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연휴 고향손맛
하동 송원지의 월척 노다지
월척이 90%! 큰비만 오면 상류에서 와르르
Ｉ허만갑 기자Ｉ
해마다 3월이면 전국구 월척산지로 떠오르는 경남 하동군 진교면 송원지가 올해는 2월 10일부터
월척붕어를 쏟아냈다. 갑작스레 쏟아진 겨울비로 흙탕물이 유입되자 냉수 속에서도
붕어들이 상류로 집결한 것이다. 때마침 설연휴를 맞아 고향 진주를 찾은 나는 시골집에서 불과 30km
떨어진 송원지에서 신년벽두부터 월척을 14마리나 낚는 짜릿한 손맛을 보았다.
낚시춘추 3월호를 마감해놓고 설 귀성길에 오르려던 2월 11일, 순천의 김중석 객원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송원지가 터졌소! 어제 순천의 최종도씨가 상류에서 떡밥으로 25마리를 낚았는데 거의 월척입디다. 설에 진주 내려오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그렇잖아도 송원지를 내심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반가울 데가! 후손이 고향에 와 손맛이라도 보라는 조상의 돌보심이라 생각하고, 12일 아침 하동으로 향했다. ‘명절에도 또 낚시냐’는 어머니에게 취재업무 운운하며 되지도 않은 핑계를 대고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향으로 달리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가랑비도 왠지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남해고속도로 진교IC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좌회전해서 1km 거리에 송원지가 있다. 아마 고속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낚시터가 아닐까 한다. 상류 율원교부터 최상류까지 100m 구간의 도로변 뗏장수초대에 6명의 낚시인이 앉아 있다. 이 상류 물골구간이 초봄 포인트이자 새물찬스 대박자리인데, 수온이 좀 더 올라 붕어의 산란이 시작되면 중류의 부들수초대<지도 참조>에서도 월척들이 낚인다. 그런데 중류 부들수초대는 준설작업을 했는지 외곽의 수심이 2~2.5m로 깊어서 붕어가 항시 머무는 자리는 아니다. 그에 비해 상류 물골은 가장자리 수심이 1~1.2m로 적당하고 중앙부는 오히려 60~80cm로 얕기 때문에 얕은 수심을 좋아하는 토종붕어들이 항상 머무는 자리다. 특히 큰물이 유입되면 7만평 송원지의 물고기들이 모조리 이 얕은 상류로 올라붙어서 광란의 씨알파티가 펼쳐지는 것이다.
▲ "때깔 좋죠? 힘도 끝내줍니다!" 송원지 월척을 자랑하는 광양 조종열씨.
▲ 가랑비 속에서도 최상류에서 어신을 지킨 순천 이중옥씨가 월척붕어를 낚아내고 있다.
▲ "무거워요. 빨리 찍어요." 최종도씨가 2월 10일 하루에 낚은 조과. 모두 25마리였고 70%가 월척이었다. 아침과 해거름에 입질이 쏟아졌다고.
배스 유입 뒤 걸면 대부분 월척
상류 도로변에서 이틀째 낚시를 하고 있는 최종도씨를 만났다. 최씨는 “밤과 한낮엔 입질이 없고 이른 아침과 오후 해거름에 월척들이 낚입니다. 작년까지는 8~9치가 주종이었는데 올해는 30cm가 주종일 만큼 굵어졌어요. 손맛이 대단합니다. 지렁이나 다른 미끼는 안 먹고 오직 글루텐떡밥만 먹습니다”하고 말했다.
최종도씨와 일행 이중옥, 조종열씨가 앉은 세 자리를 제외하고는 그럴 듯한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생자리가 낫겠다 싶어 최상류를 돌아 건너편 산 밑으로 들어갔다. 상류 건너편은 텅 비어 있었다. 건너편에서도 맨 하류의 자리는 1.2~1.5m로 깊은 웅덩이인데 이곳에선 붕어가 잘 안 낚인다. 그보다 상류의 60~80cm 수심을 노려야 하는데, 초행자들은 깊으면 좋은 줄 알고 웅덩이를 노려서 꽝 치는 수가 많다. 그런데 80cm 수심대는 작년 가을 물이 빠졌을 때 자란 수몰육초가 많았다. 밑걸림 탓에 낚시를 할 수 없을 정도다. 긴 대와 짧은 대를 번갈아 던져가며 30분 넘게 땀을 흘린 끝에 바닥이 깔끔한 구멍 세 개를 찾았다. 글루텐(현지꾼들은 딸기글루텐이 잘 먹힌다고 했지만 난 그냥 가방에 있는 ‘글루텐1’을 썼다) 한 봉지를 개서 세 개의 구멍 속에 던져 넣고 나니 비는 개고 축축한 바람이 바다 쪽에서 불어오기 시작했다.
▲ 최종도씨 자리에서 바라본 상류 물골 건너편. 80cm 수심대를 노려 기자가 준척 3마리와 월척 14마리를 낚았다.
▲ 송원지의 월척 명당인 율원교 상류 도로변 포인트. 큰비 후에 들어가면 틀림없다. 그만큼 자리다툼이 심한 곳이기도 하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광란의 입질
오전 10시부터 낚시를 시작했는데 점심때가 지나도 입질이 없다. 맞은편 최종도씨 일행들도 마찬가지. 무료해서 도로변으로 건너가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작년보다 씨알이 굵어진 이유’를 묻자 ‘배스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한다. “배스가 유입된 후로 붕어 빵도 커지고 씨알이 몰라보게 커졌어요. 다른 곳에도 배스가 들어가면 붕어 덩치가 커지잖아요. 그런데 송원지에선 배스는 잘 낚이지 않고 블루길도 없어서 낚시하기 편해요. 배스가 붕어들만 키워놓고 붕어낚시를 방해하진 않으니 오히려 고맙죠.”
송원지는 원래 지렁이낚시도 잘 되는 곳인데 지금은 떡밥만 먹힌다고 한다. 밤낚시가 잘 되는 곳인데 흙물이 져서 그런지 밤낚시는 안 된단다. 3~4월 밤낚시에 참붕어를 쓰면 월척이 곧잘 낚이는 곳이지만 떡밥만 써도 죄다 월척이니 굳이 생미끼를 쓸 이유도 없단다. “핵심은 포인트예요. 수심이 1m 안팎으로 적당하고 퇴적물이 적은 깔끔한 바닥만 차지하고 앉으면 월척 몇 마리는 따논 당상이죠.” 최종도씨의 말이다. 다시 건너편으로 돌아왔다.
첫 입질은 오후 3시에 들어왔다. 32대의 찌가 깜빡 잠기더니 스멀스멀 솟아올랐다. 깜짝 놀라서 챔질! “쇄쇄색~ ” 내달리는 붕어의 저항에 낚싯대가 바람 부는 들판의 버들가지처럼 울어댄다. 정신이 아득할 정도의 손맛이다. 35cm 월척! 체고는 4짜와 맞먹을 정도다. 송원지 붕어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그때부터 입질이 빗발쳤다. 32, 32, 36 세 대를 펼쳤는데 맨 왼쪽 32대에서만 입질이 집중됐다. 봉돌을 좀 깎아 예민하게 조절했을 뿐 8호 봉돌의 대물찌를 그대로 썼는데도 몸통까지 올리는 시원스런 입질! 채는 족족 쌩쌩 윙윙 대가 울고….
해가 기울수록 입질은 더 활발해졌다. 나중엔 입질 뜸한 36대는 걷어 내버렸다. 피크타임은 오후 5시부터 6시까지의 한 시간.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낚았다. 공교롭게도 건너편에선 입질이 없어 혼자만의 원맨쇼. 6시가 넘어서자 입질 빈도가 줄더니 케미를 꽂고 나서는 딱 한 마리 낚였다. 밤낚시가 될 것도 같았지만 더 이상 욕심이 나지 않아 대를 접었다.
조과를 점검해보니 17마리. 9치 세 마리를 빼고는 몽땅 월척이다. 32cm가 평균치로서 최대어는 맨 처음 낚은 35cm. 이런 손맛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조상의 돌보심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고맙습니다~ .
■조황문의 창원 세월낚시 011-865-7271
▲ 봄기운이 완연한 송원지 상류. 산란기를 맞은 붕어들이 상류 물골지대에 몰려 연일 월척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의 왼쪽 상류지역이 노른자위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