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이틀 밤낚시 조과.  ▲ “사람들이 이 맛에 섬낚시를 오는군요” 처음 섬붕어 낚시를 즐긴 홍성 이형협씨의 조과.

물 빠진 둠벙에서 케미를 꺾자마자

곧바로 우리는 안좌도 대우리 둠벙으로 향했고, 비닐하우스 앞에 나란히 앉아 낚싯대를 폈다. 1천 평이 채 안 되는 각지형 둠벙인데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물색은 좋았으며 기온이 오르는 오후엔 큰 붕어들이 산란하는 듯 수면까지 떠올라 노는 모습들도 보였다. 우리는 1.5m 수심부터 40cm의 얕은 수심까지 새우와 참붕어를 골고루 꿰어 던졌다.

어둠이 내리고 케미를 꺾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입질이 왔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이형협씨가 움켜쥔 녀석은 8치 붕어. 참붕어를 물고 올라왔단다. 5분 정도 지난 뒤 나의 새우미끼에도 입질이 왔다. 9치, 7치, 월척까지 올라왔다. 녀석들은 참붕어, 새우를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이형협씨는 이미 섬붕어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새벽 4시쯤 40cm 수심에 던져놓은 4칸대에서 온 입질은 사뭇 달랐다. 옆으로 슬슬 끌고 가는 입질을 잡아챘다. 챔질과 동시에 느껴지는 묵직한 당길힘은 4짜에 가까운 씨알임이 분명했다. 순식간에 옆에 놓여 있는 찌 세 개를 넘어가며 짼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내 손아귀에 쥔 녀석은 37cm 붕어였다. 날 밝은 뒤 오전에도 두 마리씩 더 낚았지만 씨알은 크지 않았다.

▲ 2박3일 동안 월척 포함 40여 마리의 붕어를 낚은 대우리 둠벙. 비닐하우스 앞에 나란히 앉았다. ◀ 대우리둠벙 붕어들은 새우와 참붕어를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둘째 날 오후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람 없이 촉촉이 내리는 빗줄기는 밤새 그치질 않았지만 비속에서 이형협씨와 나는 주거니 받거니 번갈아 붕어를 낚아 올리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그날 밤 나는 34, 32, 31cm 외 준척 10마리를, 이형협씨는 33, 32cm와 역시 그만한 마릿수를 올렸다. 짜릿했던 이틀밤낚시의 추억을 간직한 채 육지로 나오는 길. 이형협씨는 덕분에 손맛을 만끽했다며 연신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올해 최고의 섬낚시 호황을 맛봤으니 내가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필자연락처 광천IC 대물야인(010-3767-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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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좌도에서 전하는 메세지

섬붕어 산란의 미스터리?

여러 해 섬낚시를 다녀도 육지처럼 붕어들이 일제히 산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따뜻한 기후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섬에는 수초가 연중 잘 자라 있고 한겨울에도 한낮의 기온이 영상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잦기 때문에 봄에 집단적으로 산란하는 내륙과는 달리 초겨울부터 봄철까지 나뉘어 산란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12월에 낚은 붕어들 중 배가 부풀어 오른 붕어가 많고 또 생식기에서 알이 흘러나오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어 대개 1월 중에 많은 붕어들이 산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올해는 2월 초순에도 알을 잔뜩 품은 붕어들이 목격되고 있어 12월과 1월에 잦았던 추위 때문에 산란이 늦어진 게 아닌가 추측된다. 극심한 갈수현상도 산란이 늦어진 원인일 수 있다. 따라서 예년의 기록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산란특수를 맞추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