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형 저수지에서 뜻밖의 겨울 호황

전북 순창에 이산지가 보물

5년 만에 낚시금지 풀린 붕어 소굴, 살얼음 깨고 던져도 찌 쑥쑥

겨울이면 얼음이 얼지 않는 해안가로 낚시꾼들이 몰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산간지방 순창에서 추위를 무색케 하는 호황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북 순창군 동계면 유산리에 있는 이산지가 5년 만에 낚시금지구역에서 풀렸는데 계절을 잊은 겨울 붕어들이 신나게 낚이고 있다.

▲ 이날 최대어인 29cm를 낚은 선종만씨(전주시청 근무)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산마을을 알리는 표석. 국도변에 있어 이 표석을 보고 진입하면 된다. ▲ 낚시도중 눈보라가 흩날리자 잠시 쉬고 있는 전주 낚시인들.

이산지는 농촌공사에 등록된 이름이다. 현지꾼들은 유산마을 이름을 따 유산지라 부르고 있었다. 이산지 소식은 이미 지난달 전주의 임병준(완산고 미술교사·전북미술협회장)씨에게 들었고 그때 부천꾼들과 한차례 찾은 적 있었다. 그러나 부천꾼들은 막상 저수지를 보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인근 임실의 소류지로 옮겼고 보기 좋게 황을 치고 말았다. 그때 이산지에서 낚시를 했더라면 아마 큰 재미를 봤을 것이다.
순창은 계곡지가 많은 지방이다. 따라서 대개 12월이 오기 전 물낚시는 마감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산지 만큼은 겨울 내내 붕어가 꾸준하게 낚여주고 있다. 임병준씨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덜 타고 햇볕도 잘 들어 수온이 높게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가을 상류 연안을 따라 준설작업을 마쳐 60~80cm에 불과하던 수심이 1~1.5m정도로 깊어진 것도 낚시에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아쉬움을 잊지 못해 임씨를 비롯한 5명의 전주꾼들과 함께 다시 이산지를 찾은 날은 12월 25일 성탄절 아침. 한 달 전과는 사뭇 다른 을씨년스런 추위가 취재팀을 맞았다. ‘이런 날씨에 과연 붕어가 물어줄까?’ 반신반의하며 도착한 이산지에는 그러나 10명이 넘는 낚시꾼들이 먼저 와 있었다.
알고 보니 이산지는 순창에서 월척붕어가 마릿수로 낚이는 유명낚시터로 명성을 떨치던 곳인데 5년 전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문제로 주민들이 낚시를 금지시켰다가 작년 가을에 낚시꾼들이 주민들을 설득하여 다시 낚시를 하게 되었다. 남원에서 왔다는 한 낚시인은 “낚시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낭보를 듣고 여러 번 이산지를 찾았다. 올 때마다 중치부터 준척까지 20~30마리 정도 낚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갈 곳 없는 한겨울에 이산지 같은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제는 쓰레기 문제 따위로 저수지가 묶이는 날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겨울철에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유형근씨가 취재당일 상류에서 취재팀이 낚은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 햇볕이 따스한 이산지 상류 우안 갈대밭 앞에 앉아 붕어를 기다리는 낚시인들. 취재당일 이곳에서 해가 떠 오른 직후부터 오후 늦은 시각까지 꾸준하게 붕어가 낚였다. 뒤편은 유산리 애산마을.

눈보라 속에서도 계속된 입질

그러나 낚싯대를 휘두르기 어려울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었다. 햇빛도 짙은 구름에 가려 악조건 상황. 제방에 앉아 바람을 정면으로 받고 있던 남원꾼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취재팀은 상류와 제방으로 나눠 자리를 잡았다. 임병준씨와 박정주씨는 우안 산 밑에 앉아 내림낚시를 시도하였고, 유형근씨 일행은 바닥낚시로 붕어를 노렸다. 날씨는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호전되는 듯했다. 구름 뒤에 숨어 있던 해가 나와 저수지를 환하게 비쳐주었다.
상류에서 묵묵히 낚시를 하고 있던 선종만씨(전주시청 근무)가 먼저 8치 붕어를 낚아 올리자 의기소침해 있던 취재진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방에 앉았던 유형근씨(전주시청 근무)와 김동근씨가 재빨리 선종만씨 옆으로 옮겨갔다. 수온이 빠르게 상승한 듯 상류에서는 연이어 입질이 이어졌다.
바닥낚시를 시도했던 유형근씨 일행은 오후 늦게까지 붕어 손맛을 만끽했다. 두세 차례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도 입질은 멈추지 않았다. 반면 내림낚시를 하던 임병준씨 일행은 강풍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선종만씨가 낚은 9치 붕어가 최대어였고 나머지 20여 마리는 5~7치였다. 한겨울에 짜릿한 마릿수 재미를 즐겼다.
1월 7일 유형근씨와 통화했더니 “12월 하순 일주일 동안 계속된 한파에 이산지는 2~3cm의 두께로 결빙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낚시꾼들은 얼음을 깨고 물낚시를 하고 있다. 우리도 신정 연휴 때 이산지 우안 산 밑에 앉아 얼음을 깨고 내림낚시를 했는데 4시간 동안 준척 붕어를 각각 한 마리씩 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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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이산지는?

1만2천평의 준계곡지로 수초가 없는 맨바닥이다. 상류는 1~1.5m, 중류는 2~3m, 제방권은 3~4m의 수심을 보인다. 우측 상류의 이장 논 앞에 낚시를 하지 못하도록 나뭇가지들을 늘어놓은 곳을 제외하고는 전 연안에서 낚시할 수 있다. 단골꾼들은 겨울에는 제방에서 주로 낚시를 즐기는데, 햇볕이 좋은 날에는 최상류에서도 잦은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글루텐을 이용한 내림낚시와 짝밥미끼의 바닥낚시를 주로 하는데, 내림낚시에는 마릿수가 좋고 바닥낚시에는 씨알이 굵다. 최상류 우안 갈대밭, 중류 좌안 군집된 나무 앞. 좌우안 산 밑이 주요 명당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