 수로로 가보라. 몇몇 낚시꾼이 붕어를 제법 많이 낚아가더라”고 한다. 그러나 소류지에 맘을 뺏긴 나는 흘려들었고, 그 날 밤 소류지에서는 밤새 입질 한번 못 받고 허무하게 철수하고 말았다.
▲ 한월수로 중류. 여기서 더 하류로 내려가면 사유지 구간이라 울타리로 막혀 있다.
▲ 한월수로 중류에서 8치 붕어를 낚아내는 필자. 씨알에 비해 힘이 대단히 좋았다.
한월마을 주민의 두 번째 추천
11월 초에 서포면으로 낚시를 갔다가 오는 길에 다시 곤양면에 들렀다. 이번엔 고동포 가기 전 한월마을에 있는 한월지란 소류지를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월지에선 잔챙이 붕어만 낚였다. 일찍 대를 접는데 한 주민이 “여기보다 저 밑의 수로에 가면 큰 가물치도 있고 붕어도 많다”고 알려준다. 차를 타고 내려가 보니 수로가 왠지 낯설지 않다. 알고 보니 지난번에 진주 낚시인들이 일러준 바로 그 수로의 상류가 아닌가.
비록 폭이 5~10m밖에 안 되는 ‘도랑’이지만 물색만 봐도 범상치 않은 수로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과연 대를 담그자마자 뼘치급 붕어들이 미친 듯이 물기 시작했다. 수로에선 입질이 끝날 오후시간인데도 여기저기서 붕어가 낚였고 해거름이 되자 폭발적 입질을 보였다. 주종은 7~8치였고 간혹 9치가 섞였으며 35cm 월척까지 나왔다. 해가 진 뒤에도 계속 낚일 것 같았지만 밤낚시 준비를 해오지 않아 철수했다.
손맛 궁할 때마다 붕어 건져오는 수족관
낚시점에 돌아와 다시 네이버 위성사진을 살펴보니 삼각형 소류지 위쪽으로 길게 이어진 수로 물줄기가 확연히 보였다. 왜 그때는 이 수로를 눈여겨보지 못했을까? 그날부터 우리는 생쥐가 풋밤굴 드나들듯 한월수로를 찾았다. 새벽잠 설쳐가며 나서지 않아도 느긋이 가서 푸짐한 손맛을 볼 수 있으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낚시터가 있을까 싶었다. 마침내 한월수로에서 FTV ‘서찬수의 갓낚시’를 촬영했고 그 영상이 방영된 후 엄청난 문의전화를 받고 전화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아마 경상도에서 해안수로가 공개된 것은 처음인데다 지금 중부지방에 붕어 입질이 끊길 시기라 남녘 수로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 같다.
12월 4일엔 천지어인 남부지부 납회를 한월수로에서 열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추위에 수로가 결빙되어 밤낚시는 해보지도 못하고 대신 낮에 얼음을 깨가며 낚시했는데 그래도 도처에서 붕어가 낚여 즐거운 분위기 속에 납회를 치를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12월 3일에 첫 방송이 나갔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4일에 벌써 방송을 보고 온 인천 낚시인들을 한월수로에서 만났다는 사실이다.
▲ 수심이 얕은 상류. 해거름에 입질이 잦다.
12월 초부터 살얼음, 얼음구멍 밑에서도 붕어 낚여
위성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월수로의 하류는 폭이 넓지만 평소엔 물이 없어 갈대만 무성하고 수로 서쪽의 긴 도랑을 따라 포인트가 전개되는데 수로 하류는 사유지라서 들어가지 못하게 철책을 쳐놓았다. 몇몇 낚시인이 철책을 넘어갔다가 땅주인과 옥신각신한 적도 있으니 사유지 안으로는 들어가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하류의 사유지 구간은 동백나무숲으로 그늘이 져서 쉽게 어는지라 지금으로선 낚시할 수도 없게 되었다. 대신 한월수로의 중상류는 양지바른 곳이라 잘 얼지 않고 얼더라도 오후에는 살얼음을 깨고 낚시를 할 수 있다.
수로의 수심은 60cm부터 1m까지 얕고 깊은 구간이 반복되며 전개된다. 낮에는 깊은 곳이 낫고 해거름엔 얕은 곳이 낫다. 수로 폭이 좁아서 2칸~2.8칸대면 충분하다. 미끼는 지렁이, 떡밥, 옥수수, 새우를 다 써봤는데 떡밥과 옥수수는 건드리지도 않고 새우도 껍질을 까야 먹었다. 지렁이가 최고다. 서식어종은 붕어 외에 잉어, 가물치, 장어, 배스, 동자개가 있다.
사실 이곳을 소개하는 타이밍이 늦었다. 가을에 소개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늦게 발견한 탓에 살얼음이 어는 겨울에 기사로 나가게 되었다. 이제 곧 한겨울에 접어들면 얼음이 두껍게 얼어서 낚시가 불가능할 공산이 큰지라 낚시춘추 독자들에게는 송구스런 노릇이다. 그러나 내년 2월쯤 얼음이 풀리면 또 멋진 손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4월 이후 큰비가 오면 메말라 있던 수로의 수위가 불면서 대단한 호황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진해에서 온 서이도, 홍정미 부부가 오후낚시로 거둔 푸짐한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 위성지도로 살펴본 한월수로. 출처 네이버.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곤양IC에서 나와 곤양면소재지로 들어가기 직전 주유소 앞에서 우회전한다. 1km 후 삼거리에서 ‘고동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1.5km 달리면 ‘한월마을’ 표석이 있는 버스승강장 앞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 시멘트길로 진입하면 한월수로의 제방 위로 차가 올라선다. 그곳이 수로 상류다. 우회전해 야산 밑 공터에 주차한 후 조금만 걸으면 수로 중류부터 하류까지 진입할 수 있다.
조황 문의 창원 세월낚시 011-865-7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