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호의 경남붕어 주유기

고성·진주 2박 3일

금곡수로에서  노조사에게 한 수 배우다

강창호 천류 필드스탭

경남 고성면 개천면 가천리에 5만7천평의 가천지가 있다. 고성군에선 대가지 다음으로 큰 저수지인데 의외로 낚시인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차량 소통이 뜸한 배둔-금곡간 국도변에 있어 포장도로가 생긴 80년대 말부터야 꾼들에게 알려지게 됐고, 지금까지도 한산한 낚시터로 남아 있다. 더구나 몇 해 전 제방 증설 공사를 하면서 저수지 물을 완전히 빼고 마을에서 고기를 엄청나게 잡아낸 후로는 낚시꾼들이 기피하는 저수지다.
그런데 지난 8월 19일, 올 여름 만수를 이룬 가천지 상류에서 월척급 붕어가 잘 낚인다는 말을 창원 세월낚시 서찬수 사장님으로부터 듣고 따라 나섰다.

장사붕어의 터전, 고성 가천지

가천지 붕어의 매력은 힘이다. 6치만 걸어도 줄소리가 울릴 만큼 힘이 당차다. 서찬수 사장님과 이상용, 민환기, 이승호씨와 함께 가천지로 차를 몰았다. 때마침 경남 하동에 사는 평산가인 회원 조수철씨가 전화를 했다. ‘어디 낚시 갈 만한 곳 없냐’고 묻기에 가천지로 오라고 했다.
대전통영고속도로 연화산IC에서 내려 개천·영오 방면으로 가다가 영오면 소재지인 낙안사거리를 지나 구만 방면으로 5km 직진하니 전방에 가천지의 큰 제방이 보인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상류에서 물이 많이 유입됐다는데 물 유입은 그쳤고 오히려 배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상용씨는 상류 물골 옆에서 장대로 배수의 악조건을 극복하려 했고 서찬수 사장님은 최상류 다리 위에 대를 펼쳤다. 도로 쪽 작은 물골엔 민환기씨가 자리를 잡았다. 이승호씨는 도로변 밭 밑에서 낚시하려고 진입하다 밭주인 할머니의 호통에 명당을 포기하고 상류 중간 논 밑에 자리를 잡았다. 뒤늦게 온 조수철씨는 최상류 물골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처음엔 중류 논 밑 새물 유입구 쪽에 진입하였으나 이미 낚시꾼이 있었다. 급하게 더 하류 쪽으로 논두렁을 타고 가는데 웬 고함 소리! “어이! 낚시꾼 양반, 내일 새벽에 농약 칠 건데 다른 곳에서 낚시하지 그래? 농약 뒤집어쓴다!” 아~ 네. 바로 돌아서 자리를 이동한다. 해가 지기 직전인데 에고에고! 차로 돌아와 아예 도로 건너편 상류로 들어갔다. 규모는 작아도 뗏장이 잘 형성된 것 같아 전을 펼쳤는데 기대와 달리 붕어의 입질은 전혀 받을 수 없었고 동자개 10여 마리와 메기 2마리로 아침을 맞았다.
반면 다른 일행들은 붕어, 메기, 동자개로 마릿수 손맛을 보았다.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민환기씨 자리가 시끄럽다. 급하게 뛰어가보니 뗏장수초에 36cm 붕어와 바늘이 함께 걸려 애를 먹고 있다.
서찬수 사장님은 “이곳은 대물터라기보다 마릿수 재미를 즐기는 곳이다. 도로변 밭둑과 건너편 상류 연안에서 떡밥낚시를 하면 5∼8치 붕어를 마릿수로 낚을 수 있고 두 자에 달하는 큰 잉어도 기대할 수 있다. 가을에 수위가 안정되면 천하장사급 손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성군 개천면 가천지 상류. 고성에서 대가지 다음으로 큰 저수지인데도 낚시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 만수를 이룬 가천지 최상류.

금곡수로에서의 2차전
가천지에서 철수하여 서찬수 사장님 일행은 창원으로 돌아가고 여전히 손맛이 고픈 필자와 조수철씨는 낚시터를 옮겨 하루 더 해보기로 했다. 마침 생각난 곳이 가천지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진주시 금곡면사무소 뒤쪽의 금곡수로였다.
금곡수로는 고성 영오천과 사천 영천강의 합수지점에 있는 100m 폭의 제법 큰 하천이다. 영천강 상류에는 연화지·갈천지·영부지가 있고, 영오천 상류엔 가천지·월곡지·용안지가 있는데다 하류는 진주 남강과 연결되어 있어 어자원이 마를 날이 없는 알짜배기 낚시터다. 하지만 단점은 있다. 배스, 블루길은 다행히 없지만, 갈겨니가 극성을 부려 갈겨니 입질이 뜸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좋은 씨알의 붕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진주시 금곡면소재지의 금곡수로에서 강붕어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곳은 알려지지 않은 강붕어 월척산지다.

▲ 오윤우씨가 겉보리 미끼로 낚은 금곡수로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금곡면소재지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오윤우씨의 전화가 왔다. 경북 청도에서 밤낚시를 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 이쪽으로 합류하겠단다. 마을 쉼터에서 마늘을 다듬는 아주머니들과 얘기를 나누며 쉬다가 오후 늦게 강가로 나갔다.
전체적으로 상류보다는 하류 쪽으로 포인트 형성이 잘 되어 있고 수심도 적당히 깊다. 안쪽으로 말풀이 잘 자라 있어 짧은 대로 말풀의 끝선과 4칸대로 수심이 약간 깊은 곳을 동시에 노려보았다. 5칸대 거리부터는 도로 수심이 얕아져 바닥에 육초가 자란 것이 보인다. 그때 뒤에서 차 한 대가 서더니 노조사 세 분이 차에서 내린다. 우리 자리 하류에서 익숙하게 자리를 다듬어 대 편성을 하는 것이 이곳을 자주 찾는 분들인 듯했다. 케미라이트를 꺾을 시간쯤 노조사들 자리에서 “풍덩풍덩” 무언가 던져 넣는 소리가 몇 번 들린다.
지렁이 미끼로 초저녁낚시를 시도했으나 갈겨니, 피라미, 납자루의 대공습에 30분도 되지 않아 KO 직전이다. 그때 오윤우씨가 청도에서 쓰다 남겨온 겉보리를 꺼내며 “이걸 미끼로 사용하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옳거니! 그렇지 않아도 잡어를 피할 방책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겉보리도 국산이라 알이 제법 쓸 만하여 감성돔 5호 바늘에 3~4알 끼우면 될 정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윤우 씨 자리에서 피아노줄 소리가 들린다. 말풀 끝선에서 1.5칸대에 입질 받아 파이팅 중이다. 잠시 후 모습을 보인 녀석은 9치 붕어. “힘이 얼마나 좋은지 월척 이상이라 생각했다”며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다. 그리고 겉보리 미끼로 6~8치 붕어 몇 수를 더 낚아낸다. 필자와 조수철씨도 겉보리 미끼로 바꿔 자잘한 붕어를 몇 마리 낚았는데 밤이 깊어지자 붕어 입질이 딱 끊어진다. 반면 노조사들 자리에선 밤새 붕어가 낚이는 듯하다.
그렇게 밤을 지나 새벽으로 가는 시간에 필자의 2.6칸대 말풀 끝선에서 겉보리에 31cm 월척붕어가 나왔다. 한편 가장 상류 쪽에서 낚시한 조수철씨는 아침에 납자루 미끼에 중후한 입질을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바늘에서 빠져버렸다.
아침에 노조사들께 다가갔다. 월척보다 빵이 좋은 준척붕어를 3마리나 낚았다. 뿐만 아니라 살림망 안에는 붕어와 온갖 잡어로 가득하다.
“영감님, 비법이 뭡니까?”
“비법? 밑밥이지. 내가 직접 제조한 밑밥. 그리고 지렁이 한 마리 꿰기!”
어젯밤 풍덩풍덩하던 소리는 밑밥(깻묵가루가 주 성분이었다)을 던지는 소리였고 그 밑밥에 유인돼 우리 자리의 붕어들까지 떠나면서 입질이 딱 끊어진 것이었나? 이야기 도중 영감님이 3.5칸대에서 입질을 받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힘이 얼마나 좋은지 뒤에서 지켜보는 필자가 애가 탈 지경이다. 옆의 대를 모두 감고 나온 녀석은 34cm 월척붕어.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노조사의 한 말씀.
“우리는 낚시 나와서 어종 불문 백 마리 못 잡으면 집에 안 간다네!”
강붕어를 유혹하는 데는 역시 밑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잡어 성화에도 불구하고 강에선 지렁이가 최우선 미끼라는 사실을 그분들을 통해 깨달았다.

▲ 금곡수로에서 낚은 준척붕어를 자랑하는 노조사님. 부산에 살지만 고향이 이곳 금곡이란다.

■금곡수로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 연화산IC에서 내려 금곡면소재지로 들어간다. 면소재지에서 문산 방면으로 500m 가면 우측에 금곡면사무소가 있다. 면사무소를 끼고 우회전하면 500m 후 두문교. 다리 건너지 말고 둑방 따라 300m 내려가면 포인트다. 낚시구간이 100m 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