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봄처녀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2월 초, 충남 해안지역의 얼음이 녹아내리자 서산·태안에서 해빙이 제일 빠른 안면도로 달려갔다.

정삼채 객원기자

▲ 우리가 낚시한 둠벙. 정당수로 본류와 연결돼 있는데 본류 조황이 좋지 않을 때 찾으면 의외의 손맛을 볼 수 있다.

긴  겨울이 지나고 해빙기가 찾아오면 낚시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물낚시 시즌을 기다린다. 그러나 막상 해빙 직후에는 물낚시가 쉽지 않다. 얼음이 녹아들어 물은 더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해빙이 되면 나는 습관처럼 안면도의 수로를 찾아 떠난다.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닿는 안면도는 중부지방에서 얼음이 제일 빨리 풀리고 붕어 소식도 제일 먼저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정당수로는 2년 전 이맘때 혹한 속에서 월척을 포함 40여 수의 붕어를 낚아낸 적 있어서 해빙이 되기만 기다렸던 곳이다.
2월 7일 새벽 낚시후배인 설대권씨와 함께 서해안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자욱하게 낀 안개가 주행을 방해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달렸다. 안개가 끼었다는 건 그만큼 오늘 날씨가 푸근하다는 증거가 아닌가. 우리는 날이 밝기 전 안면도 정당수로에 들어가 날이 새기만 기다렸다. 포근한 날씨라고 하지만 아직 수초대 옆으로 살얼음이 잡혀 있었다. 우선 얼음이 녹아내린 자리를 찾아 대를 편성하고 입질을 기다렸지만 찌는 전혀 움직임이 없다.
다행히 안개가 걷히는 듯했으나 좀처럼 해가 얼굴을 보여주질 않는다. 지금같은 해빙기엔 따뜻한 햇볕이 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왔다는 낚시인들도 입질이 없는지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기만 했다.
그때 작년에 제법 재미를 봤던 제방 아래의 조그만 둠벙이 생각났다. 옮겨보니 가뭄 때문인지 예전보다 수위가 많이 줄어 찌가 겨우 설 정도였다. 설대권씨와 나란히 수초구멍치기 채비를 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덟치 붕어가 지렁이를 물고 나와 주었다. “얼마 만에 보는 붕어이던가?”

▲ 취재당일 오전낚시에 거둔 조과.                                    ▲ 수초가 잘 발달한 정당수로 상류의 모습.

▲ 동행한 설대권씨(우측)와 둠벙에서 낚은 붕어를 들고

정당수로 붕어는 황금색 붕어라 우리의 눈을 더 즐겁게 해준다. 잠시 후 설대권씨도 연달아 입질을 받는다. 비슷한 씨알이었으나 내가 낚은 붕어보다 체고가 좋아 월척붕어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 뒤 우리는 비슷한 씨알로 4마리씩 더 낚았고 정오가 지나자 입질은 뜸해졌다. “오늘 해만 일찍 얼굴을 내밀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과 함께 2009년 첫 물낚시 스타트를 끊은 것에 만족하고 발길을 돌렸다.
■조황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41-664-5598  

안면도 정당수로

충남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가 행정소재지. 안면도에서도 제일 빨리 봄붕어를 만날 수 있는 수로로 어자원이 풍부하다. 수로 길이가 2km에 달하고 폭은 30m 내외. 본 수로와 연결된 둠벙과 가지수로도 노려볼만하다. 3칸 이상의 긴 대를 대각선으로 하여 뗏장수초를 노리면 굵은 붕어가 낚인다. 수심은 1~1.5m. 동틀 무렵부터 오전 10시까지 조황이 좋은 편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에서 나와 태안 외곽도로에서 안면도 방면으로 좌회전. 7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안면교(연육교)를 지난다. 첫 번째 과속카메라를 지나 300m 정도 가면 왼쪽의 ‘안면암’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 파인힐펜션 표지판 따라서 2km 정도 들어가면 정당수로 최상류에 닿는다.

■전국낚시지도 166p B2  아이코드 899-590-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