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운곡지 갈수찬스 대호황

“역시 계곡지는 물이 빠져야 돼!”

ㅣ강창호 천류 필드스탭ㅣ

2007년 6월 갈수기에 4짜 사태를 일으켰던 운곡지가 한동안 철옹성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더니 최근 가을 배수로 갈수가 되자 다시 한 번 4짜와 월척을 쏟아냈다. 경남 함안군 칠원면 운곡리에 소재한 운곡지는 2만7천평의 계곡형 저수지로 경남에서 4짜 확률이 가장 높은 대물터 중 하나다.

▲ 상류 도로변에서 바라본 운곡지. 산쪽 중류 곶부리에 섬처럼 튀어나온 곳이 박민준씨가 낚시한 자리이며, 그보다 상류의 만입부에 잡목이 수몰된 자리가 박용오씨가 44cm를 낚은 자리다. 

운곡지는 터가 세기로 이름난 곳이다. 물이 맑고 수온이 낮아 좀처럼 공략시기를 맞추기가 어렵다. 필자도 몇 번 낚시를 해보았으나 갈겨니 성화에 번번이 참패했다. 그러나 창원시 인근에 있어 출조길에 항상 지나치면서, 어, 오늘은 낚시꾼이 있네? 언젠가 제때 한번 공략해봐야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던 낚시터다.
그런 운곡지가 올해 초가을부터 간간이 월척붕어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만수 때 도로 건너편 산자락 상류에서 4짜도 몇 마리 출현했다. 그러다가 배수가 시작되어 한 달간 진행되었다. 배수 도중에도 붕어 소식이 들리긴 하였으나 낱마리 수준이었다.
10월 2일 아침, 필자는 운곡지에서 수문을 조절하는 현지 주민을 만났다.
“도대체 왜 이리 오랫동안 배수를 합니까?”
“저수지 수질 개선한다고 물을 뺐는데 오늘부터 더 이상 배수하지 않습니다.”
그는 수문을 막 잠그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 달간 진행된 배수가 끝나는 지금이 바로 기회라는 생각에 10월 3일 오후, 창원의 이상훈, 박민준씨와 운곡지를 찾았다.
물이 빠지면서 산쪽에 드러난 둔덕 포인트들을 공략목표로 정하고 진입로를 개척하는데 무넘기에서 진입하는 숲길을 개척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1시간 정도 진입로 작업을 하고 난 후 우리는 최소한의 밤낚시 장비를 챙겨 포인트로 들어갔다. 낚시를 하다보면 자연적인 조건이 딱 맞아 떨어지는 호조건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은 그러한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오히려 불안감마저 느끼게 한다.

▲ 물이 빠지면서 섬처럼 드러난 운곡지 산쪽의 자갈무더기 포인트를 공략한 창원꾼 박민준씨. 월척 2마리와 8~9치 8마리를 낚았다. 

한 달간의 배수 끝난 그 다음날!

필자는 산쪽 하류 통나무가 물속에 누워 있는 곳을 포인트로 정하고 해 지기 전 대 편성을 했다. 박민준씨는 섬처럼 드러난 곳까지 올라가서 자리를 정하고, 이상훈씨는 필자와 박민준씨 사이의 길게 드러난 둔덕에 자리를 잡았다. 가까이는 50cm~1.2m로 얕은 수중턱이고, 그것을 넘기면 1.5~2m로 떨어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케미를 꺾고 밤낚시를 시작하였지만 해가 지고 1시간이 지나도 입질이 없어 슬슬 불안해지는데, 박민준씨로부터 한통의 문자가 날아든다. ‘9치 붕어 한 수. 수심 2m에서 첫 입질’. 이런 호조건에서도 얕은 수심에서 입질이 없고 깊은 수심에서 입질했다니… 잠시 고민하다가 얕은 수심을 과감히 포기하고 통나무 우측 조금 더 깊은 곳으로 포인트를 이동한다. 5칸대를 던져서 2.5m 수심의 둔덕을 더듬고 있는데 중간 3.6칸대의 찌불이 살짝 잠기기 시작한다. 경사진 둔덕에 찌를 세웠기 때문에 올라오는 입질보다 끌고 들어가는 입질이 많다. 찌불이 잠겨 희미해질 무렵 힘껏 챔질하자 낚싯대가 활처럼 휘면서 놈의 격렬한 몸부림이 조용하던 저수지를 뒤흔든다. 계곡지 붕어답게 엄청난 파워를 자랑했다. 너무 힘을 쓰기에 혹 잉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연안으로 끌려 나오는 고기를 랜턴으로 춰보니 38cm 붕어! 무거운 낚시가방을 메고 진입로를 만들며 힘들게 들어온 피로가 이 한방에 싹 사라진다.

▲ 저녁 8시경에 필자가 낚은 38cm 붕어.

이튿날 47cm, 44cm 붕어 솟구쳐

연이어 5.0칸대에서 9치 붕어가 낚이고 다시 3.6칸대에 33cm 월척! 새로 옮긴 포인트는 통나무가 얹혀 있는 큰 둔덕과 2

시 방향으로 또 하나의 큰 둔덕이 길게 뻗어 있는데 붕어의 입질은 둔덕과 둔덕 사이 골자리에서 집중되었다.
한편 박민준씨는 “모든 낚싯대에서 붕어의 입질이 들어온다”고 문자를 날린다. 그때까지 입질을 못 받은 이상훈씨도 필자 왼쪽의 깊은 곳으로 이동해 얼마 되지 않아 월척붕어 한 수를 당겨낸다.
우리는 아침까지 월척 5마리에 8치 이상으로만 20여 마리를 낚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4짜 붕어가 나오질 않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렇듯 터 센 계곡지에서도 갈수기 찬스만 잘 맞추면 손맛을 즐길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튿날인 10월 4일, FTV ‘서찬수의 갓낚시’ 촬영을 운곡지에서 하였다. 서찬수 사장이 필자가 낚시했던 자리에 앉아 오른쪽 1.2m 수심 연안을 갓낚시로 노려서 새벽 5시 47cm 붕어를 낚았고, 창원의 박용오씨가 상류 산쪽 수몰나무 포인트 1.5m 수심에서 밤 10시30분경 44cm 붕어를 낚았다. 미끼는 모두 새우였다.
지금까지 낚인 운곡지의 붕어는 밋밋한 지형보다 굴곡과 둔덕이 있는 지형에서 낚였다. 계곡지 포인트를 정할 때는 필히 바닥지형을 더듬어가며 대 편성을 하는 것이 조과를 거두는 열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