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먼 바다는 불야성
통영 갈치, 여수의 아성을 위협하다
국도 밖 20마일 해상에서 ‘5지’ 갈치 떼 잡았다!
통영 먼바다의 갈치배낚시가 본격 시즌을 맞아 씨알과 마릿수를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선두주자를 자처하는 여수권을 따라잡을 기세다.
| 조희동 알세도 홍보이사 |
“올해는 여수권보다 통영권 갈치낚시가 마릿수 면에서 우세해 이곳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통영을 찾는 갈치낚시꾼들의 말이다. 확실히 올해는 통영 갈치낚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다 갈치낚시 일번지를 자처하는 여수에서 통영으로 주도권이 넘어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갈치 출항지로 통영이 각광 받는 이유는 편리한 교통편이다. 부산경남에선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에서 내려올 때도 여수나 완도보다 통영이 가깝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대전에서 통영까지 불과 2시간 안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영시 산양읍 삼덕항은 경남 먼 바다 갈치배낚시의 제1출항지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어느 틈에 이토록 많이 생겨났는지 집어등을 설치한 갈치 전용선들이 저마다 출항을 서두르고 있었다. 대전시 갈마동에서 ‘원다낚시’를 운영하는 남상정씨는 당일 갈치 조황을 점치며 나름대로 자신을 내비쳤다.
“요즘 들어 갈치 조황이 아주 좋습니다. 우리 가게 손님들이 쿨러를 가득 채워 돌아가곤 합니다. 엊그제는 손가락 일곱 개 넓이의 칠지까지 올라왔어요. 아마 오늘 바람도 좋고 날씨가 좋아 좋은 조황이 기대 됩니다.”
▲ “이게 바로 통영권의 심해 갈치입니다.” 씨파크호 선주 손동일씨가 자신이 낚은 갈치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바늘 끝이 무디어지면 걸림이 원활하지 못하기에 낚시 도중 채비를 교체하는 게 유리하다.
4억5천만원짜리 갈치전용선 삼덕항에 등장
자가 타고 나갈 갈치전용선은 ‘씨 파크’호. 한 달 전에 진수한 4억5천만원짜리 최신형 10톤 갈치낚싯배다. 선주 손동일씨는 자신의 배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800마력 볼보 엔진, 자동항법장치와 어탐기 등 모든 전자기기들을 최신형 모델로 탑재했다고 한다. 선박 몰드 역시 선상낚시에 가장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선장은 자랑했다. 필자는 일본 남녀군도 출조 때 타보았던 ‘블랙-’ 시리즈의 일본 낚싯배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러나 씨 파크호를 보는 순간 “그래, 우리도 이제는 이런 수준의 낚싯배를 타고 낚시를 할 때가 된 거야”하고 나도 모르게 외쳤다.
드디어 오후 2시,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삼덕항을 빠져나간 씨파크호가 평속 20노트로 3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곳은 국도 20마일 밖 해상. 본래 모든 선상낚시 조과는 선장의 솜씨에 의해 결정되는 법. 연승 채낚기 어선 17년 경력의 이정곤 선장은 과연 오늘의 조황을 어떻게 이끌지 사뭇 기대된다.
현장에 도착한 선장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몇 군데를 찍어보더니 드디어 낙하산 모양의 물닻을 내렸다. 영어로 씨앵커, 또 물풍이라고 부르는 이 기구는 물속에서 조류를 받아 팽팽하게 펴지면서 엔진을 끈 낚싯배를 조류가 이끄는 대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이때 낚싯배는 조류와 똑같은 속도로 끌려가기 때문에 80m나 100m 등 아무리 깊은 심해까지 낚시채비를 내려도 수직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에 낚시가 가능한 것이다.
어느덧 낚싯배와 물닻을 연결한 로프가 탱탱하게 연결되자 선장의 지시가 떨어진다. “자, 이제 낚시하세요!”
“미끼에 잔뼈 붙어 있으면 갈치 입질이 까다롭다”
미끼는 냉동 꽁치. 배에서 제공하며 미끼로 달 때는 낚시꾼 스스로 잘라서 써야 한다. 냉동 꽁치의 포를 뜰 때는 등뼈는 물론 뱃살 부분의 잔뼈도 제외한 살부분만 떠서 미끼로 써야 한다고. “꽁치 미끼에 잔뼈가 있으면 갈치의 입질이 까다롭습니다.” 고참꾼들의 말이다.
갈치낚시는 전용장비가 수적이다. 갈치 전용 낚싯대와 전동릴을 사용하는데 값비싼 전동릴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겐 낚싯배에서 1~2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해준다. 바늘채비 역시 배에서 제공한다. 낚시가 서툰 사람에겐 가이드가 직접 채비까지 묶어준다. 그러니 보자라도 갈치배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갈치채비의 바늘은 보통 6개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도 사용한다. 각 바늘에 꽁치 포를 일일이 꿴 다음 80호 봉돌을 달아서 채비를 내린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한꺼번에 빠른 속도로 내리지 말고 가끔씩 채비를 잡아주어서 되도록 채비가 수직으로 내려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지 을 경우 옆 사람의 채비와 엉키기 쉽다.
갈치낚시는 수심이 아무리 깊어도 일단 바닥까지 채비를 내린다. 그런 다음 전동릴의 엑슬레버 버튼을 눌러 천천히 감아서 올라오도록 조작한다. 그러면 깊이 있던 갈치들이 따라 올라오면서 미끼를 공격하는 것이다. 올라오는 도중 “타닥”하는 입질이 들어오면 재빨리 전동릴의 엑슬레버를 눌러 멈추고 수동으로 천천히 감아올리면서 다른 바늘에도 입질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기술에 따라 조과 차이가 난다.
▲ 12 씨알 좋은 심해 갈치. 날카로운 이빨이 인상적이다. ▲ 은빛 찬란한 심해 갈치. 씨파크호 이정곤 선장의 솜씨다.
▲ 최근에 진수한 먼 바다 갈치전용선인 씨파크호.
통영 갈치낚시 시즌은 12월까지
조황은 대박이었다. 채비를 담그자마자 4지~5지 넓이의 은빛 갈치가 줄줄이 낚여 올라와 배 위는 삽시간에 수협 위판장을 방불케 했다. 집어등의 열기와 꾼들의 땀냄새가 어우러져 가을 밤바다의 냉기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비록 ‘칠지’는 낚지 못했으나 여수 먼 바다나 제주도까지 가지 고도 멋진 대형 갈치들을 실컷 낚을 수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갈치는 이빨이 날카롭고 요동이 심하다. 갈치가 뱃전에 올라오면 왼손으로 갈치의 뒷덜미 부분을 강하게 바짝 붙잡는다. 그런 다음 입에 걸린 바늘의 목줄을 잡고서 강하게 잡아 당겨 머리가 뒤로 꺾이게 하면 갈치는 바르르 떨다가 바로 즉사한다. 이 방법을 터득하면 바늘을 안전하게 빨리 뺄 수 있고 비늘도 벗겨지지 는다. 낚은 갈치를 쿨러에 담을 때는 반드시 얼음 위에 갈치를 놓는다. 만약 잘 냉장한답시고 갈치 위에 얼음을 덮으면 얼음 녹은 물이 흘러서 갈치 특유의 투명한 은빛이 사라지고 허옇게 변한다. 애써 낚은 갈치를 볼품없는 시장 갈치로 만드는 것이다.
참고로 통영권 갈치낚시 시즌은 12월 말까지 이어지며 낚싯배는 매일 오후 3시 출항, 동이 튼 후 철수하는데 아침 삼덕항에 돌아오면 대개 아침 7~8시 사이가 된다. 1인당 뱃삯은 18만원선.
■조황문의 통영 삼덕 씨파크호 010-8600-7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