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내가 王 ④

김용화의 통영 매물도

| 김용화 |
◆1962년 서울생
◆거제 태조낚시 대표
◆리빙TV 바다낚시 전문위원
◆바낙스, 휴락, 다모 필드스탭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매물도는 당금마을이 있는 대매물도, 대항마을의 소매물도, 최남단에 위치한 등대섬으로 구성된다. 대매물도와 소매물도는 내해권의 조건을 띠고 있지만 제일 남쪽에 있는 등대섬은 조류의 흐름이 강력하고 수심이 깊어 원도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 기암절벽의 풍광이 아름다워 관광지로도 유명한 소매물도와 등대섬(좌). 4~6월은 대형 참돔과 4짜급 벵에돔이 출몰하는 시기여서 꾼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지척에 있지만 20년 전만 하여도 갯바위꾼들이 정말 찾아가기가 힘들었던 섬이 매물도다. 기껏해야 통영에서 정기 여객선을 타고 들어간 다음 도보로 갈 수 있는 마을 주변의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힘들게 현지 어선을 섭외해서 갯바위 진입을 시도해 봐야 현재 이름난 포인트들은 물길이 험해서 배를 제대로 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거제도에서 운행하는 전문 낚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포항에서는 전문 낚시선의 이름을 걸고 운행하는 방주호(선장 양정남) 외 몇 척이 있었지만 요즘의 낚시전용선과는 달리 배가 3톤 정도로 작고 엔진의 힘이 부족하여 밤중에 높은 파도라도 일어나면 철수에 속수무책이라 제대로 된 포인트에 내리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던 것이다.

한때는 상륙이 하늘의 별 따기였던 섬

낮에는 파도가 잔잔해 손님을 갯바위에 내려놓고 다음날 오전에 데리러 오겠노라고 해놓고 마을로 되돌아왔으나 밤사이 폭풍주의보가 터져 10톤 가량의 큰 어선을 다급히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구조해 나왔던 일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 낚시선은 크고 엔진의 힘이 좋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당시에는 휴대폰이 없고 기껏해야 삐삐 정도가 최신기기다 보니 연락은 두절되고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전부인 때였다. 절벽을 높게 쳐올리는 파도 사이에서 살림망 로프를 갯바위와 몸에 묶고 버티는 낚시인들을 발견하고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덩치만 클 뿐 엔진이 약한 어선으로 구조했던 상황은 지금은 추억이라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악몽이었다.
옛날 이름 높았던 명선장들은 대부분 은퇴하여 기억 속에 사라져갔지만 이들이 개척해놓은 갯바위를 전문적으로 운행하는 낚시선들이 각 포구마다 즐비하여 경쟁을 하게 되고, 꾼들은 입맛대로 단골 선장을 정해놓고 출조할 정도로 세태가 바뀌었다. 또 시즌만 되면 매물도만 전문적으로 운행하는 낚시선도 셀 수 없을 정도요 요즘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 두룩여 전경.

▲ 남단여 높은자리

통영시에 속하지만 거제도 배들의 출조권

매물도는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가 행정구역이지만 거제도에서 가까워 대다수의 낚시인들이 거제도를 거쳐 진입한다. 거제도 본섬에도 포인트가 즐비하여 좀처럼 멀리 나가지 않는 거제꾼들에게 매물도는 원도권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거제 저구항에서 낚싯배로 20~25분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먼 섬은 아니다. 같은 매물도라 하여도 대매물도와 소매물도는 내만권과 조건이 비슷하여 벵에돔과 감성돔, 볼락 위주의 일반적인 낚시 포인트가 형성되지만 등대섬은 조류의 흐름이 강력하고 수심이 깊어 부시리, 대형 참돔 등이 낚이는 원도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포인트가 외해를 바라보는 남동쪽을 향해 있기 때문에 동풍이 불 때는 조황이 저조하지만 서풍에는 대박사태를 이루어 봄철 자리다툼이 치열해지는 곳이다. 
3~5월엔 대형 참돔, 5~10월엔 벵에돔과 중형 참돔이, 그리고 9~11월엔 부시리, 잿방어, 점다랑어 등 회유성 어종들과 11~2월에는 대형 감성돔이 차례로 낚인다. 

봄철은 대형 참돔 빅 시즌

3월에서 6월까지가 대물참돔 시즌으로 이 시기에는 몇몇 특급 포인트에서만 낚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리싸움이 치열해진다. 대표적인 대물참돔 포인트는 등대섬의 두룩여, 촛대바위, 남단여와 대매물도의 물통여가 있다. 6월 하순에 장마가 시작되면 포인트는 매물도 전체로 확대되고 본격적인 참돔 시즌을 맞지만 쿨러가 묵직해질 정도로 마릿수가 좋은 대신 씨알은 25~40cm급이 주종으로 초반보다 잘아지는 특징이 있다. 마릿수 시즌은 10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매물도는 거제도에 인접해 있지만 대부분의 포인트가 남동쪽으로 형성되어 있어 동풍이 불면 제대로 된 포인트는 내릴 곳이 없어진다. 이런 이유로 샛바람이 있을 때는 매물도 출조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며 낚시선들도 내만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대물참돔은 한낮에 어신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해거름과 동틀 무렵에 입질이 집중되는데, 특히 새벽녘에 들어오는 강력한 어신은 피곤해진 몸을 추스를 틈도 없이 그대로 끌고 들어가 터지는 일이 잦으므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대물을 노리기 위한 기본적인 장비와 채비는 3호 이상의 릴대에 원줄 6호, 목줄 5호 이상이 되어야 하며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낚시인들은 그 이상의 목줄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5호 목줄을 사용하다 저항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터트린 후 8호 목줄을 써보지만 입질은 더디기만 하고 다시 5호 목줄로 상대하다 여쓸림에 당하는 일도 대물시즌에는 흔한 일이다. 미끼로는 잡어의 성화에 대비하여 참갯지렁이나 게를 쓰는 사람도 있으나 크릴이 압도적이다. 
매물도로 출조하는 선박은 대포, 저구, 근포항에서 출항하며 출조비는 1인당 3만원씩이지만 인원이 맞지 않을 경우 25만원에 대절하거나 아예 출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예약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 필자연락처 055-635-7444, 010-4850-2114

교통편
●낚싯배
대포 미래호 : 055-632-1685, 010-3583-5544  강판돌
저구 파트너 : 055-633-9575, 011-572-5323   김장진
근포 통영바다호 : 055-633-0357  김기창 
●여객선
저구항에서는 ‘매물도구경호’가 매물도 당금항까지 1일 4회 운행하며 선비는 왕복 18,000원이다. ☎문의: 055-633-0051, 1688-1317, 018-587-7626 (출항시간  저구항 발  - 08:30,  11:00,  13:30,  15:30   

어드바이스

매물도 봄낚시 출조 원칙 4

1. 사용하지 않더라도 고부력의 찌는 준비해두자
매물도는 거센 조류를 직접 받는 곳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채비가 요구된다. 많은 사람이 진입하는 곳이라 내가 원하는 자리에 꼭 내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포인트에 따라 3~5호의 고부력찌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현장에 맞는 채비를 준비하지 못하여 좋은 물때 다 놓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여건에 따라 준비해간 고부력 채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없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2. 대상어종을 미리 선택하자
포인트에 따라 어종 변화가 심하다. 대매물도는 벵에돔과 감성돔, 중치급 참돔 위주의 낚시를 즐겨하지만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난류성 어종의 출현이 잦으므로 그에 따르는 채비가 준비되어야 한다. 요즘은 바다 상황이 많이 변화하여 사계절 벵에돔을 노리는 꾼들이 많다. 빵가루 위주의 밑밥과 0.8호대에 1호 목줄의 경량급 채비로 공략하기도 하고, 다른 포인트에서는 엄청난 힘으로 설쳐대는 대물참돔과 부시리를 겨냥하여 6호 원줄에 5호 목줄을 장착한 대물 전용대를 뽑아들기도 한다.
3. 밑밥의 양이 조과를 좌우한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특성상 대상어종을 모으려면 내만권 낚시보다 많은 양의 밑밥을 투여할 수밖에 없다. 불러 모은 고기를 내보내지 않고 장시간 묶어두는 것도 역시 밑밥이 좌우한다. 매물도에 낚시점이 없고, 철수선도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기 때문에 밑밥이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밑밥을 준비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다. 잡어의 성화에 대비한 게와 민물새우, 청갯지렁이 등 딱딱하고 질긴 미끼도 챙겨두는 것이 좋다.

4. 비박낚시에는 반드시 퇴로를 확보해라
매물도는 동풍과 남풍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다. 이런 바람이 불어오면 십중팔구 주의보가 떨어진다. 비박을 생각할 때는 낮은 여에 하선을 삼가야 하며 절벽지역도 퇴로가 확실치 않을 경우 무조건 피해야 한다. 바람의 영향이 아니라도 사리물때에는 만조 전후로 높은 파도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물통여나 벼룩여 같이 높지 않은 곳은 가급적 하선을 삼간다.

봄철 대형 참돔 명당 소개

두룩여 

그림에서 보이는 ① ② ③ ④번 자리를 통틀어서 두룩여 치끝 일대라 부른다. 낚시 적정인원은 ①번 2명, ②번 2명, ③ ④번 1명씩 해서 6명 정도가 적당하다. 조류는 들·날물 관계없이 화살표 방향으로 흐르는데 들물에는 완만하고 날물이 거세지는 것이 특징이다.
①번 자리 - 70~80cm를 넘나드는 큰 씨알의 참돔들이 자주 출몰하는 자리이다. 발밑수심은 14~15m이고 갯바위에서 10~20m 정도 멀어지면 18m~25m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수심 차이를 보인다. 밑밥은 ②번 자리 쪽으로 발밑 가까이 투척한 후 채비는 3~5호에 반유동으로 수심 18~20m 주고 조류가 난바다 쪽으로 꺾여 나가는 지점에 투척하여 밑밥과 함께 본류대를 태워 멀리까지 탐색하여야 한다. 주로 입질은 30m 안쪽에서 오지만 간혹 조류 따라 멀리 흘러가다 ④번 자리 방향으로 돌아서며 50m 이상 흘러가서 입질이 올 때도 있다. 이 자리는 초들물이나 초날물에 잠깐 호황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②번 자리 - 너울이 심할 때는 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갯바위 발판이 경사져 있으므로 다소 미끄러운 곳이다. 발밑 가까이 품질한 후 다소 가벼운 채비(1~2호)를 사용한 반유동으로 수심 14~15m를 주고 전방 20m 정도에 원투하면 채비가 가라앉으면서 발밑으로 밀려오다 ①번 자리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이때 입질이 자주 들어온다.
③ ④번 자리 - ②번 자리 쪽으로 공략할 때는 발밑 가까이 밑밥을 품질한 후 ①번 자리 쪽으로 흘려서 입질을 받는다. 그러나 ④번 자리에서 왼쪽으로 공략할 경우는 뒷면 골창 쪽에서 나오는 조류와 앞면 ①번 자리 쪽에서 흘러오는 조류가 만나는 지점을 노려야 한다. 수심은 12m 가량인데 발밑에는 수중여가 많아 다소 채비 걸림이 생기므로 왼쪽으로 10m쯤 원투하여 가라앉힌 후 흘리는 것이 좋다.    

남단여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 두 곳으로 나뉜다. 동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 너울이 심할 때는 낮은 자리에 물이 넘기 쉽고, 배를 대기에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들물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물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정하게 흐른다. 이곳은 조류가 적당하게 흐를 때보다 본류가 거세어 5호찌로도 낚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때 발밑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발밑 포인트는, 들물 때 본류가 흘러가는 20m 전방 안쪽으로 지류대가 형성되며 지류는 다시 커다란 원을 그리게 되는 지점을 말한다. 원거리 공략에서 잡아내는 참돔은 크다 해도 5짜 정도인데 반해, 7짜 이상의 대물은 사리물때 들물 시간에 근거리에서 집중적으로 낚인다. 채비는 본류 쪽으로 닿게 되면 거센 조류에 떠오르기 때문에 뒷줄을 잡았을 때 쓸려가지 않고 발밑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 2~3호 정도의 고부력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