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 여수 풍류지

씨알 한번 좋구나!

민물낚시의 오지 여수에 숨은 대물터

마름 삭으면 연안에서도 호황 기대

글 사진 최현오 광명 삼공보트낚시 대표

▲도로변 상류에서 바라본 풍류지. 앞에 보이는 부들수초대는 내년 봄에 월척 명당이 될 것이다. 겨울엔 붕어들이 중하류에 있었다.

바야흐로 보트낚시의 황금시즌인 초겨울이 목전에 왔다. 여기저기서 보트 주문과 수리 문의가 들어오는 바람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업실에 틀어박혀 고무 접착제 냄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낚시점을 하니까 사흘이 멀다 하고 낚시터 유람이나 하는 팔자 좋은 사람으로 오인하지만, 정작 손님들 뒷바라지 하느라 좋아하는 낚시 한 번 못 가고 이 좋은 가을을 다 보내버렸다.
하늘이 너무도 청명한 어느 날 도저히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길 듯한 심정이 되어 해남의 대물낚시인으로 유명한 붕어연구소 황광인 고문께 전화를 걸었다. “황 고문님, 요즘 남도 근황은 어떠합니까? 어디 한적한 데 배 띄워놓고 손맛 볼 만한 곳 없겠습니까”하고 여쭈니 “좀 멀긴 하지만 여수에 가면 풍류지라는 저수지가 있는데 옥수수에 씨알 좋은 월척들이 잘 나온다”고 적극 추천하신다. 호남지역 낚시터를 훤히 꿰고 있는 황 고문님이 자신 있게 권하는 곳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10월 22일 저녁 8시에 일찍 가게 문 닫고 몇몇 손님들과 함께 여수로 떠났다.

붕어연구소 황광인 고문이 추천한 대물터

경기도 광명에서 풍류지까지는 장장 다섯 시간이 걸렸다. 여수시 소라면 복산리에 있는 6천평짜리 자그마한 평지형 저수지였다. 지난 봄에 4짜 사태를 일으킨 복산지 바로 옆이었다. 상류에는 부들과 뗏장이 탐스럽게 깔려 있고 중하류엔 마름이 채 삭지 않은 채 수면을 덮고 있었다. 황광인 고문이 말씀하시길 “연안에서는 저수지 안쪽의 수초를 공략하기 어려워 대물자원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했는데 과연 수면적은 작아도 보트낚시를 즐기기에 좋은 여건이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에도 배스가 유입되어 붕어는 걸면 월척일 정도로 굵다고 한다.
아직도 깜깜한 새벽, 무넘기에서 일제히 보트를 폈고, 회원들은 밤낚시를 해보겠다며 보트를 저어서 들어갔지만 장거리 운전에 지친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차 안에서 눈을 붙였다. 날이 밝고 들어가 보니 그때까지 아무도 입질을 받지 못했단다. 일단 상류로 가서 부들 앞 뗏장수초대를 둘러보니 너무 밀생하지도 않고 물길이 잘 나서 큰 붕어들이 타고 들어오기에 좋은 여건이었다. 수심도 90cm로 적당하다. 스윙채비와 직공채비를 섞어서 일곱 대를 펼치며 따뜻한 가을 햇살을 맞이하는데 그렇게 마음이 평화로울 수 없다.
첫 입질은 아침 7시, 중류 마름 사이 맨바닥에서 스윙낚시를 한 임영호씨가 받았다. 물소리를 울리며 35cm 월척붕어가 등장했다. “옥수수를 두 알 꿰었는데 찌를 환상적으로 올려요!”
뒤이어 밀생한 마름 구멍을 직공채비로 노린 유현덕씨와 김기덕씨가 차례로 입질을 받았는데 모두 월척이다. ‘붕어들이 깊은 마름수초 속에 있구나’ 싶어 나도 얼른 상류에서 빠져나와 최하류 무넘기 앞의 마름 속으로 들어갔다. 수심은 1.3~1.5m. 지렁이를 서너 마리씩 꿰어 세 대째 까는데 두 번째 세운 찌가 둥실둥실 솟아올랐다. 챔질 순간 활처럼 휘는 낚싯대! 우람한 체구의 34cm 월척이 솟았다. 때깔도 최상급, 힘도 최상급이다.
입질은 이른 아침보다 해가 중천에 솟은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집중되었다. 10여 마리의 붕어 중 대부분이 월척이었다. 그런데 35cm를 넘는 대물은 없다.

▲ 풍류지 중앙부의 마름밭을 보트 스윙낚시로 노리고 있다.

▲"걸면 거의 월척입니다." 조과를 자랑하는 임영호(좌), 유현덕씨.

상류에서 빠진 붕어, 중하류 마름 속에

낮 12시에 잠시 나와 소라면소재지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인근의 죽림지를 찾아보았다. 7만3천평의 대형지인 죽림지 역시 배스가 유입되어 대물터로 변했다고 한다. 물색이 흐려 연안의 뗏장수초 쪽을 노리면 좋을 것 같았는데, 릴낚시를 하고 있는 현지꾼에게 조황을 물어보니 “요즘 조황이 신통치 않다”고 하여 다시 풍류지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튿날은 뜻밖에 몰황이었다. 좁은 수면에 여러 척의 보트가 돌아다녀서 붕어들이 크게 놀란 듯했다. 중앙부의 마름 속에 박혀 있는 붕어들은 곧 마름이 삭아 없어지고 나면 연안으로 더 활발히 회유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는 연안낚시에서도 호황을 만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리고 내년 봄에는 상류의 뗏장수초대로 산란기를 맞은 붕어들이 대거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 다시 풍류지를 찾을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