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File 비밀 소류지 태안 만리지
해안가 간척지에 알토란 붕어 탱글탱글
만리지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안가에 있는 2만5천평의 각지형 평지지다. 인근 송현지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던 이곳이 지금 마릿수 호황을 배출하며 무명의 설움을 한꺼번에 털어내고 있다.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만리지 도로 건너편 연안에서 인천꾼 류홍상씨(찌올림낚시회)가 붕어 입질을 받고 있다. 밤낚시에는 뜸하던 입질이 동이 터오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짜급 붕어는 낚인 적이 없지만 붕어 개체수가 워낙 많은 곳이어서 언제 가도 탱글탱글한 여덟아홉치 붕어로 열 수 정도는 거뜬하게 낚을 수 있는 곳이지요.” 인천의 류홍상씨(찌올림낚시회)는 일 년 중 대부분을 대호만에서 보내는 대물꾼인데, 대호만 조황이 시원치 않을 땐 어김없이 만리지를 찾아 한적한 분위기에서 진한 손맛을 즐긴다고 자랑했다. “언제 와도 변치 않는 마릿수 재미에 흠뻑 빠져 벌써 5년째 단골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류씨는 “이곳에서는 대물붕어를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6치부터 턱걸이 월척까지 곧잘 낚인다. 1년 중 월척을 마릿수로 낚을 수 있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4월 초순”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 류씨는 때를 맞춰 지난 4월 12일 조우와 함께 만리지를 찾았다가 한발 늦었음을 알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오전에만 여덟아홉치로 모두 20여 수를 낚아 올렸다.
나는 4월 16일 오후 4시경 만리지에 도착했다. 5명의 찌올림낚시회 회원들이 한발 앞서 도착해 있었고, 류홍상씨는 해질 무렵 합류했다. 낚시터로 가는 도중 서산 낚시25시 김병진 사장을 만났는데 그는 만리지 호황을 알고 있었다. “올해는 만리지의 붕어 산란이 다른 해보다 일주일 이상 빨랐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의 일주일 동안 수 십 마리의 월척이 낚였다. 하루 17마리까지 낚은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씨알이 많이 잘아졌지만 보트낚시에는 아직까지 씨알 좋은 놈들이 계속 낚이고 있다”고 말했다.
▲ 오전에 낚은 조과를 펼쳐 놓은 찌올림낚시회 김연환(우·서산), 김석씨(48). ▲ "만리지에 반했어요." 안산 구준기씨.
▲ 취재팀이 낚은 붕어 중 굵은 씨알을 골라 든 박종수씨(태안).
▲ 박종수씨가 채비를 수초에 바짝 붙여 공략하고 있다.
밤낚시는 NO!
5명의 찌올림낚시회 회원들은 도로 건너편에 자리했다. 만리지 전역은 다양한 수초들로 메워져 있었다. 취재팀 정면으로는 일렬로 빽빽하게 늘어선 갈대 때문에 마치 수로에서 낚시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현지꾼 구준기씨(57)의 살림망에는 팔뚝만한 잉어 한 마리와 20마리가 넘는 준척 붕어가 들어 있었다. “이곳은 원래 밤낚시가 잘 안 되는 곳이에요. 밤에 푹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한번 해보세요.”하며 일어섰다.
정말 밤에는 붕어 입질이 뜸했다. 다음날 새벽까지 겨우 두 마리 낚였다. 그러나 동틀 무렵부터 거짓말같이 입질이 붙기 시작했는데, 여러 대를 깔아놓은 회원들은 감당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취재팀은 모두 글루텐 떡밥에 외바늘을 사용했다. 5년 전 송현지에서 유입된 블루길과 배스가 서식하고 있어 생미끼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스는 아직 25cm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블루길 성화가 심해 지렁이는 밤에만 한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아침부터 오후 1시까지 모두 50여 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 모두 여덟아홉치로 대단히 굵었다. 해가 뜰 무렵에는 아홉치가 주종을 이루었으며 오전 9시가 넘어서자 여덟치가 섞여 낚였다.
▲ 다음카페 인천붕어사랑 카페지기 김현옥(초심)씨가 씨알 좋은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나들목이나 서산나들목에서 빠져 서산을 지나 태안까지 간다. 태안 외곽도로 남문교차로에서 14km 정도 가면 소원면을 지나 송현삼거리에 이르고 ‘개목항’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3.5km 가면 만리지에 이른다.
●전국낚시지도 147p E1 ●아이코드 383-671-2515
■취재협조 서산 낚시25시(041-664-2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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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지는 왜 알려지지 않았나?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다 가는 길에 송현지 같은 유명 저수지들이 널려있어 만리지는 빛을 보지 못했다”고 서산 낚시25시 김병진 사장은 말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송현지 조황이 옛날 같지 않고 반면 만리지에서 마릿수 조황이 나타나자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만리지는 송현지 아래에 있다. 갈대, 부들, 말풀이 군락을 이룬 덕분에 그물질을 할 수가 없어 자원 손실이 거의 없다. 붕어 외에 장어, 잉어 자원도 많다. 40~60cm급 잉어를 하루에 10마리 이상 낚는 일도 있다.
월척찬스인 산란기는 지났다. 하지만 마릿수 조과는 가을까지 꾸준하게 이어지니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밤낚시는 잘 안 되지만 수심이 깊은 도로변에선 밤에도 간간이 입질을 해준다. 붕어 포인트는 특별한 곳이 없을 정도로 조황 편차가 크지 않지만 아무래도 자동차 소음이 덜한 도로 건너편이 유망하다. 도로 건너편까지도 차량이 진입할 수 있어 주차 후 곧바로 낚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만리지의 단점이라면 잦은 배수! 농번기가 시작되면 배수의 양이 더욱 많아지고 씨알이 잘아진다. 따라서 “배수기에는 송현수로(송현지와 만리지를 잇는 수로)를 찾으면 의외로 손맛을 볼 수 있다”고 단골꾼들이 귀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