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섬붕어 메카 - 안좌도

깔치기 들판에 월척이 쫙 깔렸다

ㅣ허만갑 기자ㅣ

“섬붕어는 뭐 별난 종자랍니까? 다 같은 붕언데 아무렴 한겨울 활성도가 가을의 활성도보다 높을 리 있습니까. 가을엔 씨알이 잘다지만 뼘치급이 워낙 많이 낚이니까 그리 보이는 것이지 월척 마릿수도 겨울보다 가을에 더 많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신안 하의도의 대리수로에서 이틀간 7치~9치 붕어를 물경 100여 마리 낚았다는 오산의 장봉화씨의 말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섬붕어하면 겨울을 연상하지만, 겨울이 섬붕어의 피크시즌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한겨울에도 물낚시로 월척붕어를 상면할 수 있는 곳이 섬이기에 겨울에 섬을 찾는 것이지, 섬붕어가 겨울에 가장 잘 낚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 대우리에서 방월리로 넘어가는 언덕길에서 내려다본 전진수로. 보트가 두 척 떠 있는 구간이 노른자위터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급강하는 늦가을, 경기도 광명의 삼공보트낚시점에 앉아서 ‘겨울이 오기 전에 안좌도나 장산도 쪽으로 좀 일찍 들어가볼 필요가 있겠다’고 수군대고 있는데, 우리 말을 엿듣기라도 한 듯 의정부 낚시인 김영철씨의 안좌도발 대물 낭보가 전해졌다. “안좌도 전진수로 근처 둠벙에서 이틀간 4짜 세 마리에 월척 스무 마리를 낚아서 지금 기분 좋게 철수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자마자 당장 목포로 내달렸다. 이런 따끈따끈한 호황속보는 식기 전에 얼른 받아 마셔야 하는 법. 10월 22일 오후 5시, 압해도 송공리 선착장에서 암태도로 들어가는 마지막 철부선을 잡아탔고, 암태도에서 팔금도-안좌도로 이어지는 두 개의 연도교를 차례로 건너 안좌도 읍동의 유성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여기서 전진수로 둠벙까지는 5분 거리다. 

“섬붕어도 겨울보다 가을에 더 잘 낚여”
23일 새벽 5시에 기상, 어둠이 깔린 신촌지(치동지)를 지나 대우마을에서 방월마을로 넘어가는 코너길에서 좌회전, 대우리 큰둠벙(뒷장의 위성사진 참조, 2003년과 2008년에 월척사태를 일으킨 곳) 오른쪽 연안을 끼고 비포장 농로로 들어가자 문제의 사각둠벙이 나타났다. 김영철씨가 말한 대로 둠벙 초입에 뗏목 하나가 뒤집힌 채 방치돼 있다.
1천평 규모의 직사각형 둠벙인데 가장자리를 빙 둘러 좁은 수로가 해자처럼 나 있고 그 안쪽으로는 무성한 부들밭이 갈대가 자란 흙둑으로 차단돼 있었다. 김영철씨 일행은 서쪽, 즉 전진수로 방향의 수로에서 월척을 타작했다는데, 과연 서쪽 수로의 물색이 가장 흐렸다.
밤은 길어져서 6시하고도 20분이 지나서야 날이 밝았다. 34, 36대 직공채비로 건너편 갈대 쪽에 찌를 붙이니 수심은 1m 안팎. 2칸대로 스윙을 해도 될 거리지만 갈대 속에서 4짜를 안전하게 들어내기엔 직공채비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7시를 지나 8시가 다 되도록 챔질도 되지 않는 잔챙이 붕어만 달려들고 월척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김 사장님, 고기 다 잡아가신 거 아녜요?” 무료함에 김영철씨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해본다. “지금부터 입질할 시간입니다. 아홉 시부터 열한 시까지가 피크니까 기다려보세요.” 과연, 전화를 끊자마자 잔챙이 공세에 깔짝대던 찌가 점잖게 솟아올랐다. 챔질과 동시에 낚싯대가 휘청! 32cm 월척이 솟았다. “야, 이놈들 잠꾸러기네, 이제야 일어났어!” 환호하는 사이 옆의 박현철씨도 굉장한 물소리를 내더니 뜰채를 펴든다. 4짜구나 싶어 가보니 38cm!
그때부터 월척 행진이 시작되었다. 까불까불 잔챙이 입질을 본척만척하고 있노라면 이윽고 “둥”하는 북소리가 환청으로 들릴 만큼 육중하게 들리는 찌올림이 숨을 턱 막히게 했다. 월척 입질은 11시 30분까지 이어졌고 점심 먹으러 가기 전 조과를 점검해보니 월척 7마리에 9치 10여 마리, 8치 이하가 10여 마리였다. 호황임에 틀림없지만 기대한 것보다는 씨알이 잘다. 아무래도 수로가 작다보니 김영철씨 일행이 이틀간 낚아내고 남은 월척 양이 많지는 않은 듯했다. 

▲ 박현철씨가 전진수로 옆 사각둠벙에서 38cm 붕어를 낚는 순간.

▲"도랑만한 수로에 이런 놈이 있군요." 삼공보트낚시클럽 박현철씨가 전진 사각둠벙에서 38cm 월척을 낚았다.

오전 8~10시가 피크타임, 밤낚시는 안 돼
점심을 먹고 나서는 여러 수로들을 둘러보았다. 올 2월에 월척을 양산한 남강수로에 가보니 부천에서 온 낚시꾼들이 있었는데 “지난주엔 40마리를 낚았는데 오늘은 신통치 않다”고 했다. 남강수로의 물색은 좀 기분 나쁠 정도로 탁했다. 소곡수로와 산두수로도 기대 이하였다. 수량과 물색은 좋은데 간간이 낚이는 붕어 씨알이 6치 안팎이었다. 역시 겨울이 되어야 굵은 씨알이 움직이는 것일까?
암태도로 건너가서 중앙수로에 대를 드리워보았으나 입질도 없다. 전반적으로 수로의 붕어들이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낚시한 둠벙 건너편의 전진수로에 들렀는데 여기서 8치가 넘는 굵은 붕어 한 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 찌도 잘 올리고 힘이 좋아 활성도가 높은 상태임을 간파. “여기는 붕어들이 좀 움직이는 듯하니까 내일 보트낚시를 해봅시다.”
24일 새벽, 다시 유성모텔에서 나와 전진수로를 찾았다. 전진수로는 깔치기수로의 왼쪽(서쪽)에 있는데 모두 ‘갈지기들’(전라도식 발음으로는 ‘깔치기들’)에 위치해 있어 몽땅 깔치기수로라 부르기도 한다. 전진수로는 길이 300m, 폭 30~60m의 큰 수로인데 컨테이너가 있는 상류구간에 붕어가 많다. 안좌도의 유일한 낚시점인 오션피싱낚시 정광오 사장의 말에 의하면 “사십오가 넘는 초대형 붕어가 많다”는 곳이다.
보트를 펴서 낚시를 시작한 시각은 오전 7시. 수로 가장자리의 갈대, 뗏장수초대와 중앙부의 맨바닥을 각각 나누어서 노려보았는데 중앙부 맨바닥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지렁이엔 5~7치 붕어들이 너무 달려들어 새우를 꿰었더니 약 30분 간격으로 월척 아니면 준척이 낚였다. 힘이 천하장사여서 8치만 돼도 쌩쌩 줄 소리를 울렸다. 오전 10시까지 월척 10마리를 낚았다. 기대했던 4짜는 없고 최대어가 35cm다. 
의정부의 김영철씨가 아침 첫배로 들어와 오전 9시쯤 우리와 합류했다. 우리는 오후 2시 40분 배로 철수했지만 김영철씨는 다음날에도 전진수로에 남아 우리가 낚은 만큼의 조과를 올렸다. 

▲ 전진 사각둠벙 호황을 제보한 의정부의 김영철씨. 다시 안좌도를 찾아 전진수로에서 보트낚시로 화끈한 준월척 조과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