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호황
가거도 영등감성돔 만개
황해 먼바다 벚꽃감생이로 물들다
| 글 사진 전진호 광명 신신낚시 가이드 |
가거도가 봄을 맞아 연일 호황이다. 가거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영등철(음력 2월, 양력으로는 3~4월)이면 감성돔이 떼로 낚이곤 하는데, 외부에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성건여 음지다래에서 낚은 55cm 감성돔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서동렬씨.
재작년인 2008년 4월 초순 가거도에서 황민호씨(하남 호반낚시 가이드) 일행이 45cm 이상의 굵은 씨알을 마릿수로 낚아 본지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올해는 광명 신신낚시 일행들이 3월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가거도를 찾아 또 한 번 떼감성돔을 낚았다는 소식을 전해오며 다시 한 번 가거도 영등감성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알고 보니 전진호씨와 회원들은 지난 초겨울부터 겨우내 출조를 강행해오고 있었으며 7~8도의 낮은 수온에서도 감성돔을 마릿수로 낚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전진호씨는 “2년 동안 봄(4월) 뿐만 아니라 겨울철 내내 감성돔이 낚인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였다. 가거도를 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광명 신신낚시 가이드 전진호씨의 가거도 출조기다.<편집자 主>
사나흘 동안 이어진 주의보성 강풍에 발만 동동 굴리다 어느 정도 바람이 가라앉은 3월 26일 저녁 드디어 6명의 손님과 함께 목포로 향했다. 우리는 물색이 좋은 날을 골라 겨울철 내내 출조하여 좋은 조과를 올려 왔다. 3월 마지막 주말 살아나는 물때에 맞춰 출조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기다렸던 것인데 계속된 강풍에 출조가 무산될까봐 마음을 졸였던 것이다. 보름 전에도 우리 팀은 살아나는 물때에 가거도를 찾아 발길 닿는 곳마다 6~7마리씩 감성돔을 낚으며 손맛을 톡톡히 보고 돌아왔다. 이제 시간이 갈수록 수온이 오르는 상황이이서 모두들 기대에 찬 모습이다.
다음날 27일 새벽, 식사를 한 뒤 오전 8시 동양골드호에 몸을 실었다. 지금 시즌에는 가거도를 찾는 꾼들이 거의 없어 낚싯배 운항은 하지 않으므로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400명 정원의 대형 쾌속선엔 겨우 20명 안팎의 손님이 타고 있을 뿐이었고 낚시꾼이라고는 우리 일행 외에 3구로 간다는 6명이 전부였다. 연일 호황에도 불구하고 이맘때 가거도를 찾는 낚시인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니 정말 아이러니다. 이토록 손님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가거도까지 우리를 데려다주는 쾌속선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이맘때 손님들을 모시고 가거도를 찾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그중 작년과 올 겨울 조황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특히 작년부터 겨울 시즌 내내 낚시를 시도해 큰 성과를 올렸다. 대개 2월 중순 이후면 뻘물이 유입되는 탓에 대부분의 가거도 단골꾼들은 출조를 포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물색이 맑아지는 조금부터 6물까지 살아나는 물때를 골라 계속 출조를 강행했고, 그 결과 7~8도의 극히 낮은 수온에서도 감성돔이 낚인다는 것을 확인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올해도 겨울 내내 손님들을 모시고 출조를 계속했다. 다행히 북서풍보다 남서풍이 잦아서 그런지 사리 전후를 제외하고는 물색이 좋은 날이 많아 우리 팀은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 1구의 명당 오구멍여. 전방에 살짝 보이는 여로 썰물 조류가 흘러갈 때 여에 채비를 붙여주면 쏙 빨고 들어간다.
◀ 첫날 5짜 두 마리가 낚인 성건여 음지다래.
입성 첫날 성건여에서 50, 55cm
출조 전부터 손님들에게 가거도 조황을 장담했지만 며칠 동안 계속된 강풍에 행여나 물색이라도 탁해져 있을까봐 여객선에서 내심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가거도에 도착해 물색을 보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감성돔낚시에 딱 좋은 물색을 보이고 있어 나부터 흥분이 밀려왔다.
12시 반 가거도항에 도착한 쾌속선에서 내리니 한보호 임성식 선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한보장에 짐을 풀었고 허겁지겁 식사를 한 뒤 포인트로 향하기 위해 한보레저호에 올랐다. 지난 3월 초순에 임 선장이 새로 구입한 10톤급 한보레저호가 쌩쌩 바다를 가르며 달렸다. 5톤짜리 어선 한보호를 탈 때는 속도가 굼벵이처럼 느려 다른 배에게 좋은 포인트를 뺏기기 일쑤였고, 갯바위에 내리고 탈 때도 내심 불안했는데, 최신형 한보레저호를 타고 달리니 손님들까지 아주 좋아했다.
갯바위는 텅텅 비어 한적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돌았다. 불과 두 달 전 새벽마다 벌여야 했던 자리쟁탈전이 꿈만 같다. 주의보 뒤끝이라 아직 너울기가 남아 있어 안전에 유의하며 하선을 했다. 2구 앞 성건여와 깨밭밑 쪽에 2인1조로 내려주고 난 서울꾼 구기삼씨와 1구 앞면에 있는 해상동굴 포인트에 내렸다.
오후 2시경 물때는 중썰물, 조류도 잘 가고 물색도 좋은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입질은 없었다. 기삼이에게 수심을 좀 줄여 발밑을 공략할 것을 권했고, 바로 발밑에 채비가 정렬되자마자 밑걸림처럼 스르르 찌가 잠겼다. 기삼이가 채비를 거둬들이는데 마침 낚싯대가 활처럼 휜다. 감성돔이 발밑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빨리 채비를 거둬 발밑에 붙였다. 그러나 입질이 예민해서인지 헛챔질 연속. B봉돌을 목줄에 추가해 최대한 예민하게 해주니 그때서야 살짝 가지고 간다. 철수 때까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40~45cm급 4마리를 낚았고 5마리를 놓쳤다.
다른 일행들도 비슷한 형태의 입질을 받았다며 깨밭밑에서는 5마리가 낚였고, 성건여 음지다래에서는 2마리가 낚였는데, 두 마리 모두 5짜 감성돔이었다. 김계현씨는 50m를, 서동렬씨는 55cm급을 낚아 부러움을 샀다. “역시 성건여야!” 대물감성돔을 본 회원들이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성건여 음지다래는 서동렬 회원이 겨우내 네 번 내려 모두 10마리의 5짜급 감성돔을 낚아낸 대물 명당이다.
입성한 첫날은 5짜 감성돔이 낚이긴 했지만 마릿수가 적어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역시 가거도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둘째 날 마릿수가 쏟아진 것이다. 오전 들물에 천안의 주영철씨와 함께 내린 큰 깨밭밑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오후에 옮겨간 썰물 명당 오구멍여에서 4시간 동안 모두 34마리의 감성돔을 낚아낸 것이다. 오구멍여는 비단 이날뿐만 아니라 겨울 동안 네 번 정도 떼고기 조과를 연출해 낸 경험이 있어 이날도 내심 기대를 했던 곳이다.
▲ 이제 팔이 아파 낚시를 못하겠어요.” 천안의 주영철씨가 오구멍여에서 필자와 함께
낚은 감성돔을 펼쳐놓고.
오구멍여, 오후 4시간 동안 34마리 타작
그러나 이날도 입질은 여전히 약해 바늘이 벗겨지고 터진 것만 해도 10마리가 넘었으니 과연 ‘물 반 감성돔 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성건여에 내린 두 팀도 각 4마리와 8마리를 낚았는데 5짜는 보이지 않았다.
둘째 날의 성과에 힘입어 들떠 있던 회원들은 다음날 아침 물색을 보고 실망하고 말았다. 사리 때에 맞춰 뻘물이 유입되기 시작하여 하루 만에 물색이 확연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 속에서 김계현, 서동렬씨가 오구멍여에서 4마리, 나도 오구멍여 옆 진무덕에서 3마리를 낚았다. 다음날 오전은 출조를 포기하고 점심때 들어온 쾌속선을 타고 목포로 나왔다.
우리 팀이 겨우내 마릿수 조과를 올린 대표적인 곳들을 꼽아보면 1구의 오구멍여, 솥퉁이여, 해상터널, 윗멀둥개. 2구는 성건여, 깨밭밑 정도다. 3구에도 명당들이 많지만 가까운 곳에서 잘 낚이다보니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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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봄감성돔 언제까지 낚이나?
가거도 감성돔은 물색이 받쳐주는 한 5월 중순까지는 계속 낚인다. 그 후에는 마릿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목포에서 쾌속선이 매일 1회 운항하고 있어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다. 정확해진 일기예보는 가거도 출조를 한결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 필자는 일본의 해상일기예보를 보는데 일주일 앞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가거도는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매일 아침 8시 남해스타호(짝수날)와 동양골드호(홀수날)가 번갈아가며 출항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으로 뱃삯은 편도 1인 55,300원. 현지 가거도 숙박비(뱃삯, 식비 포함)는 하루 7만원이다.
쭗취재협조 가거도 한보장민박(011-631-5413), 남해고속(061-244-9915~9916), 동양고속(061-243-2112)
쭗출조문의 광명 신신낚시(02-2617-2800)
●가거도 영등감성돔 낚시패턴
피크는 3월 말이다. 수온이 10도를 회복하게 되는 이때 떼감성돔 사태가 종종 벌어진다. 나이 많은 어부들의 말에 따르면 “벚꽃이 필 무렵 감성돔이 산란을 하기 위해 떼로 수면 가까이 떠오르거나 연안 가까이 붙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겨울철 내내 낮은 수온에서 취이활동을 하지 못하던 감성돔들이 영양 보충을 위해 먹잇감이 많은 연안으로 몰려들고 입질이 활발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봄낚시의 매력은 잔잔한 바람과 장판 같은 수면이다. 그러나 수온은 낮은 상태라 감성돔의 입질이 약다. 반유동채비의 목줄에 봉돌을 더 물려서 미끼를 안정시키고 찌의 잔존부력을 줄여야 헛챔질을 막을 수 있다.
감성돔 포인트는 초등시즌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혹자는 ‘조류 소통이 적고 깊은 수심대가 영등포인트’라고 하는데, 반대로 조류 소통이 좋은 4~8m 수심의 여밭에서 더 많은 감성돔이 낚인다. 또 영등철하면 대부분 대형 감성돔을 떠올리는데 이곳 가거도는 씨알보다 마릿수가 강점이다. 임성식 선장은 “1구 앞면의 경우 마릿수가 뛰어난 반면 2구와 3구 쪽은 전반적으로 굵은 씨알이 낚인다”고 말했다.
●영등철엔 수온보다 물색이 조과 좌우
가거도가 2~3월에는 저수온과 뻘물 때문에 낚시가 되지 않는다는 그간의 통념은 잘못이다. 조금을 지나 살아나는 물때엔 물색이 맑은데 그 시기를 노리면 감성돔이 잘 낚인다. 2~3월의 가거도 수온은 7~8도까지 떨어지지만 사는 물때에 감성돔이 몇 번 마릿수로 낚였다. 임성식 선장은 “10여 년 전부터 가거도 단골꾼들 중 몇몇이 영등철 감성돔낚시를 시도해 오고 있으며 심심찮게 떼고기 조황을 연출해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낚시인들은 봄철에 남해 내만에서도 감성돔이 잘 낚이기 시작하면 굳이 가거도까지 오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 가거도 인근에 있는 태도와 만재도에서도 영등철 감성돔낚시가 가능할까? 하태도 박상두 선장과 목포 만재이선장낚시 최종윤 사장은 “태도나 만재도는 2월과 3월에는 뻘물이 심해 낚시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조금을 전후해서 간간이 물색이 돌아오는 때가 있기는 하지만 수온이 많이 떨어져 감히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거도에서 7~8도의 수온에서 감성돔이 낚인다면 이곳에서도 물색이 좋은 날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이 있다. 포인트 주변에서 간간이 그물에 감성돔이 4~5마리씩 걸려나오는 것을 볼 수 있어 저수온에도 불구하고 얕은 물속에서도 감성돔이 떠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