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9가을바다 돌돔이  장악했다.

①남해서부 바다낚시 최대 사건

설마 설마 했는데청산도 너마저!

상섬에서 55cm급 초대형 돌돔 속출!
노랑바위-시커리-벼락바위가 '줄무늬 라인’, “벼락바위에서 67cm” 소문도

이영규  기자 yklee09@darakwon.co.kr

설마 했던 사건이 드디어 터졌다. 완도의 찌낚시 메카 청산도에서도 돌돔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도 55~60cm급 초대형이 주종을 이루는 점보급 호황이다. 본지는 지난 9월호 <돌돔대란>기사에서 황제도, 덕우도 다음으로 유력한 근해 돌돔 포인트로 청산도를 지목했는데 그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놀랍죠? 이게 바로 청산도 돌돔입니다.” 지난 9월 2일 상섬 야외음악당에서 56cm짜리 돌돔을 끌어낸 일산의 정일씨가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소식을 처음 듣는 꾼들이라면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어쩌다 찌낚시에 올라오는 뺀찌가 아니라 원도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50cm급 대형 돌돔들이 보라성게를 깨면서 올라오고 있다.
청산도 돌돔의 출현 소식은 청산도의 인지도만큼 파장이 크다. 발 빠른 돌돔꾼들의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찌낚시꾼들의 터전이던 청산도 갯바위에 돌돔 원투대가 고사포처럼 늘어서 있는 모습은 생경하기까지 하다. 이 섬이 정말 청산도가 맞나? 이들은 대부분 황제도, 매물도, 덕우도 등지를 찾다가 서서히 원도로 눈을 돌리던 꾼들인데, 청산도에서 돌돔이 확인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인트 싸움이 치열한 상섬 야외음악당 포인트. 

미조낚시 장진배 사장의 탐사 결실

이번 청산도 돌돔 사태의 주역은 완도 미조낚시 장진배 사장이다. 장 사장은 청산도에서  찌낚시에 종종 굵은 돌돔이 낚인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원투낚시 탐사를 벼르고 있다가 지난 8월 29일, 원투낚시 장비와 보라성게를 들고 상섬으로 들어갔다. 본섬을 바라보는 곶부리 포인트에 내린 그는 35~45cm 돌돔 3마리를 뽑아냈다. 정식 원투낚시로 낚은 첫 돌돔인 셈이다. 김사장은 이 소식을 안산의 돌돔낚시 전문가 송복종씨에게 긴급 타전했다. 이튿날 곧바로 팀을 이끌고 내려온 송복종씨 일행이 56, 58cm 두 마리를 뽑아내 올라갔고 이틀 뒤 또 다시 팀을 이끌고 완도로 내려왔다가 기자와 마주친 것이다.
사실 장진배 사장은 작년 가을에도 돌돔낚시를 시도했었다고 한다. 당시에도 곶부리 포인트에서 두 번의 큰 입질을 받았지만 모두 터트리고 말았다. 돌돔이란 걸 확신했지만 손님들을 가이드하다 보니 더 이상 시간을 내지 못해 결국 올 여름까지 미뤄진 것이다.    

▲미끼로 사용한 말똥성개와 보라성게. 보라성게에 입질이 더 빨랐다.

상섬에서 돌돔이 확인된 지 불과 1주일만에 돌돔이 낚이는 포인트는 빠르게 확산됐다. 상섬 맞은편의 감성돔 명당 시커리와 노랑바위 그리고 벼락바위 사이 구간에서도 속속 돌돔이 낚였다. 샛바람이 잔잔해진 지난 9월 둘째 주부터는 벼락바위~목섬 구간으로까지 꾼들이 몰렸는데 벼락바위에서 67cm까지 낚였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수심 얕은 지초도와 장도, 그리고 북쪽 해안을 제외한 거의 전 연안이 돌돔 포인트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산도 돌돔은 씨알도 놀랍다. 3마리를 걸면 1마리는 55~60cm다. 원투낚시로는 40cm 이하를 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특이하게 줄무늬가 사라진 초대형 수컷이 많이 낚이고 있다. 개체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수컷이 많이 낚인다는 것은 그만큼 청산도 돌돔이 손을 덜 탔다는 증거로 보여진다. 

▲손님들에게 상섬의 돌돔 포인트를 가리키고 있는 미조낚시 김진백사장.

▲지난 9월 4일, 상섬 야외음악당에서 59cm짜리 돌돔을 낚은 뽑아낸 군산의 황현우씨. 청산도 돌돔 호황 소식을 듣고 곧바로 내려와 큰 손맛을 봤다.

상섬에만 10개 포인트, “여서도보다 낫다!”
 
현재로서는 어디가 돌돔 포인트로 추가로 개발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 9월 4일 소문을 듣고 청산도로 들어간 나주의 김남식씨는 목적했던 남쪽 화장실밑 포인트를 선점당하자 낙심한 채 바로 옆 무명 포인트에 내렸는데 이곳에서 55cm 수컷 돌돔을 낚기도 했다. 이런 경우를 보면 발밑 수심이 얕다고 해서 돌돔이 안 낚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찌 투척거리보다 훨씬 먼 30~50m 전방을 노리는 원투낚시의 특성상 기존의 찌낚시 포인트라도 그 너머엔 돌돔이 회유하는 골이나 수중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인기 명당은 상섬이다. 상섬에만 10여 곳의 돌돔 포인트가 확인되어 “상섬 하나가 여서도보다 낫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9월 3일에 철수한 안산의 송복종씨 일행 3명은 상섬 야외음악당에 내려 56cm와 45, 44, 40cm, 4마리를 뽑아 나왔고, 이튿날 포인트를 넘겨받은 충남 서천의 강승일씨 일행이 59cm를, 같은 날 상섬 홈통 포인트에 내린 창원의 박기령씨 일행도 5짜와 4짜 돌돔을 다수 낚았다.         

▲청산도 남쪽 화장실 밑 부근 무명 갯바위에서 55cm를 낚은 나주의 김남식씨. 의외의 포인트에서 올라온 대물 돌돔이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불근도, 모도라고 돌돔 없겠나!”

돌돔꾼들이 청산도로 몰리면서 포인트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자리 굳히기 야영과 포인트 바통터치가 나타나고 포인트를 잡기 위해 밤 11시에 야간출항하는 낚싯배까지 등장했다. 지금 청산도에선 찌낚시에 감성돔, 참돔, 벵에돔도 호조를 보이지만 돌돔 조황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청산도 돌돔낚시는 물때도 중요하지만 물색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잉크빛 맑은 물이 밀려오면 입질이 왕성하지만 감성돔이 잘 낚이는 옅은 녹색 물빛을 띠면 조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만약 기자가 때마침 상섬을 찾지 않았다면 아직도 청산도 돌돔 조황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완도항에서 만난 돌돔꾼들은 평소 같으면 반갑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할 사람들인데도 나를 보자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1주일도 안돼 은밀한 현장을 들키고 말았다는 일종의 불쾌감이 그 표정에 서려 있었다.
이번 청산도 돌돔 사태는 청산도만의 호황으로 끝나진 않을 전망이다. 김진백 사장은 인근 소안도와 불근도를 제2의 돌돔 화산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이미 지난 9월 8일 소안도로 들어간 전주의 돌돔파이터 회원들이 돌돔을 여러 마리 낚아서 확인했다. 2009년 가을바다는 돌돔으로 인하여 완도에서 가장 뜨겁게 달구어질 전망이다. 
▒조황문의 완도 미조낚시 061-554-6685

▲감성돔 찌낚시 명 포인트인 노랑바위에서도 돌돔이 잘 낚이고 있다.

▲“이 정도면 원도 갈 일 없겠습니다.” 정일(일산), 송복종(안산), 김귀종씨(광명, 왼쪽부터)가 철수 직후 상섬에서 낚은 돌돔을 들고. 

찌낚시도 호황!

감성돔 상사리 벵에돔, 하루 10여 수는 거뜬

가을을 맞아 감성돔, 참돔(상사리급), 벵에돔 찌낚시도 호황을 보이고 있다. 올 가을에는 참돔 조황이 가장 뛰어나다. 상사리가 주전이고 감성돔과 벵에돔이 보조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호황에 비해 찌낚시를 즐기는 낚시인은 많지 않다. 미조낚시 김진백 사장은 “경기불황의 여파로 완도를 찾는 찌낚시인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반면 돌돔꾼들은 경기불황에 덜 민감한 듯 출조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출조문의 목포 피싱투어 061-284-0020.