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성훈낚시 회원들의 야영낚시 도전기

두미도 참돔과 좌충우도로 2박 3일

5호 목줄 절단 내는 괴물들, 나중엔 모두 ‘입질 공포증’

|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용인 성훈낚시 김종천 사장으로부터 ‘출조하자’는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장소는 두미도였다. 김종천 사장은 “내가 알기로는 나무여 등 통영의 참돔낚시가 별 소식이 없어 대체로 시즌이 늦춰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두미도에 대형 참돔이 난립하여 손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선장의 말을 듣고 갑작스럽게 출조 준비를 하고 있다”며 “최대한 강한 채비를 준비해오라는 선장의 엄포에 지금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  용인 성훈낚시 회원들이 첫날 고래등과 새끼섬 주변에서 낚은 참돔과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천, 최중근, 이강석, 예병춘. 

5월 30일 저녁 7시 용인을 출발한 취재팀은 밤 11시가 지나 경남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에 있는 골드낚시점에 도착했다. 골드낚시 이종기 사장과 최건영 선장이 반겨주었다. 이종기 사장은 고성 스피드피싱랜드 이종석 사장의 동생으로 3년 전 골드낚시를 개업했다.
“우리 단골손님들이 바통터치를 하며 거의 한 달째 파먹고 있는 참돔 명당에 내려주겠다”던 최건영 선장은 두미도 남동편에 있는 용머리에 닿자 취재팀을 불렀다. 그런데 두 팀으로 나눠 내리라고 한다. 발판이 사나워 전원이 내릴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팀은 먹을 것을 미리 나누지 않아 두 팀으로 나눌 수 없었다.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그 자리를 다른 손님에게 양보했다. 
그런데 다른 포인트도 마찬가지였다. 참돔이 낚이는 포인트는 전부 비좁아 4명이 한꺼번에 내릴 곳이 없었다. 결국 나는 이강석, 예병춘씨와 함께 청석 새끼섬과 삼각여 사이의 본섬에 하선했고, 김종천, 최중근 사장은 서쪽 돌무너진 곳을 돌아 ‘고래등’이란 곳에 내렸다. 

거는 족족 터뜨리니 이게 무슨 망신?

“새벽에 입질하니까 해 뜰 때까지 쉬지 말고 낚시를 해야 합니다.” 선장의 말에 야간낚시 채비를 한 우리는 나란히 서서 채비를 흘렸다. 수심은 10~13m정도로 적당했고 아홉물인데도 조류는 생각보다 느릿하게 흘렀다. 조류가 들물로 바뀌자 방향을 돌려서 삼각여로 흐르던 기자의 붉은 전지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찌밑수심 10m. N,S 알바트로스 1.5호대가 활처럼 휘었다. 그러나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대 끝이 하늘로 치솟았다. 3호 목줄로 가볍게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5호 목줄로 바꿔 다시 흘렸다.
두 번째 입질은 예병춘씨에게 왔다. “왔다!”하는 외침과 함께 2호 릴대가 고꾸라지더니 부러질 듯 가련한 소리를 낸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대물급들이었고 옆으로 째는 게 아니라 벵에돔처럼 밑으로 파고들었다. 예병춘씨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었고, 이번에도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그 뒤 잠시 고요가 흘렀다. 노대도 뒤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 우리는 전부 5호 목줄로 바꿔 묶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다시 예병춘씨 낚싯대가 휘어졌다. 목줄을 바꾸길 잘했지! 이윽고 첫 마수걸이 참돔이 수면에 떠올랐는데 기대감에 차 있던 우리는 다소 실망했다. “씨알이 크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힘이 좋은 거야?” 50cm를 갓 넘긴 참돔이었다.
같은 시각 취재팀 우측 삼각여에 혼자 내렸던 부산꾼 박승진씨도 한 마리를 터트린 뒤 50, 55cm급 두 마리를 연이어 올렸고, 이강석씨와 나도 비슷한 씨알을 연달아 낚았다. 한바탕 숨 가쁜 열전을 치르고 나니 입질이 끊어졌다.
그때 고래등에 내렸던 김종천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렇게 힘 센 참돔은 난생 처음이라며 첫 고기는 대를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터뜨리고 난 뒤 55cm 감성돔과 45cm 참돔 두 마리를 낚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우리뿐만 아니라 아침 초들물에 두미도 전역에서 참돔이 떼로 붙어 곳곳에서 꾼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한다.
점심 철수 때 보니 7~8곳 포인트에서 30여 마리의 참돔이 낚였다. 야영낚시인들이 낚은 참돔은 선장이 모두 수거하여 가져갔다. 낚시점으로 가져가 일일이 피를 뺀 뒤 급냉을 시켜 보관한다는 것이다. 대단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더운 여름날 뜨거운 갯바위에서 보관을 잘못해 썩혀버린 참돔이 어디 한둘이던가.

▲ 두미도 삼각여 주변도 매일 참돔이 쏟아졌다.

“사진 찍기 전엔 절대 썰어 먹지 마세요”

오전 11시경 골드호가 다가와 새로 들어온 손님을 철수하는 낚시인과 교대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포인트를 뺏기기 일쑤입니다.” 두미도의 참돔 호황 때문에 선장들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내가 조황 사진을 찍으려하자 선장이 “기자님, 절대로 갯바위가 보이지 않게 촬영을 부탁드립니다”하고 부탁할 정도였다.
둘째 날 취재팀은 낚을 만큼 낚았으니 편하게 즐기자는 뜻에서 모두 한 자리에 내리기로 했다. 선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동쪽으로 돌아가 구전마을 남구방파제를 지나 ‘문수자리’란 곳에 내려주었다. 부산의 김문수씨가 여기서 재미를 봤단다. 선장은 배를 빼면서 “김 사장님, 나중에 조황 사진을 찍어야 하니 참돔을 낚으면 절대 썰어 드시면 안 됩니다. 말 안 들으면 다음번엔 국물도 없어요”하고 엄포를 놓는다. 김종천 사장과 일행들은 낚는 즉시 회를 떠먹는 게 일상화되어 있어 인터넷에 조황사진을 올려야 할 선장으로선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불안했던지 첫날 야영하며 낚은 참돔을 모두 수거해갔고 맛없는 5짜 감성돔만 남았다. 김 사장이 썰어먹지 말라는 말을 들을 사람인가. 내리자마자 칼과 도마부터 꺼낸다. “자, 갯바위에서 싱싱할 때 먹어야 영양가가 모두 살로 가는 겁니다.”
이날 오후 썰물 때는 최중근씨가 낚은 40cm급 참돔 한 마리가 전부였고 밤낚시에도 입질을 받을 수 없어 일찌감치 잤다. 다음날인 6월 1일 아침, 갯바위에서 밥을 해먹고 나니 참돔을 부르는 들물이 받혔다. 이곳 수심은 대략 15m. 남구방파제 쪽에서 삼천포 방면으로 뻗는 조류에 기대했던 참돔 입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13m 수심만 맞추면 여지없이 빨고 들어갔다. 모두 튼튼한 채비로 무장하고 덤볐지만 이날도 돌아가며 한 마리씩 터트렸다. 참돔이 대부분 직벽에 붙어서 입질하는 바람에 여쓸림을 피하기 어려웠다. 낚아낸 참돔은 40~60cm급. 처음에는 뜰채를 대다가 나중엔 들어뽕. 들어올리다 두 마리는 떨어졌다. 순식간에 아홉 마리가 나뒹굴었다.
김종천 사장이 “도저히 안 되겠어요. 거는 족족 다 터트려버리니 이제부턴 걸자마자 드랙을 주어서 멀리 빼냈다가 끌어내는 방법을 강구해봅시다.” 모두 김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5분도 안 되어 최중근씨가 또 입질을 받았다. “좀 늦춰요! 김 사장님 늦춰주라니깐.” 그러나 이번에도 참돔은 낚시꾼의 채비를 터트리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최중근씨는 “말이 쉽지 늦춰준다는 게 어디 그게 쉽나요?”하며 이마를 훔쳤다. 잠시 뒤 골드호가 다가왔고, 최 선장은 씨알을 보더니 “오늘도 다 터뜨렸나 보군요”하며 참돔을 수거해갔다.

▲ “분홍빛 체색이 정말 예쁘죠?” 용인의 예병춘씨가 바다의 여왕을 품에 안고.

마침내 올라온 녀석은 혹 붙어 있고

철수를 하루 앞둔 마지막 날 밤은 다시 두 곳에 흩어져 내렸다. 김종천, 최중근 사장은 첫날 내렸던 두미도 서편 고래등에 다시 내렸다. 김종천 사장이 첫날 내려 봐서 잘 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나도 따라 내렸다. “썰물보다 들물에 입질이 잘 붙는데 정확히 10m 주면 틀림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전에는 잘 가던 조류가 이날따라 움직이지 않아 애를 태웠다. 긴 밤을 공허하게 보내고 6월 2일 마지막 날 아침, 역시나 중들물 때 김종천 사장이 기다리던 입질을 받았다. 인터라인 대가 한없이 휘어졌다. ‘우우욱’ 부러질 듯 소리를 냈지만 잘 버텨낸 낚싯대가 서서히 일어서는 순간 수면에 떠오른 녀석은 머리에 큰 혹이 달린 70cm급 혹돔이 아닌가! 잔뜩 기대에 차 있던 김종천 사장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 뒤 만조 무렵 전유동채비로 바꾼 내게 50. 55cm 참돔이 연달아 물어 잠시 생기가 돌았으나 그 고기를 끝으로 2박3일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철수하는 길 문수자리에서 밤을 보낸 이강석씨와 예병춘씨는 이날 아침에도 맥없이 한 방 터트리고는 잔 씨알 두 마리를 들고 허탈한 모습으로 배에 올랐다.  
■취재협조 용인 성훈낚시(031-323-1001), 고성 골드낚시(055-673-0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