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의 변화

이젠 영등감생이 대신 영등참돔이라 불러다오

감생이 좇던 꾼들, 솔곶이에서 참돔으로 한풀이

거문도를 잘 아는 단골꾼들은 늘 2월 중순을 주목해왔다. 이때가 흔히 말하는 영등감생이가 가장 잘 낚이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감생이보다 오히려 참돔이 영등철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일까? 감성돔은 점점 줄어들고 참돔은 늘어나는 현상은 비단 거문도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지난 3월 5일 안제립여에서 80cm 참돔을 낚아낸 한일낚시 대표 김한민씨.

대물 감성돔을 원하는 낚시인들이 2~3월의 거문도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이맘때면 원도 중 만재도와 태도는 뻘물바다로 변해 감생이 시즌이 끝난 지 오래고, 가거도와 추자도는 뱃길이 멀어 그야말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에 반해 거문도는 여수에서 2시간 뱃길이면 찾아갈 수 있고 당일치기 또한 가능하다. 그래서 거문도를 요즘은 ‘준원도’라 부른다.
또 초봄의 수온 상승도 빨라서 음력 2월 1일, 즉 영등날(올해는 3월 16일이다)을 한 달여나 앞둔 2월 중순부터 굵은 감생이가 입질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개 양력 2~3월에 낚이는 굵은 감성돔들을 ‘영등감생이’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양력 3월이 음력으로 2월 영등철이니까 3월에 낚이는 감성돔만 영등감생이라 해야겠지만, 영등감생이란 말에는 ‘겨울의 끝에서 봄에서 넘어가는 시기에 낚이는 산란기 감성돔’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으므로 그렇게까지 야박하게 줄을 그을 필요는 없겠다.
그런데 난센스는 실제 영등철 3월로 접어들면 거문도의 주 대상어는 감생이가 아닌 참돔이라는 점이다. 과거엔 감성돔이 영등철의 주대상어였지만 참돔자원이 날로 늘어가는 요즘엔 거문도의 실질적인 영등감생이 시즌은 사라진 게 아닌가 싶다.

▲최근 독보적인 참돔 조황을 배출하고 있는 서도 코바위 앞 홍합여(똥여). 포인트 이동 도중 참돔을 걸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5짜는 5짜인데 색깔이 다르구먼!”

지난 2월 23일(1물) 전주 삼호낚시 회원들과 1박2일 일정으로 거문도로 들어갔다. 원래 목적한 대상어는 삼호낚시 이동군 사장이 겨우내 노래 부르던 5짜 감생이였는데 출조 당일 바로 참돔으로 바뀌었다. 현지 선장들과 단골꾼들이 “감생이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참돔만 낚인다”니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문도에 웬 낚시인들이 이리도 많이 들어왔을까. 입성 첫날부터 원하던 포인트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들러리 포인트’에서 시간만 보내다 민박집으로 철수했다. 원래는 코바위 앞 홍합여(똥여)에 내리려 했으나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고 용댕이 옆 보물섬 직벽에 내렸다가 입질도 못 보고 나왔다.
5짜 감생이는커녕 자칫 쓸만한 포인트에 내려보지도 못하고 철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작전을 변경했다. 둘째 날은 아예 우리도 밤 12시에 출조하기로 한 것이다. 밤 11시경 삼도호를 타고 포인트로 나갔는데… 맙소사! 이미 코바위 일대 포인트는 모두 낚시인들이 내려 있었다. 다행히 썰물 명당인 솔곶이가 비어 있어 서둘러 내렸다.

▲“꿩 대신 닭인지 닭대신 꿩인지, 아무튼 손맛은 제대로 봤습니다” 이효한 회원이 참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대물 참돔 대비해 장비와 채비 중무장해야

서도 북서단의 솔곶이는 썰물 조류가 대원도 방향으로 흘러나갈 때 대형 감생이와 참돔을 함께 노릴 수 있는 포인트다. 수심 16~18m를 주고 멀리 흘리면 채비가 안통으로 휘어들면서 입질이 들어오는데, 김동군 사장이 지난 수년 간 이 자리에 내려 굵은 감생이를 줄기차게 뽑아먹었다는 얘기에 기대가 컸다. 역시나 첫 입질은 이동군 사장이 받아냈다.
“이 기자님, 드디어 왔어요 5짭니다 5짜! 힘이 보통이 아닌데요!”
그런데 수면 위로 떠오른 놈은 씨알은 5짜인데 감성돔이 아니라 50cm 참돔이었다. 이동군 사장도 참돔임을 확인한 뒤 겸연쩍은 듯 웃는다. 거문도 출조만 10년이 넘는 이 사장이라면 파이팅만으로도 감성돔과 참돔을 구분할 수 있었을 법한데, 그만큼 5짜 감성돔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나보다. 5분 뒤엔 함께 내린 이요한 회원이 50cm 참돔과 상사리 2마리를 더 낚았다. 감성돔은 끝내 낚이지 않았다.
철수길에 둘러보니 전반적으로 조황이 좋지 못했다. 서도 남쪽 구로바에 내렸던 장정수 회원이 5짜 참돔을 한 마리 낚았을 뿐이다. 조류가 너무 약한 때문인지 참돔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은 듯했다. 그나마 가장 꾸준한 조황을 배출하고 있는 곳은 홍합여였다. 코바위 앞 물골에 홀로 떨어져 앉은 홍합여에선 우리가 철수하는 배에 오를 때까지도 꾸준히 참돔을 뽑아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솔곶이 높은자리에서 참돔을 노리는 전주 삼호낚시 회원들. 참돔이 좋아하는 옅은 남색 물빛을 띠고 있다.

지난 3월 7일 여수 전국낚시의 박진국 사장에 전화를 걸어 최근 조황을 문의하자 “여전히 참돔이 강세고 감생이는 부진하다”고 한다. 거문도 출조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낚시인이라면 감성돔보다는 참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유리할 듯싶다.
지금 시기가 영등감생이철이라서 감성돔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지만 참돔 조황만 놓고 보면 현재 거문도는 준피크시즌이라 해도 될 정도다. 참돔 명당으로 알려진 거의 모든 포인트에서 50~60cm급 씨알들이 잘 낚이고 있으며 4호 목줄도 불안하게 만드는 대물 출현이 잦다. 지난 3월 5일, 거문도로 출조한 여수 한일낚시 김한민 사장은 안제립여에서 2호 목줄의 감생이 채비를 썼다가 두 방이나 터트린 뒤 결국 4호 목줄로 바꾸어 80cm급 참돔을 뽑아내기도 했다.
▒출조문의 여수 전국낚시 061-644-9023, 전주 삼호낚시 063-228-1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