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림붕어 보트로 추적하다
하동 송원지 제방권에서 41, 40, 38.5, 38cm...
상류 수초대는 겨울엔 빈집!
여름 내내 마름이 뒤덮었던 하류를 공략하라
ㅣ허만갑 기자ㅣ
계절에 따른 붕어의 이동과 관련해 ‘오름붕어, 내림붕어’라는 낚시용어가 있다. ‘봄철 산란을 앞둔 붕어는 얕은 상류로 올라가고, 가을철 월동을 앞둔 붕어는 깊은 하류로 내려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용어대로라면 이맘때 저수지의 붕어들은 죄다 하류에 모여 있을 것인데, 실제로 최근 하동 송원지 보트낚시에서 나는 깊은 제방권에 오글오글 모여 있는 월척붕어 떼를 발견했다.
▲ 겨울붕어는 저수지의 가장 깊은 곳에 있었다. 송원지 최하류 3m 수심을 노린 삼공보트낚시클럽 임영호씨가 지렁이로 41cm 붕어를 낚아 올리고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나라 붕어낚시인들은 대부분 ‘수초병’에 걸려 있다. 일 년 내내 수초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봄이나 여름엔 몰라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맘때 붕어들은 나날이 떨어지는 수온과 점점 맑아지는 물색에 적응하기 위해 보온성이 높은 깊은 하류로 점차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면 대다수 낚시인들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 상식쯤은 다 알고 있다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낚시터 현장에 가면 딴판이다. 상류의 탐스런 뗏장수초나 삭은 부들 군락만 보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서 수초구멍 속에 찌를 세우느라 분주하다.
“겨울 붕어는 상류보다 깊은 하류에 많을 것이라 하지 않았나요?”하고 물으면 “그것은 수초가 없는 맹탕못의 얘기일 뿐, 수초가 있다면 겨울에도 역시 수초대가 일순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은신처가 제공되는 삭은 수초대가 겨울붕어의 이불 역할을 하는 셈이니까 붕어가 굳이 수초를 떠나 황량한 맨바닥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고 대답한다. 과연 그럴까?
초빙기 얼음낚시 명당은 하류! 그 이유는?
얼음낚시를 해보면 상류의 정수수초대는 겨울 포인트가 아님이 여실히 드러난다. 첫 결빙을 노려 빙판에 오르면 붕어들은 상류 수초대보다 하류 깊은 수심에서 많이 낚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얼음이 얼기 직전에 붕어들이 하류 깊은 수심으로 이동해있었다는 증거다.
대형 계곡지의 경우 초빙기엔 3~4m, 심지어 7~8m 수심에서 대박이 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햇살이 퍼진 한낮에는 상류나 연안 수초대에서 붕어가 낚이기도 하지만 깊은 수심에서 낚인 것보다 씨알이 잘다. 그러나 같은 얼음낚시라도 2월 해빙기엔 상류 수초대의 씨알과 마릿수가 낫다. 붕어들이 이미 산란을 준비하면서 수초 속으로 깃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런 초빙기와 해빙기의 붕어 이동 양상은 물낚시에도 흡사하게 나타나 12월 초겨울의 낚시는 깊은 하류에서, 2월 늦겨울의 낚시는 얕은 상류에서 호황을 만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낚시인들은 2월 물낚시의 경험을 가지고 12월에도 그대로 대입하려 듦으로써 초겨울 낚시는 소득 없이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11월부터(저수지에 따라선 10월부터) 이미 붕어들은 깊은 수심으로 이동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온은 2월보다 11월이 더 높지만 붕어들은 2월보다 11월에 더 깊은 수심에서 낚이고 있으며, 그 이유는 월동을 앞둔 시기냐, 산란을 앞둔 시기냐에 따라 붕어의 활동영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삼공보트클럽의 김덕기, 박현철씨가 송원지 하류 중앙부에서 낚은 38.5cm, 36.5cm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3m 수심에서 건 4짜붕어의 괴력
올 겨울 나는 거대한 내림붕어의 길목을 경남 하동군 진교면 송원저수지(7만평)에서 잡았다. 지난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보트낚시로 송원지 최하류를 노려서 41cm, 40cm, 38.5cm, 38cm, 36.5cm, 35cm, 34cm, 31cm, 8마리의 월척붕어를 촬영하였다. 입질지역은 도로변 하류 연안에서 50~100m 떨어진 중앙부였고, 수심은 3m였다. 지금은 맨바닥이지만 10월까지만 해도 마름으로 뒤덮여 있던 곳이다.
27일 아침 7시30분경 삼공보트클럽의 박현철씨가 36.5cm, 35cm를 연속으로 낚고, 오전 11시경 김덕기씨가 38.5cm 붕어를 낚으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오후부터 강풍이 불면서 수온이 급락한 탓인지 28일엔 몰황을 겪었다. 다시 기온이 급상승한 29일 아침 7시40분에 임영호씨가 41cm 붕어를 끌어내고 30분 후 내가 38cm를, 오전 10시경 박현철씨가 34cm를 낚으며 송원지 원정을 마무리했다. 낚으면 100% 월척이었고 아침 7시30분부터 8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낚였다. 미끼는 지렁이.
씨알은 대단했으나 마릿수는 아쉬웠다. 낱마리에 그친 이유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송원지의 최대 호황은 우리가 찾기 한 달 전인 10월 말에 소리 없이 터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송원지는 대량의 배수를 했고, 중상류의 마름밭이 다 드러난 상황에서 부산의 보트낚시인 3명이 제방권을 공략해 1인당 월척만 10여 마리씩 낚았다. 하동 제일의 월척밭에서 갈수찬스를 제대로 만난 것이다. 그 소식은 한 달 후에야 내게 전해졌고 우리가 찾았을 땐 그때보다 물이 1m나 불어나서 낱마리에 그치고 말았다(지금도 송원지는 상류에서 개울물이 유입되고 있다).
‘어차피 가장 깊은 하류에 붕어들이 모여 있다면 수위가 줄든 불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수위와 붕어낚시, 특히 겨울붕어낚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절기의 저수지 붕어들은 만수보다 갈수일 때 잘 낚인다.
그 이유는 첫째 물색에 있다. 저수지는 갈수가 될수록 물색이 흐려지므로 연중 가장 맑은 물색을 보이는 겨울붕어낚시에 호재가 된다. 둘째 수압의 변화다. 우리 토종붕어는 떡붕어와 달리 수압에 약한 구조를 지녀 얕은 수심을 선호하며 얕은 수심에 있을 때 활동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추위를 피해 어쩔 수 없이 깊은 수심에 모인 붕어들도 수심이 3m일 때보다 2m일 때 낮아진 수압 덕에 더 높은 활성도를 보이는 것이다.
▲ 41cm, 40cm, 38cm가 계속 낚인 도로변 최하류 마을 앞 포인트. 모두 아침 7시30분~8시에 입질했다.
겨울엔 정수수초대를 과감히 떠나라
내가 송원지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지난 2월에 송원지 상류에서 월척 17마리의 대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배스가 유입된 송원지의 붕어는 평균 35cm의 거구를 자랑하며, 힘이 엄청나 바다의 감성돔을 건 듯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붕어들이 10월 말 갈수찬스의 탁수 속에서 활개치고 있었는데 까맣게 몰랐으니… 천금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나는 내림붕어의 움직임을 보트낚시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더 뚜렷이 감지하게 되었다. 연안에선 결코 닿을 수 없는 저수지 중앙부의 3~4m 수심에서 호황을 만나는 경우가 가을~겨울엔 확실히 많았다. 반면 봄에 월척을 많이 낚았던 정수수초대는 늦가을엔 쭉정이 빈집이었다. 수초 밑의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물이 맑아져 있거나 물색이 좋아도 잔챙이만 낚일 뿐이었다.
이런 사실은 연안낚시에서도 발견된다. 지금 아산호(평택호)에서 겨울붕어가 잘 낚이는 곳은 연안 수심이 2~3m로 떨어지는 창내리~진위천 하류 구간이다. 부사호에서도 겨울에 월척이 낚이는 곳은 역시 3~5m 수심을 보이는 중류권의 증산교 하류와 그 주변 지역이다. 서산 성연지의 경우 봄에는 큰골 상류 1m 수심의 뗏장수초대에서 월척이 쏟아졌지만, 지난 10월에는 작은골 하류 4m 수심의 물골에서 보트낚시에 월척이 낚였다. 흔히 ‘시카케’라 불리는 릴낚시가 얼음이 얼기 직전의 이맘때 가장 잘 되는 이유도 붕어들이 대낚시의 사정거리를 벗어난 멀고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 취재협조 광명 삼공보트낚시 02-2681-5230
▲ "걸면 모두 이런 씨알입니다." 삼공보트클럽 임영호씨가 취재팀의 조과를 모아서 펼쳤다. 손에 든 붕어가 41cm다.
겨울붕어 대박을 위한 4가지 조건
①대형지 ②평지지 ③마름 밀생했던 곳 ④갈수위
하동 송원지, 창원 산남지, 해남 개초지, 태안 사창지… 이 저수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곳은 모두 겨울붕어 호황 확률이 높은 낚시터로서 ‘대형 평지지’이자 ‘여름에 마름이 전역을 뒤덮었던 곳’이다. 이런 유형의 저수지는 마름이 삭고 난 11~12월에 특히 보트낚시로 노리면 대단한 호황을 거둘 수 있다.
①대형지가 유리한 이유는, 큰 수면에 당연히 풍부한 붕어자원이 겨울철 하류에 밀집함으로써 대박의 응집력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소류지보다 수량이 많아 수온 하강속도가 느리고 그래서 붕어들이 겨울에도 활성도를 어느 정도 유지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②평지지가 유리한 이유는, 계곡지보다 물이 흐리고 하류의 수심이 너무 깊지 않아 일 년 내내 하류에 서식하는 붕어가 많기 때문이다.
③마름이 밀생했던 저수지가 좋은 이유는, 마름이 무성했던 여름에 낚시나 그물질을 하지 못해 어자원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름은 늦가을에 흔적도 없이 삭아버려 겨울부터 봄까지는 아무런 걸림 없이 편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마름 속에 있던 월척들은 마름이 삭고 나면 새 은신처를 찾아 활발하게 회유하므로 낚시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마름이 삭으면서 물색을 흐리게 해 겨울낚시의 호조건을 형성한다. ‘마름이 삭고 나면 붕어가 정수수초대로 파고들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봄철 산란기의 얘기이며, 겨울 붕어는 마름이 삭고 나면 오히려 더 깊은 수심으로 이동한다.
한편 말풀밭은 마름밭에 비해 대박 확률이 낮다. 말풀은 겨울에 다시 새순이 올라오는 등 여전히 은신처로 남아 있어 붕어들의 회유가 적기 때문이다. 또 말풀은 물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어 물색을 맑게 만든다.
다만 마름밭의 겨울낚시는 ‘퇴적물로 인한 약한 입질’의 난점을 극복해야 한다. 삭아 내린 마름이 바닥에 쌓이면 그 속에 미끼가 함몰되기 쉬워 입질을 못 받거나 입질이 미약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지렁이나 새우를 미끼로 쓰더라도 예민한 떡밥찌채비가 유리하며, 미끼를 자주 던져서 붕어 눈에 잘 뜨이게 해야 한다.
④갈수위가 좋은 이유는 앞서 설명한 대로다. 물론 갈수가 아니라도 겨울 내림붕어를 만날 수는 있지만 만수위에선 폭발력이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