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다리 공사가 파생시킨 호황
세월교 시멘트턱이 갈라놓은 운명
모곡수로의 꾼들과 우포늪의 가시연
강창호 천류 필드스탭
지난 5월 5일 잠시 짬낚시나 해볼까 하고 들른 창녕 리더낚시점에서 최세운 사장에게 수로낚시터 하나를 소개받았다. “최근에 창녕의 현지꾼들만 가서 재미 보는 수로가 있는데 한번 가보라”고 적극 권한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과 유어면의 경계, 상리마을과 이지마을 사이에 있는 모곡수로(토평천)의 하류 구간이라고 했다.
최세운 사장이 브리핑한 모곡수로 호황구간의 간략한 프로필은 이랬다.
“폭 10m, 낚시구간 400m, 중앙부 수심이 평균 2.5m, 연안수심이 1.5m, 어종은 붕어 잉어 장어 메기 배스 블루길 등 다양하며, 낮에 글루텐 계열의 떡밥과 밤에 지렁이 미끼로 공략하면 굵은 붕어를 낚을 수 있고, 어분을 첨가한 떡밥을 쓰면 잉어가 쉽게 낚인다.”
최 사장의 말에 따르면, 한동안 꾼들의 손을 타지 않았던 이 구간이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올 3월 말. 호황구간 상류의 상리마을 앞에 세월교를 가설하면서 기존의 바닥보다 30cm 정도 높은 시멘트 턱이 형성되었고 그로 인해 모곡수로를 통해 우포늪으로 올라가던 물고기들의 어도(魚道)가 막히면서 세월교 밑의 수로에 오글오글 모여서 자연히 낚시에 많이 낚이게 됐다고 한다. 세월교의 가설로 인해 물고기들의 어도가 막히고 우포늪의 수위도 30cm 높아져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는 가시연의 생장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세월교의 30cm 시멘트 턱이 낚시인들에겐 좋은 낚시터를 하나 만들어준 셈이지만, 그로 인해 우포늪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의 수서생태계에는 적지 않은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걸 희소식이라 해야 하나?
▲ 세월교에서 430m 하류지역의 풍경. 노른자위 호황구간이다.
우포늪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수로에 갇힌 물고기들
아무튼 호황현장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기에 그 길로 모곡수로를 찾았다. 대략 10명의 낚시인이 앉아 있었다. 이 포인트의 최초개발자는 창녕의 권병기씨라고 한다. 그가 3월 말에 물 버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겨우 자리 하나를 만들어 낚시를 시작한 것이 현지꾼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낚시인들이 들락거려 지금은 수로 옆으로 길이 났을 정도다. 4월 초에는 대형 잉어들이 많이 낚여서 어떤 낚시꾼은 하루에 70~90cm 잉어 10여수를 하고 몸살이 났다는 말도 있다. 지금은 잉어의 씨알이 작아지고 대신 붕어가 점점 많이 낚이고 있다고 한다.
일단 수로의 상류 세월교부터 하류까지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세월교에서 하류로 540m 지점에 대편성을 하였다. 4.0, 4.2칸대로 수로 맞은편 가장자리와 물버들 아래를 노리고, 1.7칸대로는 발 밑 가장자리, 3.0칸대로는 수로 중앙부를 노렸다. 맞은편 수로 가장자리는 70cm 수심까지는 완만한 경사를 보이다가 갑자기 1.5m 수심으로 뚝 떨어졌다. 그래서 60cm 수심의 둔덕에 찌를 세웠다. 발 앞은 경사가 심하여 바로 수심 1m로 떨어진다.
생각보다 물 흐름이 심해 찌가 둥둥 떠내려 갈 정도다. 전에는 유속이 이렇게 빠르지 않았다는데 그놈의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곡수로 하류에 있는 낙동강의 모래를 채취하면서 강의 수위가 낮아져 물의 흐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가 질 무렵 맞은편 물버들 밑에 지렁이를 달아 세워둔 찌가 살짝 올리다가 물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챔질! 이미 산후 휴식기를 지나고 먹이활동을 하는 붕어답게 물살을 가르는 힘이 제법이다. 대략 월척이다. 그래! 오늘 뭔가 되겠군. 내심 혼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입질 이 처음이자 마지막 입질이 될 줄이야….
해가 지면서 잉어의 산란 소리가 요란하게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틀렸구나! 게다가 밤 10 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 간다. 그 와중에도 필자 위쪽에 자리한 낚시꾼은 한 시간 간격으로 잉어를 낚아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렇게 비바람 속에 첫날밤을 보낸 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깜빡 잠든 사이에 수로의 낚시꾼들이 모두 떠나고 나 혼자 수로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모곡수로 호황지역 개척자인 창녕의 권병기씨가 월척붕어를 낚아올렸다.
아직도 현지꾼들만 찾는 비밀낚시터
5월 7일 아침, 취재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모곡수로로 달렸다. 평일에도 많은 낚시꾼들이 와있다. 대략 20여명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으나 손때 묻은 낚싯대와 세련되지 않는 채비로 낚시를 즐기시는 현지 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장자리를 잘 공략하신 조사님은 붕어를, 물 흐름이 있는 중앙부를 공략한 조사님은 잉어를 낚았다. 밤에는 입질이 뜸하고 아침 5시부터 11시까지와 오후 4시부터 해 지고 1시간 정도까지 가장 왕성한 입질을 보여주었다.
좋은 조과를 보였던 포인트는 물버들 사이에 물의 흐름이 약한 곳, 수몰나무가 있는 곳이었다. 어떤 조사님은 잉어를 낚기 위해 끝보기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조과는 좋은 편이었다. 취재에 도움이라도 주려는 듯 잉어와 붕어의 입질이 아침시간에 이어져 리얼한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고, 현지 조사님들이 어색한 웃음으로나마 붕어를 들고 포즈를 취해주어서 새로운 낚시터 취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대구 김재환씨의 조과. 월척붕어 2마리와 잉어 4마리로 화끈한 손맛을 즐겼다고.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나와 20번 국도를 타고 합천·적포 방면으로 9.5km 직진하면 유어면소재지에 도착한다. 유어면소재지를 통과하여 합천·적포 방면으로 3.3km 직진하면 유어교 삼거리. 상리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1km 직진하면 수로에 도착한다.
■조황문의 창녕 리더낚시 055-533-1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