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웅천천의  미스터리

웅천천 돌붕어가 용못에만

들어가면 4짜로 자란다고?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붕어 중 최고의 역사(力士)를 꼽는다면 단연 강에 사는 점박이 돌붕어다. 여덟치만 되어도 저수지의 월척 힘과 맞먹는다. 그런 돌붕어가 만약 4짜라면 그 힘이 어떻겠는가? 보령 웅천천 용못에 가면 그런 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다가 떨어졌다는 용못은 충남 보령시 웅천읍의 웅천천 한귀퉁이에 있다. 웅천초등학교에서부터 노천교에 이르는 3km 구간이 용못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100% 거무죽죽한 돌붕어만 낚인다.
이곳 용못의 돌붕어는 여러 가지 미스터리를 안고 있다. 돌붕어로선 무척 귀한 4짜급이 한낮에도 불쑥 낚인다. 이곳을 자주 찾는 단골꾼들은 “4짜보다 훨씬 큰 돌붕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고기에 바늘이 맥없이 뻐드러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  “괴력입니다, 괴력!” 송원산업 필드스탭 팀장 한정호씨(더피싱 운영자)가 용못에서 낚은 돌붕어 월척 두 마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용못에서 3월 초 4짜 돌붕어가 배출된 후 현지꾼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 3월 중순엔 인천에 사는 4명이 웅천 현대낚시 백민기 사장의 소개로 용못을 찾았는데, 물고기를 걸어 한 사람은 감성돔 5호 바늘이 맥없이 뻐드러졌고 한 사람은 낚싯대를 부러뜨렸다. 그 와중에 35cm 돌붕어를 비롯해 모두 30여수를 낚는 성과를 올렸다. 그 후 4월 23일에는 백민기 사장이 직접 해거름 한 시간 동안 9치부터 33cm까지 9마리를 낚아냈다.
낚시웹진 더피싱 운영자인 한정호(송원산업 필드스탭)씨가 이 소식을 듣고 용못을 찾았다. 서울의 은희장. 군산의 장형래, 인천의 김형민씨가 합류했다. 네 명은 하류의 넓은 구간에 나란히 앉아 낚싯대를 펼쳤다. 백민기 사장이 앉았던 자리를 차고앉은 한정호씨가 저녁 8시경 지렁이미끼에 34cm 월척을 걸어 괴력의 저항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강화 하리지에서 4짜 붕어를 낚아낼 때 손맛보다 좋았다”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날 밤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에 그 후로는 별 소득 없이 새벽을 맞았다. 동이 틀 무렵 바람이 멈춰주었고 돌붕어의 입질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메기와 잡다한 강고기도 간간이 낚였다. 아침 7시경 드디어 김형민씨가 지렁이 미끼에 입질을 받아 대물대 독야 력(力)으로 31cm 돌붕어를 올렸다. 그리고 장형래씨도 입질을 받았지만 챔질이 늦은 탓에 녀석이 수초 속으로 파고들어가버렸다. 어렵게 받은 입질을 놓친 장형래씨는 무릎을 쳤다.
오후 5시경 나도 최하류의 좁은 수로에서 무지막지한 입질을 받았다. 녀석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 마음대로 물속을 휘저었다. 한참 용을 쓰다가 바늘이 튕겨나오고 말았는데, 감성돔 4호 바늘 끝에는 비늘 한 장만 걸려나왔다. 크기로 보아 4짜로 추정되는 거물! 주변에 있던 취재팀들이 안타까워했다.

▲ ◀웅천천에서 돌붕어가 유입되는 용못. 이곳에 들어온 돌붕어는 대물로 성장한다. 5짜 돌붕어를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다.

▲ 인천 김형민씨(송원산업 필드스탭)가 아침 7시경 끌어낸 월척 돌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미끼는 지렁이.

흐리거나 비 오는 날 호황

용못 돌붕어의 미스터리는 3년 전 석축을 쌓으면서 그 실체가 일부 드러났다. 공사를 하기 위해 용못의 물을 절반쯤 뺐을 때 동네 주민들이 그물로 물고기들을 잡기 시작했는데, 웅천 현대낚시 백민기 사장은 “그때 그물에 걸려든 돌붕어의 자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 4짜 돌붕어는 부지기수였고 5짜급 돌붕어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용못에는 뱀장어, 자라, 메기, 가물치, 기타 강계 물고기까지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미스터리는 또 있다. 용못의 바닥은 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돌붕어만 낚이고 있는 것이다. 단골꾼들의 말에 따르면 “용못으로 붕어가 유입되는 웅천천 보(洑)에는  돌이 지천에 깔려 있어 돌붕어만 서식한다. 그러나 보에서는 4짜급 돌붕어를 보기 힘든데 반해 용못에는 한결같이 대형 돌붕어들만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용못에서 한 해에 배출되는 4짜 돌붕어는 평균 7~8마리라고 한다. 날씨가 잔뜩 흐린 날이나 비가 내릴 때 굵은 씨알이 마릿수로 낚인다고 한다. 단골꾼 중 포크레인 기사 김원중씨가 있다. 용못에서 이 사람 만큼 재미를 본 사람이 또 있을까? 그는 직업상 날씨가 나쁜 날 비로소 쉬게 되는데 그런 날 꼭 용못을 찾아 낚시를 즐긴다는 것. 작년 가을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8치부터 35cm까지 60마리의 돌붕어를 낚기도 했으며 지난 3월에도 비바람이 치는 날 20마리 넘게 낚은 적 있다고 한다.

▲ 취재팀이 낚은 수확물을 펼쳐놓고 장형래씨와 은희장씨가 포즈를 취했다.

▲ 웅천천에서 돌붕어가 유입되는 용못. 이곳에 들어온 돌붕어는 대물로 성장한다. 5짜

돌붕어를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 나들목에서 나와 웅천 방면으로 우회전. 웅천초교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다리(중교)를 건너지 말고 우회전하여 진입하면 용못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단 하류는 중간에서부터 도보로 가야 한다. 하류는 웅천역 앞에서 우회전하여 노천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비포장도로로 진입한다. 단 주차장이 협소하여 노천교 인근 도로변에 주차 후 걸어서 진입해야 주민과 말썽을 빚지 않는다. ●전국낚시지도 187p F4  
■취재협조  웅천 현대낚시(041-934-7998, 010-6484-7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